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History of Knowledge

히스토리

2024-06-17 : 그래 역시 중요한 것은 지식의 역사가 아닐까 싶다.

피터 버크 Peter Burke (1937)

1937년 런던 출생으로 예수회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1962년에서 1979년까지 서식스 대학에서 강의했고 2004년까지 케임브리지 대학교 문화사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이매뉴얼 칼리지의 종신 석학교수다. 근대 초기 유럽에 관한 혁신적인 주제, 연구 방법론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문화사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스무 권이 넘는 그의 저서는 서른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국내 출간 도서로는 《지식의 사회사 1, 2》 《지식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는가》 《문화 혼종성》 《문화사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책소개

시대를 앞서간 융합형 인재, 폴리매스 분야를 넘나들며 지식의 최전선에서 역사를 새로 쓴 천재들의 연대기

폴리매스란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지식, 전문성을 갖고 출중한 재능을 발휘한 사람들을 말한다. 단순히 천재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탐구 정신을 발휘해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약했던 인재를 가리킨다. 잘 알려진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코메니우스, 17세기의 라이프니츠, 우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올리버 색스와 수전 손택 등은 한 가지만 잘하는 전문가가 아닌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해 시대를 변화시킨 지식인이자 융합형 인재였다.

흔히 폴리매스는 특정 지식에 정통한 사람보다 ‘모든 것’을 아는 사람으로 묘사되곤 한다. 역사는 백과사전 같은 호기심을 가진 이들에게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다양한 분야에서 팔방미인으로 활약한 재능과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오직 한두 가지 업적으로만 기억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폴리매스의 수많은 업적에는 성공담만 있지 않다. 박학다식해지려면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리스 로마 시대 피타고라스 같은 당대 폴리매스는 협잡꾼이라 비난받았고, 많은 폴리매스가 사기꾼이라거나 괴짜, 가진 지식이 피상적이라 공격받기도 했다.

목차

들어가는 글: 폴리매스란 무엇인가?

1장 고대 동서양의 폴리매스

2장 르네상스인의 시대 (1400~1600년대)

3장 박학다식한 괴물들’의 시대 (1600~1700년대)

4장 지식인의 시대 (1700~1850년대)

5장 전문화의 시대 (1850~2000년대)

6장 폴리매스는 특별한 사람인가

7장 폴리매스는 어떻게 길러졌을까

8장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 융합의 시대

나가는 글 부록: 서양의 폴리매스 500인 미주 찾아보기 더 읽을거리

책 속으로

학문이 분과하기 전이나 소수의 학문만 존재했던 중세 시대에는 폴리매스와 같은 개념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시대에는 광범위한 호기심을 보이는 태도가 일반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기본 덕목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다양한 주제로 책을 쓰는 관행도 마찬가지였다. 르네상스 이전에는 당연한 사실 외에는 알아야 할 것이 별로 없었으므로, 적어도 주요 지식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기만 하면 완전히 습득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리스와 로마를 아우르는 고대 서양 사회와 고대 중국, 이슬람 세계와 서구 중세 시대에는 많은 이들이 비범할 정도로 폭넓은 지식을 가졌다는 이유로 존경받았다. 그러나 일부는 지식의 깊이가 얕다고 비난받기도 했다. --- p.35

