#북리뷰: 번역의 도
(코디정 n.d.) 출판사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존 스튜어트 밀 2024 "자유론 새번역" 정미화
(존 스튜어트 밀 2024)
책소개
이 책은 1859년에 출간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On Liberty)」을 새롭게 번역한 책이다. 「자유론」이 다루는 자유는 전제군주나 봉건체제를 무너뜨린 프랑스대혁명에서 선언된 자유가 아니며, 노예 해방을 주장하는 자유라거나 누구든지 사적 소유를 보장하는 자유가 아니다. 이런 자유들은 이미 1859년 당시 영국 법률에 의해 제한, 금지,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밀은 이 책에서 불법에 맞선 자유가 아니라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사회적 자유를 다룬다. 요컨대 밀은 선거로 지배자를 뽑는 민주주의 사회에 이르러 인류사에서 새롭게 발생한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여론의 정서와 사회적 관습에 의해 만들어지는 ‘다수의 폭정’이라는 단어가 적힌 보고서를 ‘인류의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1859년 영국의 독자뿐 아니라 2024년 대한민국의 독자를 포함한 인류가 시공간을 넘어 이 문제를 함께 생각한다. 이것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On Liberty)」이다. 오늘날 생각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 사회의 헌법 이념이 이 책에 빚을 졌다.
밀은 이 책에서 무제한적인 자유를 주장하지 않는다. 개인의 사적 공간의 자유를 수호하는 원칙이 중요한 만큼, 그런 개인의 자유에 사회가 간섭할 수 있는 원칙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다수의 의견, 감정,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소수를 존중하기보다는 비난하거나 억압하는 것을 선호한다. 밀은 이 책을 통해 이런 다수의 선호가 갖는 문제점을 철저하게 파헤친다. 그러면서 밀은 한편으로는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옹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료 사회의 무서움을 경고한다.
편집자가 독자에게
헌사
자유론
1장 서론
2장 사상과 토론의 자유
3장 행복한 삶의 한 요소인 개성
4장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
5장 적용
저자 소개 (2명)
저 :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 관심작가 알림신청 작가 파일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밀은 1806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철학자이며 경제학자였던 제임스 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그에게 극도로 엄격한 영재교육을 시켰다. 그 결과 밀은 3살 때부터 그리스어를 배워서 8살에 헤로도토스와 플라톤의 저작들을 원어로 읽었고, 8살부터는 라틴어를 배워서 오비디우스 등이 쓴 라틴어 고전도 읽었다. 12살부터는 스콜라 철학의 논리학을 공부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저작들을 원어로 읽었다. 13살 때는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의 저작을 통해 정치경제학을 공부했다. 14살 때는 프랑스에서 1년을 지내면서 몽펠리에 대학에서 화학, 논리학, 고등수학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17세 때인 1823년에는 영국 동인도 회사에 입사하여 아버지의 조수로 일했으며, 그 후 1858년까지 재직하며 연구와 저술 활동을 병행했다.
20살 무렵 밀은 심각한 정신적 위기에 부딪힌다. 신경쇠약으로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작품을 읽고 다시 재기했다. 이때부터 밀의 사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엄격한 공리주의적 이성 제일주의의 문제점을 깨달았고, 사색과 분석뿐만 아니라 수동적인 감수성이 능동적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후 그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비판하고, 자본주의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제한적인 정부 개입을 옹호하는 경제학 사상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사상과,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밀은 행동하는 사상가였다. 그는 사상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1865년부터 1868년까지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의 학장으로 재임했고, 같은 기간 동안 런던 웨스트민스터에서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다. 1866년, 그는 하원의원으로서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주장했고, 보통 선거권의 도입 같은 선거제도의 개혁을 촉구했다. 또한 노동조합과 협동농장을 중심으로 한 사회개혁과 아일랜드의 부담 경감 등도 주장했다.
주요 저서로 『논리학 체계』(1843), 『정치경제학 원리』(1848), 『자유론』(1859), 『대의정부론』(1861), 『공리주의』(1863), 『자서전』(1873) 등이 있다.
