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형 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 - 아들에게 인생편지

(김민형 2022)

  • 김민형 교수가 가족을 떠나 영국의 케임브리지와 독일의 본, 쾰른, 볼파흐 등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는 동안 아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옮긴 에세이이다.

책소개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교수가 유럽의 도시를 여행하며 만난 역사와 시, 예술의 세계 그리고 빛나는 삶의 지혜들

“삶의 심오한 문제들에 쉬운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중요하단다.”

세상을 읽는 언어로서 수학의 아름다움을 대중에게 전해온 세계적 수학자 김민형 교수(영국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장)가 특별한 에세이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는 김민형 교수가 영국의 케임브리지와 독일의 본, 쾰른, 볼파흐 등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던 중에 아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엮은 에세이이다.

이 책에 수록된 스무 편의 편지에는 언젠가 스스로 삶의 우주를 항해하게 될 아들에게 들려주고픈 세상 이야기, 그리고 살면서 잃지 말아야 할 탐구심과 지적 태도에 관한 조언이 담겨 있다. 베토벤과 슈베르트,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몽골제국의 왕들, 바이런과 T.S. 엘리엇, 뉴턴과 막스 플랑크…. 수학과 역사, 문학과 음악에 대한 단상들로부터 자녀를 향한 가슴 따뜻한 삶의 조언들로 이어지는 그의 편지에서 우리는 끝없이 질문하고 배우는 이의 아름답고도 심오한 생각의 우주를 만나게 된다.

목차

들어가며 인생을 잘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첫 번째 편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너와 나누고 싶구나

추신. 부모 자신을 위한 편지

두 번째 편지 인간의 역사는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란다

세 번째 편지 네가 직접 멋진 답을 찾아보렴

추신. 지적인 성장은 영혼의 성장과 비례할까?

네 번째 편지 세상에는 아주 중요한 질문들이 있단다

다섯 번째 편지 때로는 시 읽는 기쁨을 느껴보렴

추신. 좋은 시는 마음에 담아두는 것

여섯 번째 편지 밤은 사색하기에 아름다운 시간이란다

일곱 번째 편지 사람들은 언제나 하늘과 바다 건너편을 궁금해했어

여덟 번째 편지 가끔 아빠는 네가 어떤 어른이 될지 상상해본단다

아홉 번째 편지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 많단다

추신. 이야기로 전하는 인생의 진실

열 번째 편지 언젠가 아름다운 이상을 위해 노력한 사람이 있었어

열한 번째 편지 여행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도 해

열두 번째 편지 우리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추신. 생의 공부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열세 번째 편지 진실을 찾기 위한 탐험이 필요할 때가 있단다

열네 번째 편지 생각의 지도를 그리는 법을 알려줄게

열다섯 번째 편지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는 아름답기 마련이란다

추신. 동물을 위한 노래

열여섯 번째 편지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것을 지니고 있어

열일곱 번째 편지 여행의 즐거운 순간마다 네가 생각난단다

열여덟 번째 편지 짧은 편지로도 진심을 전할 수 있단다

추신. 세상이라는 책을 마주하기 위한 준비

열아홉 번째 편지 진실은 결코 간단하지 않아

추신. 인생을 사랑했기에

스무 번째 편지 우리의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야

나가며 어른이 된 오신에게

책 속으로

이 책에 대해 나는 ‘조교의 시범’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원래 편지들에 담긴 내용은 누구나 다 ‘교육적’이라고 느낄만한 것들이었다. 학문과 문화와 예술이 인생에 막연히 도움을 준다는 직관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떻게 해서 아이들과 그런 좋은 것들을 공유할 것인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그들에게 지겹게 들리지 않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나 역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는 자신은 전혀 없었고, 지금도 없다. 그래서 대화의 대상도 독자가 아닌 아들이었고 구체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들어가며」중에서

아빠는 오늘 막 영국에 도착했다. 네가 얼마나 보고 싶던지 이렇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 사실은 앞으로도 보고 싶은 마음을 참기 힘들 때마다, 아빠 가슴속의 작은 구멍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을 때마다 네게 편지를 쓸 생각이다. 옛날에 아빠가 공부한다고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왔을 때가 생각나더구나.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일 년 내내 가슴속 구멍이 점점 커지는 기분이었단다. ---「첫 번째 편지」중에서

천문대 안내 표지판과 박물관 안내원이 당시 영국의 관심이 어땠는지를 열심히 설명해주더구나. (중략) 존 해리슨(John Harrison)이라는 시계공이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천문도의 필요성이 사라져버렸어. 당시의 애로사항은 모든 시계가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추로 작동하게 만들어졌다는 거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위에서는 추가 심하게 흔들려 결국에는 방향을 잃고 말았던 거지.