르네상스 시대에는 다재다능한 사람 혹은 ‘만능인uomo universale’을 이상적인 인간으로 여겼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훌륭한 교사로 이름 날리던 비토리노 다 펠트레는 그리스인들이 ‘encyclopaedia’라고 불렀던 포괄적 학습을 예찬하곤 했으며, 동료들을 이롭게 하는 완벽한 사람이 되려면 자연철학·윤리학·천문학·기하학·화성학·산술·측량법 등을 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상은 여러 다양한 학문에 대한 지식을 갖춘 상태였다. 또한 피렌체 출신의 마테오 팔미에리가 쓴 『시민의 삶』 속 화자도 어떻게 하면 많은 것을 배우고 훌륭한 예술에 정통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만능인의 화신으로 유명한 인물은 파우스트다. 1587년에 출판된 독일어 원전 『파우스트서』에 등장하는 이 영웅은 채울 수 없는 지식욕을 가졌다. --- p.61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르네상스인의 대표 인물로 유명하지만 전형적인 르네상스인은 아니다. 인문주의자도 아니었고 심지어 앞서 거론된 기술자들과 달리 인문학 교육도 받지 못했다. 다빈치는 학교에 다닌 적이 없으며 말년에도 라틴어를 겨우 읽을 정도였다. 다빈치가 자신의 노트에 스스로를 ‘배우지 못한 사람’으로 표현했듯이 그는 대부분의 분야를 독학했고, 그 자신도 글보다 경험에서 지식을 얻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 다빈치는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며 더욱 다양한 지식을 습득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다빈치는 직접 조사하고 관찰하는 방식으로 지식을 습득했다. 그가 해부학을 공부하고 해부 실습을 한 것은 인간과 말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어서였지만 호기심 때문에도 연구를 계속했다. 해부는 그가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한 분야로 알려져 있다. --- p.77~79

무엇이 17세기를 폴리매스의 황금기로 만들었을까? 이런 큰 질문에 대한 답은 필연적으로 추측에 기댈 수밖에 없지만 몇 가지 쟁점은 짚어볼 만하다. 혹자는 앞에서 다룬 업적들이 기적적으로 태어난 거인들, 혹은 괴물들이 아닌 사회·문화적 변화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17세기 유럽에서는 호기심을 경계하는 전통이 유지되고 있었고 지적 노동의 분업화로 다재다능함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지속됨에 따라 사람들이 더 많은 자유를 누렸다. 두 번째로 탐험에 따른 신세계 발견과 무역·선교·정복 등을 통해 아시아 및 아프리카인과의 접촉 증가는 유럽인들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이 사실은 이국적인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호기심의 방’으로 증명된다. 일부 유럽인은 새로운 동식물과 민족 그리고 그들의 언어 및 관습에 익숙해졌다. --- p.125~126

폴리매스라는 주제와 밀접한 세 번째 위기는 이용 가능한 지식의 증가다. 이는 집단에는 유익했으나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개인에게는 불안감을 유발했다. 15세기 중반에 인쇄술(유럽의 활판 인쇄술)이 발명되면서 책이 증가했는데 처음에는 비교적 서서히 증가하다 나중에는 폭증했다. 최근 추산에 따르면 17세기 초에 약 34만 5,000권이 인쇄되었다고 한다. 점점 많은 사람이 이런 지식 폭발에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책이 너무 많다는 불평이 늘어갔고, 책의 홍수에 휩쓸릴까 두렵다거나 책의 숲에서 길을 잃는 기분이라는 독자들의 비유적 표현들도 쌓여 갔다. … 이런 과부하를 해소하기 위해 학자들은 지식의 체계화에 관심을 두고 필요하거나 필요할 것 같은 정보를 쪽지에 적어 책에 붙여 놓거나 별도의 상자에 넣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학자들이 알아야 할 지식이 너무 많다고 느끼게 된 이유에는 책의 폭증만 있지 않았다. 앞에서 봤듯이 신대륙 발견으로 유입된 새로운 지식이 연구를 자극했다는 이유도 있었다. --- p.130

누가 뭐래도 19세기 폴리매스의 대표 인물이자 라이프니츠 수준으로 박학다식했던 괴물은 동생인 알렉산더 훔볼트였다. 당시의 사람들도 광범위한 그의 학식을 잘 알고 있었다. 존 커크랜드 하버드 대학 총장은 그를 ‘모든 주제에 정통한’ 사람으로 묘사했다. 시인 겸 철학자였던 랠프 월도 에머슨은 알렉산더 훔볼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훔볼트는 아리스토텔레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훌륭한 크라이튼’처럼 인간 정신의 가능성과 인간 능력의 정도 및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따금 세상에 출현하는 경이로운 인물, 즉 ‘만능인’이었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훔볼트는 스스로 ‘백과사전 편찬자의 피상적 지식’이라 부른 것에 빠질까 두려워했지만, 넓고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은 다양한 학문에 독창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했다. 그는 ‘모든 것을 알았던 최후의 사람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최후의 폴리매스’라는 평을 듣는다. --- p.174