책 속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민중은 그 권력이 행사되는 대상인 민중과 항상 동일한 것이 아니며, 소위 자치 정부라는 것도 민중 각자가 스스로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를 다른 모든 사람이 지배하는 것입니다. 또한 민중의 의지라는 것도 실질적으로는 민중 중에 가장 수가 많거나 가장 능동적인 부류, 즉 다수파의 의지이거나 다수파로 인정받는 데 성공한 부류의 의지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민중은 그 구성원의 일부를 억압하고 싶어 할 수 있으므로, 다른 권력 남용 못지않게 이에 대해서도 사전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 p.39
사회적 폭정은 대체로 정치적 탄압 같은 극단적인 처벌을 통해 유지되지는 않지만, 이를 모면할 수단을 거의 남겨놓지 않은 채 삶의 내밀한 부분까지 아주 깊이 파고들어가 인간의 정신 자체를 속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폭정을 막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지배적인 여론이나 정서의 폭정도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 p.41
문명화된 공동체의 구성원에 대해, 그 사람의 의지에 반해, 행해지는 권력 행사가 정당화되는 유일한 경우는, 타인에게 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막는 목적일 때뿐이라는 말이지요. --- p.51
만약 그 의견이 옳다면, 인류는 오류를 진실로 바꿀 기회를 박탈당한 것입니다. 반대로 그 의견이 옳지 않은 경우라면, 오류와 충돌하면서 얻어지는 대단히 이로운 기회인, 진실에 대한 더 선명한 직시와 더 생생한 인상을 잃게 됩니다. (71
철학자들과 통치자들 가운데 가장 온화하고 자애로운 인물이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철저한 의무감에 따라 기독교의 박해를 공인했습니다. 나는 이것이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비극적인 사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기독교 신앙이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아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에 의해 로마 제국의 종교로 채택되었다면 전 세계 기독교가 얼마나 달라졌을 것인지를 생각하니,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p.95
진리는 언제나 박해를 극복하고 승리를 거둔다는 격언은 여러 사람들이 반복 언급하면서 진부한 말이 되었지만, 인류의 모든 경험을 통해 반박되는 유쾌한 거짓말 중 하나입니다. 역사에는 진리가 박해에 의해 묻힌 사례들이 많습니다. 영원히 묻히지는 않더라도 수세기 동안 처박아 둘 수 있습니다. --- p.99
스스로 생각하기 귀찮아서 받아들일 뿐인 올바른 의견들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면서 적절히 연구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오류에 의해 진리는 훨씬 더 발전합니다. --- p.112
하지만 이런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 ? 참된 의견은 머릿속에 있고, 논쟁은 편견에 지나지 않으며, 논쟁과는 독립된 믿음이 있고, 여전히 증거가 있다고 가정하면서 ?은 이성적 존재가 진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닙니다. 이것은 진실을 모르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받아들인 진리는 진리를 설명하는 말에 우연히 달라붙은 한 개의 미신에 불과합니다. --- p.116
모든 의견에는 어느 정도 진실의 파편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p.153
논쟁 당사자가 저지를 수 있는 이런 종류의 모욕 행위 가운데 최악의 행위는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사악하고 비도덕한 사람으로 낙인찍는 일입니다. 인기 없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특히나 이런 종류의 비방을 받기 쉽습니다. --- p.157
다른 사람에게 관련된 일뿐 아니라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일에서조차, 개인이든 가족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자기 성격과 성향에 맞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이 가진 최고의 재능을 어떻게 정정당당하게 발휘하고 키울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의 위치에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지위나 경제적 상황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주로 무엇을 하는지, (심지어는) 지위나 경제적 상황이 자신보다 나은 사람들이 대체로 무엇을 하는지 묻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것보다는 관습적인 것을 선호한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관습적인 것을 제외하면, 그들에게는 성향이라고 할 만한 것조차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정신 자체가 굴레에 갇혀 있는 것입니다. --- p.176
특히나 이런 상황에서는 탁월한 개인들이 대중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막을 게 아니라 장려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천재성을 지닌 사람들이 다르게 행동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행동을 해야만 그들의 행동이 이득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서는 획일성을 거부하는 것, 즉 관습에 굴복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기여하는 셈입니다. --- p.188
그에 반해 모든 것이 관료 조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나라에서는 관료 조직이 분명하게 반대하는 일은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런 나라들의 국가 체제라는 것은 경험과 실무 능력을 갖춘 소수가 나머지 국민을 지배할 목적으로 규율을 갖추며 편성된 조직에 불과합니다. 그 조직이 그 자체로 완벽할수록 그 사회의 모든 계층에서 가장 역량이 뛰어난 사람들을 더 성공적으로 끌어 모아 교육시킬 수 있고, 관료 조직의 모든 구성원을 포함하여 모든 것의 결속력이 더 완벽해집니다. 피지배자들이 지배자들의 노예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조직과 규율의 노예가 되기 때문입니다. --- p.294
출판사 리뷰
그동안 1859년 「자유론」의 지혜를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전하기 위한 출판사들의 노력이 있었다. 먼저 기존 번역본에 대한 경의와 존경을 표한다. 독자는 적지 않은 번역서 중에서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할지 고민한다.