하지만 해리슨의 시계는 파도에 영향을 받지 않게끔 만들어졌어(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아빠도 잘 모르겠다.) 바다에서도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는 시계가 일단 만들어지니까, 이제 배들은 바다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꽤 정확히 알 수 있게 됐지. ---「일곱 번째 편지」중에서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든 너와 네 동생 나일은 나에게는 완벽한 인간들이야. 그게 이 편지를 쓰면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단다. 때로는 사람들이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하면 많은 조언을 기대하기도 하더구나. 그런데 나는 조언해줄 만한 능력은 아무래도 없는 것 같아. 딱 한 문장만 넣자면, ‘자신을 믿고 자비로운 이 세상을 사랑하라’ ---「어른이 된 오신에게」중에서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유럽에서는 젊은이가 목공이든, 제분소 일이든, 조각이나 그림이든 어떤 기술을 충분히 공부하고 나면 일정기간 여행을 했어. 독일어로는 이 기간을 ‘수련 여행(Wanderjahre)’, 말 그대로 떠돌아다니는 시간이라고 하지. 어떤 일에 필요한 기본 훈련을 다 받고 나면, 세계를 보고 경험을 쌓으면서 이 세상 속의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거야. 아빠는 사실 아빠의 ‘수련 여행’이 한 번도 끝난 적이 없다는 느낌이 가끔 들어. ---「스무 번째 편지」중에서

이게 다야! 저 기호 몇 개에 뉴턴이 그 많은 경이를 밝혀낸 기본 원리가 담겨 있어. 현대에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도 우주의 온갖 복잡한 현상들을 설명해줄 이런 수학 등식이란다. 자, 그럼 막스 플랑크는 어땠냐고? 어떻게 보면 그의 연구는 뉴턴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갔어. 그는 전자니 중성자니 양자니 광자니 하는 아주 아주 작은 대상의 움직임에 대한 법칙을 발견했거든. 너도 알겠지만 전자, 중성자, 양자가 합쳐져서 원자를 이루잖니. 원자(atom)라는 개념과 이름은 흥미로운 것들에 대해 토론을 시작할 때마다 결국 닿게 되는 곳, 바로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 탈레스를 비롯한 많은 그리스 철학자들은 사물의 본질을 알아내는 데 아주 관심이 많았어. ---「열두 번째 편지」중에서

자기 집에 있는 보물을 찾으러 카이로로 떠난 사람 이야기 아빠가 해줬던 것 기억나지? 그가 카이로에서 알게 된 것은 보물이 바그다드의 고향집에 있다는 사실이었지. 자기 집에 소중한 보물이 있다는 생각에는 나도 동의하지만, 그래도 때로 사람은 단지 그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먼 길을 찾아나서는 것이 필요하단다. “우리는 탐험을 멈추지 않으리 / 그리고 그 긴 탐험의 끝에 / 출발했던 그곳에 도착하리 / 그리고 그곳을 처음으로 알게 되리” ---「열세 번째 편지」중에서

여행 혹은 책을 통해 세계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가 진실의 문으로 곧장 걸어가도록 도와줄 수 있지만, 마지막 발걸음을 떼려면 결국은 자기 가슴과 영혼을 들여다보아야만 해. 그래야 말과 개념이 전혀 의미를 갖지 못하는 신비스러운 곳으로 들어갈 수 있단다. (중략)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기만 하면 돼. 그들이 살면서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그들에게 영혼으로 가까웠던 사람들에 대해서. ---「열아홉 번째 편지」중에서

그게 수학의 재미 중 하나란다. 수학은 대부분 아주 정교하고, 사람을 아주 슬프게도 혹은 행복하게도 만들 수 있는 아주 명확한 사실과 경험들로 이루어져 있어. 그럼에도 수학적 사건들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계에서 벌어지지. 긴 역사를 보아도 플라톤의 세계는 플라톤 본인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주인공들로 가득 채워졌잖니. 정말로 희한한 일이야. ---「아홉 번째 편지」중에서

여느 때처럼 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 이건 무척 복잡한 주제고 우리가 나중에 아는 게 더 많은 상태에서 대화하면 더 좋을 테니까, 지금 당장 너무 깊이 들어가고 싶지는 않구나. 다만 삶의 심오한 문제들에 쉬운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중요하단다. ---「열아홉 번째 편지」중에서

보통의 관광 여행을 생각해보아도 어디 가서 구경할 때 준비를 어느 정도 하고 갔을 때와 전혀 모르고 갔을 때 무엇을 보든 이해되는 바가 상당히 다름을 모두 경험했을 것이다. 17세기 과학자 갈리레오는 우주의 이해를 책을 읽는 것과 비교하면서 그 책이 쓰여진 언어를 배워야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내가 중요시하는 선행 학습은 ‘세상의 책’을 마주 쳤을 때 의미 있고 재미있게 읽는데 필요한 언어의 학습이었다. ---「독자를 위한 추신」중에서