폴리매스의 모든 업적을 이성과 절제를 앞세워 일만 하고 놀지 않는 철저히 아폴론적인 사람의 결과물로만 바라본다면 아마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그들의 성취에는 본능과 열정을 추구하는 디오니소스적인 면도 있어서 지식을 얻고 문제를 해결할 때 기쁨을 누렸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다양한 관심사를 자랑했던 역사가 카를로 긴즈부르그는 한 인터뷰에서 새로운 주제에 관해 배우는 즐거움을 새 눈 위에서 스키를 타는 즐거움에 비유했다. 폴리매스 중에는 말장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그중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차이’와 ‘연기’의 의미를 합해서 ‘차연’이라는 단어를 만들었고, 슬라보예 지젝은 농담집을 냈으며 사회학자인 지우베르투 프레이리는 문명과 매독에 관한 포르투갈어 말장난을 책에 넣어서 독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클로드 섀넌은 유희적 발명가로 불린다. 그가 만든 장치 중 하나가 저글링 기계다. --- p.279~280

출판사 리뷰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라이프니츠, 훔볼트, 조지 엘리엇, 올리버 색스, 수전 손택까지 세상을 바꾼 다재다능한 지식인 폴리매스 500인의 역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식에는 나름의 역사가 있다. 고대 수렵채집인은 생존을 위해 폭넓은 지식이 필요했고, 농부·장인·산파·상인·음악가·축구 선수 등 어떤 집단이든 자기 분야에서 남보다 뛰어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학문을 연구한 이들에게만 이름 붙였던 ‘폴리매스’라는 말이 이제는 운동선수부터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방면에 관심과 재능을 가진 팔방미인 폴리매스는 동떨어진 분야를 연결해 특정 학문의 전문가가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함으로써 지식의 진보에 독보적인 기여를 했다.

문화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앞서간 서양의 폴리매스 500인의 발자취를 따라 지식의 역사를 망라한다. 인쇄술 발명, 신대륙 발견, 과학 혁명 시기와 맞아떨어진 지식의 폭발적인 성장이 당시 폴리매스와 어떻게 동반 상승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주목하면서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분야를 관련지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분야를 뛰어넘어 활약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폴리매스가 변화무쌍한 이 시대에 왜 필요한지 폭넓은 통찰을 보여준다.

이 책은 폴리매스 대표 인물들을 중심으로 풍부한 사례 연구에 기반을 두고 지적 여정을 따라간다. 그들이 지식을 연구했던 방법으로 폴리매스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폴리매스가 이루어낸 광범위한 성과와 함께 이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본다. 한 인물로서 폴리매스가 평생 이룬 업적만 보면 그들이 무슨 일이든 식은 죽 먹기로 해내며 성과를 쉽게 쌓고 찬사와 박수 소리에 둘러싸여 살았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이면은 다소 초라하기도 했다. 많은 폴리매스가 세상 사람들의 무지와 반목 가운데서 홀로 묵묵히 일했다. 책이나 교사의 도움 없이 기하학을 재발견했다는 수학자 파스칼의 유년기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는 폴리매스가 ‘독학으로 모든 지식을 습득한 외로운 천재’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누구보다 고독했던 폴리매스의 대명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젊었을 때는 밀라노에서 유명한 궁중 음악사였다.