기존 번역본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유론 새번역」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번역서를 세상에 내놓는다. 독자의 시간, 나무의 목숨이 준 기회, 그리고 존 스튜어트 밀의 위대한 영혼,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 번역이라면, 새로운 번역은 무용한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21세기를 사는 한국인들이 평범한 우리말로 읽을 수 있는 번역이며, 밀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더 명료하게 전해지는 장점이 있다.
밀의 「자유론」은 인류의 지성을 몇 단계나 높여준 인류사에 빛나는 고전임에도 우리나라 독자들을 괴롭히는 장애물, 기존 번역본이 넘기 힘들어했던 어려움이 있다. 단어, 문장, 맥락 세 가지 점에서 비롯되는 난관이다. 두 가지는 밀의 고유한 특성이고, 한 가지는 영국의 지식 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밀의 어휘력은 19세기 평범한 영어 수준을 크게 웃돈다. 밀의 어휘만을 좇다 보면 우리말이 엉망이 된다. 밀이 전하려는 의미를 놓치지 않고 정확히 표현하면서도 평범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기 쉬운 우리말 어휘력이 필요했다. 게다가 밀의 문장 구조가 길고 복잡하다. 그래서 번역자는 원문의 구조에서 벗어나 자꾸 의역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실제로 번역자의 그런 도피 행각이 지금껏 「자유론」 번역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번역한 정미화 선생은 이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은지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원문의 긴 문장을 거의 그대로 우리말 문장으로 가져오면서도 구조적으로나 의미적으로나 투명하고 자연스럽다.
독일과 프랑스 등 대륙의 고전은 사상가의 독창적인 사유가 자기만의 고유한 언어 논리로 펼쳐진다. 그래서 독자(번역자)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저자의 논리와 의견을 집중해서 따라가면 저자가 선물하는 지혜를 얻는다. 그러나 영국의 고전은 많이 다르다. 영국인들은 자기 견해를 밝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사례들을 먼저 정리하고 제시하는 문화가 있고, 이런 관습 때문에 영국인의 저작은 하나의 영국사 혹은 세계사 같은 면모를 보인다. 밀의 저작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를 끊임없이 고찰하고 거론하며 비교하고 예증한다. 그래서 주장?반론?재반박의 논리 구조로 글이 서술된다. 이런 사료적 특징을 잘 정리하면서 이해하면 굉장히 풍요로운 책이 된다. 반면 역사적 맥락과 논리 구조를 외면하고 저자의 결론적 의견만을 좇으면 너무 어수선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 「자유론」 번역의 세 번째 장애물이었다. 독자를 위하여 우리는 지금껏 출간된 「자유론」 번역 중에서도 가장 많은 주석을 준비했다. 「자유론」의 메시지뿐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와 해설을 더하는 데 힘썼다.
저자의 주석과 역자(편집자)의 주석은 그 위상이 같지 않다. 전자는 본질이지만, 후자는 취향이다. 전자는 책과 한몸이 되는 주석이지만, 후자는 번역을 거들 뿐이다. 그래서 밀의 주석은 본문에 직접 반영하였고, 역자(편집자)의 주석은 각주로 덧붙이면서 본문과 분리했다. 문체는 경어체를 사용했다. 10년 전 이 책을 기획했을 당시, 우리는 우리말 새번역의 실험으로서 마치 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체험을 만들어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선 「공리주의」, 「여성의 종속」 번역을 통해 그런 실험 작업을 검증하면서 밀의 우리말 번역문 스타일을 만들어 왔다. 번역가 정미화 선생과 함께한 구어체 번역이었다. 왜냐하면 밀의 저작은 단순히 지식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법정에서 변론하는 것처럼, 일관된 목적을 갖고 독자를 설득하려는 문체이기 때문이었다. 반말이든 존댓말이든 번역의 정합성에는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경어체가 자칫 낯선 문장으로 번역되는 것을 막아주면서 밀의 진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독자가 고전을 읽으면서, 누구의 도움없이 이해하고, 스스로 머릿속에서 정리할 수 있는 번역, 그런 목표를 품으며 오랫동안 준비한 책을 독자에게 전한다. 한편으로는 부끄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밀의 통찰과 지혜가 아름다운 우리말로 독자에게 전해지리라는 희망으로 설렌다.
Related-Notes
References
코디정. n.d. “이소노미아 출판사.” 이소노미아. Accessed September 30, 2024. https://isonomiabook.modoo.at/?link=boxhdrfa.
존 스튜어트 밀. 2024. 자유론 새번역. Edited by 코디정. Translated by 정미화. 이소노미아.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8134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