출판사 리뷰

세상에 나아가는 이들의 ‘수련 여행’을 응원하는 수학자 김민형의 ‘인생 편지’ “삶은 언제나 그런 질문을 기다리지, 너도 곧 너만의 답을 찾게 될 거야”

중세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 유럽에서는 젊은이가 목공이나 제분소 일, 조각이나 그림처럼 어떤 기술을 충분히 공부하고 나면 한동안 여행을 떠났다. 이렇게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과정을 ‘수련 여행(Wanderjahre)’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의 갭이어(gap year)처럼 세계를 보고 경험을 쌓으면서 이 세상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수학자 김민형 교수는 우리의 삶은 끝없는 ‘수련 여행’과 같다고 말한다. 그 여행이 비록 서툴고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로 가득하겠지만, 그런 질문들이야말로 살아가는 동안 길을 잃지 않게 해줄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이다.

『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는 김민형 교수가 큰아들 오신에게 보낸 인생 편지를 엮은 서한집이다. 이 책에 담긴 스무 편의 편지들은 그가 2005년 미국 퍼듀대학교 교수로 임용되기 전, 약 2개월에 걸쳐 세계 수학자들과의 교류를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의 뉴턴연구소와 독일 본의 막스플랑크연구소, 오버볼파흐수학연구소 등을 방문했을 때 쓰인 것이다. 자신의 유학시절 아버지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그러했듯, 저자 역시 당시 10대였던 어린 아들에게 영국의 케임브리지, 독일의 본과 쾰른, 라인강의 도시 등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과 유서 깊은 장소들에 얽힌 이야기, 시와 음악과 예술의 단상들을 서정적인 편지글로 전했다.

이 책은『아빠의 수학여행』(2014)의 개정증보판으로, 초판의 원고와 도판을 대폭 보강하고, 현재 성인이 된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조언 ‘어른이 된 오신에게’와 독자에게 보내는 ‘추신’ 등을 더하여 새로운 독자를 만나게 되었다. 저자의 편지는 베토벤의 음악과 워즈워스의 시, 막스 플랑크의 발견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모험처럼 여행길에 길어 올린 세상의 이야기로 시작해 자녀를 향한 가슴 따뜻한 삶의 조언들로 이어진다.

뉴턴·베토벤·워즈워스·알렉산드로스 대왕… 아름다운 지식의 오디세이아를 만나다 “막막한 삶의 우주에서 길잡이가 되어줄 세상의 모든 질문들”

“사랑하는 오신에게, 아빠는 오늘 막 영국에 도착했다.” 김민형 교수는 가족과 함께할 것이라 기대했던 여행길에 홀로 오르게 되자 두 아들과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았다. 그는 “눈물이 차오르는 것 같을 때마다” 아들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다짐한다. 빠르고 편리한 이메일 대신 그곳의 풍경이 담긴 사진엽서와 함께 우표를 붙인 종이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보낸 편지들은 여행길의 소소한 일상들과 풍경들에서 시작해 그곳의 역사와 문학과 예술 작품들에 대한 깊고 넓은 지식과 사유를 10대 어린 아들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친절하게 펼쳐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질문을 거듭하며 핵심에 도달하게 만드는 소크라테스의 대화처럼 수학과 역사, 문학과 음악에 대한 일상적인 궁금증에서 시작해 ‘우리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와 같은 본질적 질문으로 독자를 이끈다. 예를 들어 독일 본의 막스플랑크수학연구소에서는 양자역학의 시초인 막스 플랑크로 시작하여 현대 물리학의 문제들로 깊이 파고들다가, 사물의 근본적인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 애초에 ‘모든 것은 하나다’라고 설파했던 그리스의 철학자를 불러들인다(열두 번째 편지). 질문이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삶이란 세상을 향한 질문을 찾는 과정’이라는 그의 오랜 지론을 엿보게 된다.

책 곳곳에 수록된 시구와 음악 이야기는 이 책과 함께하는 여행에 윤기를 더한다. 저자가 영국 케임브리지의 뉴턴수학연구소에 방문한 둘째날, 케임브리지대학교 출신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구를 떠올리며 짧은 시 한 수가 드러내는 형이상학적 경험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는가 하면, 밤하늘의 별을 보며 모차르트의 가곡 〈해 질 무렵의 느낌〉을 떠올리고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살던 고대 그리스의 수학 이야기를 거쳐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밤과 낮〉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독일의 라인강을 따라가는 여행길에서는 로렐라이의 전설이나 로마인과 게르만족과의 복잡한 역사를 논하기도 한다. 수학과 물리학으로 시작해 시와 철학과 역사를 종횡무진하며 엮어나가는 저자의 사유는 그야말로 지식의 대서사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임브리지, 본, 쾰른, 라인강의 도시들… 지성의 산실에서 일생의 답을 찾다 “삶의 심오한 문제들에 쉬운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중요하단다”

수학자는 어떻게 질문의 답을 찾아나갈까? 이 책은 김민형 교수가 유럽 지성의 산실에서 다양한 영감을 받으며 일생의 연구에 한 발씩 다가가는 여정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 연구 여행에서 저자는 학술대회나 강연, 때로는 고전적인 정복을 입고 정찬에 참석하면서 영국과 독일 일본, 러시아, 미국, 이스라엘 등 다양한 출신의 수학자들과 만나 교류했다.