한눈에 조망하는 지식의 변천사와 서양 폴리매스 연대기 전문가의 시대, 팔방미인 폴리매스는 왜 지금 필요한가

폴리매스가 근대 서양에서만 활약했던 건 아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중세 말까지 중국과 이슬람을 포함한 동서양의 폴리매스를 비롯해 ‘모든 것’을 안다는 ‘만능인’을 이상적인 인간으로 여겼던 중세 이후의 시대상과 르네상스 시대의 다재다능한 학자들, 기술자와 예술가, 그중에서도 폴리매스의 대명사라 일컬어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집중 조명한다. 뒤이은 17세기 폴리매스의 황금기를 맞아 활약했던 7인의 폴리매스를 중심으로 학문적인 이상을 꿈꾸던 이들을 통해 ‘박학다식한 괴물들의 시대’를 되돌아본다. 이 시기 고등교육을 받을 수 없던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연구를 이어간 여성 폴리매스도 있었다. 폴리매스는 자신의 삶을 통해 지식과 성실함, 그리고 반드시 충족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순수한 호기심이 합쳐졌을 때 얼마나 큰 위업을 달성할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준다.

지식의 반감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고, 한 번에 모든 것을 배울 수 없고 문제마다 해결책이 달라져야 하는 세상에서 앞으로도 지식은 더욱 세분되고 전문화될 것이며 계속해서 새로운 가지를 뻗어나갈 것이다. 이 책의 주된 관심은 이러한 시대 변화 속에서 폴리매스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과 같이 지식 노동이 분업화된 시대에는 제너럴리스트가 더 필요하다. 라이프니츠가 선언했듯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만능인’이다.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열 명 이상의 몫을 할 수 있다. 고도 전문화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 그런 사람들이 필요하다.”

폴리매스: 세상을 바꾼 천재 지식인의 역사

(피터 버크 2023)

  • 피터 버크 최이현
  • 시대를 앞서간 융합형 인재, 폴리매스분야를 넘나들며 지식의 최전선에서 역사를 새로 쓴 천재들의 연대기폴리매스란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지식, 전문성을 갖고 출중한 재능을 발휘한 사람들을 말한다. 단순히 천재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탐구 정신을 발휘해 서로 관련 없...

지식의 사회사 2: 백과전서에서 위키백과까지

(피터 버크 2017)

  • 피터 버크 박광식
  • 우리는 어떤 경로들을 지나서 지금의 지식에 이르렀는가? 인쇄술의 발명에서 위키백과의 탄생까지, 550년에 걸친 지식의 역사를 읽는다 지식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지리학, 인류학 등을 아우른 명저 우리는 반세기 전에 피터 드러커가 예견한 대로 ‘지식사회’를 살고 있다. 이 ‘지식사회’ 또는 ‘정보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넘쳐 난다. 그러다 보니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원하는 정보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내가 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도대체 무엇이 정보이고 무엇이 지식인가?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우리가 처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미 16세기에 이탈리아의 한 작가는 “책이 너무 많다 보니 제목들을 읽을 시간조차 없다.”라고 불평했다. 철학자 에드먼드 후설은 지식이나 학문이 1900년경에 ‘위기’를 겪었다고 믿었다. 이처럼 지식을 둘러싼 문제는 항상 존재했다. 현재의 특이점들은 역사의 장기적인 경향 속에 놓고 볼 때 더욱 분명해진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경로들을 지나서 지금의 지식에 이르렀는가?” 그 답을 구하고자 저자 피터 버크는 550년에 걸친 지식의 탄생과 유통에 관한 거의 모든 주제를 망라한다. 제2권 ‘백과전서에서 위키백과까지’에서는 『백과전서』로 대표되는 시기인 1750년경에서 시작해 ‘시민 과학’의 승리를 상징하는 ‘위키백과’가 등장한 2000년경까지를 다룬다. 지식을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했는지, 사라지고 파괴되고 버려진 지식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지식과 관련된 성, 계급, 국적 문제 등과 함께 시간의 변화에 따른 시대적 관심의 변화를 연대순으로 조망한다.
  • Social History of Knowledge

책소개

우리는 어떤 경로들을 지나서 지금의 지식에 이르렀는가? 인쇄술의 발명에서 위키백과의 탄생까지, 550년에 걸친 지식의 역사를 읽는다 지식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지리학, 인류학 등을 아우른 명저 우리는 반세기 전에 피터 드러커가 예견한 대로 ‘지식사회’를 살고 있다. 이 ‘지식사회’ 또는 ‘정보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넘쳐 난다. 그러다 보니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원하는 정보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내가 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도대체 무엇이 정보이고 무엇이 지식인가?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우리가 처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미 16세기에 이탈리아의 한 작가는 “책이 너무 많다 보니 제목들을 읽을 시간조차 없다.”라고 불평했다.

철학자 에드먼드 후설은 지식이나 학문이 1900년경에 ‘위기’를 겪었다고 믿었다. 이처럼 지식을 둘러싼 문제는 항상 존재했다. 현재의 특이점들은 역사의 장기적인 경향 속에 놓고 볼 때 더욱 분명해진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경로들을 지나서 지금의 지식에 이르렀는가?” 그 답을 구하고자 저자 피터 버크는 550년에 걸친 지식의 탄생과 유통에 관한 거의 모든 주제를 망라한다. 제2권 ‘백과전서에서 위키백과까지’에서는 『백과전서』로 대표되는 시기인 1750년경에서 시작해 ‘시민 과학’의 승리를 상징하는 ‘위키백과’가 등장한 2000년경까지를 다룬다. 지식을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했는지, 사라지고 파괴되고 버려진 지식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지식과 관련된 성, 계급, 국적 문제 등과 함께 시간의 변화에 따른 시대적 관심의 변화를 연대순으로 조망한다.

책 속으로

“지식은 무엇인가?”는 ‘예수를 조롱하던 빌라도’가 프랜시스 베이컨에 따르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을 것”이었으면서 물었던 질문인 “진리는 무엇인가?”와 불편할 정도로 흡사하게 들린다. 대답의 첫 단계는 폴란드 인류학자 브로니스와프 말리노프스키가 “정보라는 손대지 않은 재료”라 부른 것과 지식을 구별하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정보에 빠져 죽을 지경”이지만, “지식은 결핍돼 있다.”는 말을 우리는 듣는다. 우리는 ‘정보 거인’이 될 수 있지만, 그러면서 ‘지식 난쟁이’가 될 수 있다. --- p.17

런던 택시 기사들이 ‘지식’을 이야기하면, 그것은 이 도시의 지리를 뜻하는데, 그렇다고 이들이 (옥스퍼드 대학 베일리얼 학료 학감) 벤저민 조윗이 품고 있었다고 악의적으로 표현됐던 “내가 모르는 것은 지식이 아니다.”는 식의 자만을 공유하는 유일한 사람들은 결코 아니다. --- p.18

아주 많은 양의 자료를 작은 공간에 저장할 수 있게 해 주는 새로운 기술이 낳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 이를테면 2007년 영국에서는 자녀 수당을 청구한 700만 가구에 관한 정보, 대표적으로는 은행 관련 정보를 담은 CD들이 없어지는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첫 달 착륙 순간을 담은 비디오가 NASA에서 없어진 일도 있었다. 또 인터넷에서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매일 없어진다.” --- p.237

정보를 뺄 때 거기 깔린 철학은 최근에 나온 발상이 항상 가장 나을 것이라는 식의, 진보에 대한 어느 정도는 순진한 믿음일 때가 많을 것이라고 우리로서는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하다. 이런 이유로 적어도 인문학에서, 특정 용도로는 학자들이 (1911년에 출판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제11판을 나중에 나온 판들보다 선호할 때가 많다. --- p.247

1960년대에 연구 활동을 시작한 내 세대 학자들에게는 새로운 기술들이 지금도 도전을 던진다. 그 무렵에 ‘잘라 붙이기’는 컴퓨터에서 아이콘을 누른다는 의미가 아니었고, 가위와 가끔씩은 새서 (나무로 된) 탁상에 묻기도 하는 튜브에 담긴 풀을 쓴다는 뜻이었다. (……) 우리는 보통 5×3인치 기록 카드들을 보관하는 데 신발 상자를, A4 크기 복사지들에는 셔츠 상자를 쓰고 있었다. --- p.406