수학자 출신 지질학자를 만나 판구조론에 대해 배우고,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 강의를 듣는가 하면, 일본의 민담을 인용한 수학자의 논문을 읽으며 새로운 영감을 얻는 과정이 편지들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수일간 이뤄지는 수학 연구회의인 아르바이츠타궁(Arbeitstagung)에서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던 아이디어를 세계 수학자들 앞에서 설명하게 되는데, 아는 것을 타인에게 명료하게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다른 수학자들의 관심과 피드백에 기뻐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삶의 심오한 문제들에 쉬운 답이 없기에, “아빠의 수련 여행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말로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이후 김민형 교수는 페르마의 정리에서 유래한 고전 정수론의 문제를 위상수학의 혁신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세계적 수학자로 자리매김했고, 세계적 석학인 수학자 앤드류 와일즈 교수의 강력 추천을 받아 한국인 최초로 옥스퍼드대 수학과 정교수로 임용되었다. 이 책에 기록된 여행은 물리적 여정임과 동시에 그가 생각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저자는 인내심을 가지고 직관을 논리로 옮겨가다 보면 처음엔 낱말과 단상, 갖가지 경험 조각에 불과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하나로 짜맞춰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수학적 사고의 기쁨이라고 설명한다. 동시에 수학자 역시 흥미로운 발견을 자기 혼자 힘으로 하는 사람은 없으며, 다양성과 세상의 아름다움에 열린 마음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자신의 답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여행이나 책을 통한 배움뿐 아니라 스스로의 가슴과 영혼을 들여다보는 배움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조언은 독자로 하여금 인생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3대를 이어온 자녀교육 방법 ‘편지 쓰기’, 아빠와 아들이 나눈 깊은 교감의 기록 “세상이라는 책을 마주하기 위한 언어를 익히다”

2014년 초판 출간 이후 김민형 교수는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수학 대중화에 몰입하며 다양한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나왔다. 수학의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려는 취지에서 시작한 만남은 자연스럽게 교육과 자녀교육에 대한 대화와 조언으로 이어지곤 했다. 저자는 이 책이 그들이 건네온 수많은 질문에 대한 긴 답변이 되기를 바라며, 편지의 내용과 구체적인 교육 방식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견해를 밝힌 ‘추신’ 등을 보완하여 개정증보판을 펴냈다.

17세기 과학자 갈릴레오는 세상이라는 책을 읽기 위해선 그 책의 언어를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 책에 담긴 편지가 아이들에게 “‘세상이라는 책’을 마주쳤을 때 의미 있고 재미있게 읽는 데 필요한 언어의 학습”, 즉 일종의 ‘선행학습’이었다고 밝힌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면 늘 그곳의 역사적 기원과 문화에 대해 가감 없이 설명해주곤 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더라도 언젠가 세상에 나아가게 될 때 문득 그 의미를 곱씹어보고 깊은 성찰로 이어질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편지들은 낭만주의 시를 읊으며 그리스 로마 신화를 두고 논쟁하고, 쇼팽이나 슈베르트 음악을 함께 들으며 아들과 교감한 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책에 대해 나는 ‘조교의 시범’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원래 편지들에 담긴 내용은 누구나 다 ‘교육적’이라고 느낄만한 것들이었다. 학문과 문화와 예술이 인생에 막연히 도움을 준다는 직관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아이들과 그런 좋은 것들을 공유할 것인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그들에게 지겹게 들리지 않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나 역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는 자신은 전혀 없었고, 지금도 없다. 그래서 대화의 대상도 독자가 아닌 아들이었고 구체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들어가며’ 중에서

이 편지의 수신인인 아들 오신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수학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다. 개정증보판에 새롭게 수록된 ‘어른이 된 아들 오신에게’에서 저자는 아들의 선택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비치며, 자비로운 삶에 감사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응원한다. “산다는 것이 전부여야 한다”는 구절의 나즘 히크메트의 시 「삶」으로 끝맺는 편지는 백 마디 말보다 깊은 울림을 전한다. 김민형 교수의 진심어린 편지는 언젠가 세상에 나아갈 이들,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부모에게 뜻깊은 시간을 제공해줄 것이다.

Related-Notes

References

김민형. 2022. 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 - 아들에게 인생편지. Translated by 황근하. 웅진지식하우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6384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