출판사 리뷰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지식의 자리를 밝히다

이 책은 지식인이 집단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한 근대 초기를 시작으로 지식의 민주화라는 흐름 속에 있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식의 역사를 보여 주는 동시에 지식에 관한 다양한 논제를 다룬다. 아울러 과거의 사람들은 오늘날의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식을 보았다는 것, 지식은 사회 속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사회로부터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다. 저자 피터 버크는 지식사회학을 비롯해 정치학, 경제학, 지리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시각과 사례를 동원해 지식이라는 주제를 파고든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나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경쟁 같은 역사적 사건뿐만 아니라 대학, 각주, 설문지, 박물관, 색인, 알파벳순, 정보기관, 검색엔진 등 지식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그 대상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지닌 사고방식과 신념, 권위, 관습, 편향, 선입견, 이해관계 같은 것이 ‘지식의 사회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최고의 문화사학자가 보여 주는 지식에 관한 매혹적인 카탈로그

저자 피터 버크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문화사 명예교수로, 역사를 읽는 방법론의 연구에서는 에드워드 카와 마르크 블로크, 페르낭 브로델 등의 뒤를 잇는 대가이다. 근대 초기의 지식을 다룬 『지식의 사회사 1』은 광범위한 주제를 날카로우면서도 깊이 있는 서술로 파헤침으로써 출간되자마자 저자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12년 만에 나온 후속작 『지식의 사회사 2』는 다루는 시기를 오늘날까지로 확장함으로써 550년에 걸친 지식의 흐름을 지적 경계를 넘어 연결해 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06년에 ‘지식’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첫 번째 권은 이번에 좀 더 정확하고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나왔으며, 두 번째 권은 국내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선을 보인다. 버크는 한국어판을 기준으로 약 1000쪽에 가까운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지식이라는 주제를 철저하게 해부한다. 지식이란 무엇인가? 지식은 어떻게 생산되고 전파되며 받아들여졌는가? 지식의 진보는 어떤 대가를 치렀는가? 우리는 이 모든 지식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왜 사회사인가?

이 책에는 1300명이 넘는 지식인과 사상가가 등장한다. 이들은 추상적으로 흐르기 쉬운 지식의 역사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균형추 구실을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개인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책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영웅적이고 천재적인 개인의 신화 대신 지식 조직들이 만들어 낸 역할에 주목한다. 그러므로 대학이나 기록 보관소, 도서관, 박물관, 두뇌 집단, 학회, 과학 학술지 등의 역할을 강조한다. 또한 내부 역사보다는 외부 역사를, 지적 문제보다는 지적 환경에 관심을 더 기울인다. 지식의 역사에서 주역은 개인의 혁신이 아니라 지식을 혁신하고 전파할 수 있도록 만든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이 지식의 ‘사회사’인 까닭인데, 그래서 이 책에서는 스티브 잡스보다는 ‘위키백과’를 만든 지미 웨일스가 더 중요한 인물이다.

1750~2000, 백과전서에서 위키백과까지

제2권은 세 개의 부와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제1부에서는 지식을 수집, 분석, 전파, 행동이라는 네 단계로 나누어 순서대로 다룬다. 제1장에서는 과학 원정, 약탈, 현장 연구, 설문지 등 지식을 수집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제2장에서는 지식의 분석을 다루는데, 도서관과 박물관, 실험실에서 지식을 어떻게 분류하고 해석하며 수치화했는지 등을 검토한다. 제3장에서는 지식이 사람들에게 말, 그림, 문자, 전시물, 그래프 등의 형태로 전파되는 양상을 보여 준다. 제4장에서는 지식과 정보를 정부와 대학 등에서 수용해 산업과 전쟁 등에 이용하는 모습을 추적한다.

제2부는 지적 진보의 대가로 치른 것들을 다룬다. 제5장에서는 앞서 지식의 축적과 획득을 강조한 것과는 달리 감추어지고 파괴된 지식들을 살펴보면서 점성학, 골상학, 우생학 등 버려진 지식도 검토한다. 제6장에서는 기존의 학문 분과가 여러 새로운 학문 분과와 전공으로 나누어지는 모습과 전문가의 출현 등을 통해 지식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양상을 보여 준다.

제3부는 세 가지 차원에서 본 지식의 사회사를 대상으로 한다. 제7장에서는 지리적 차원, 즉 실험실, 도시, 국적, 경계, 지구화, 이주와 망명 등을 주제로 지식을 논한다. 제8장에서는 사회적 차원의 지식을 다루는데, 지식의 경제학과 정치학, 전쟁과 계급, 성 문제 등을 파헤친다. 마지막으로 제9장에서는 50년을 단위로 삼아 1750년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간적 차원에서 지식의 단기적 경향을 검토한다.

왜 사회사인가? / 지식의 복수성

제1부 지식의 수집에서 사용까지

제1장 지식을 수집하다: 지식을 수집하는 방법들 / 두 번째 대발견의 시대 / 과학 원정들 / 세 번째 대발견의 시대 / 과거 문화들을 찾아서 / 시간의 발견 측량 / 필기장에서 데이터베이스까지

제2장 지식을 분석하다: 지식의 분류와 재분류 / 지식의 해독 / 지식의 재구축 / 지식의 평가 / 연대 측정 / 수치화 / 지식의 묘사 / 비교 / 설명 / 해석 / 서술 / 이론화

제3장 지식을 전파하다: 말하기 / 전시하기 / 쓰기 / 정기간행물들 / 서적들 / 시각적 보조물들

제4장 지식을 이용하다: 검색 / 실용적 지식 / 지식과 산업 / 지식과 전쟁 / 지식과 정부 / 지식과 제국 / 지식과 대학 / 대학과 대안적 교육기관들 / 수렴

제2부 진보의 대가

제5장 지식을 잃다: 감춰진 지식 / 지식의 파괴 / 지식의 폐기 / 도서관과 백과사전 / 개념들의 폐기 / 사례 연구: 점성학 / 사례 연구: 골상학 / 사례 연구: 초심리학 / 사례 연구: 우생학

제6장 지식을 나누다: 박학가들의 쇠퇴 / 과학자들의 출현 / 전문적 학회, 학술지, 학술회의 / 학문 분과들의 설립 / 전문가들과 전문 지식 / 전공의 등장 / 학제적 연구 / 협동 작업 / 일반가들을 위한 틈새

제3부 세 가지 차원에서 본 지식사회사

제7장 지식의 지리학: 미시 공간들 / 지식의 일국화 / 흔들리는 학식의 공화국 / 중심지와 주변부 / 경계 지대들 / 이주자와 망명자들 / 지식의 탈일국화 / 지식의 양방향 전파

제8장 지식의 사회학: 지식의 경제학 / 지식의 정치학 / 작은 국가와 큰 국가 / 정치적 간섭 / 연구의 중앙집권화 / 지식과 전쟁 / 미국 정부의 연구 지원 / 다양한 지식 노동자들 / 노동계급과 지식 / 여성과 지식 / 기관들과 혁신 / 학파들

제9장 지식의 연대기들: 지식 폭발 / 세속화와 반세속화 / 지식의 단기적 경향들 / 지식의 개혁 1750~1800 / 지식 혁명 1800~1850 / 학문 분과들의 출현 1850~1900 / 지식의 위기 1900~1950 / 지식의 기술화 1940~1990 / 재귀성의 시대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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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Notes

References

피터 버크. 2017. 지식의 사회사 2: 백과전서에서 위키백과까지. Translated by 박광식. https://www.yes24.com/Product/Goods/51095111.

———. 2023. 폴리매스: 세상을 바꾼 천재 지식인의 역사. Translated by 최이현.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2787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