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관련노트

BIBLIOGRAPHY

김재영. 2024. 상대성이론의 결정적 순간들. https://m.yes24.com/Goods/Detail/133236357.

벵하민 라바투트. 2022.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부커상후보작. Translated by 노승영. 문학동네. https://m.yes24.com/Goods/Detail/110274164.

에르빈 슈뢰딩거. 2024. 슈뢰딩거의 자연철학 강의 - 자연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 과학과 인문주의. Translated by 김재영 and 황승미.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2891622.

저 : 김재영 (金載榮)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물리학 기초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막스 플랑크 과학사 연구소 초빙교수, 서울대 강의교수, 이화여대 HK연구교수 등을 거쳐 현재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물리학의 역사와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상대성이론의 결정적 순간들』, 공저로 『교차 1호: 지식의 사회, 사회의 지식』, 『정보혁명』, 『양자, 정보, 생명』, 『뉴턴과 아인슈타인』 등이 있고, 공역으로 노버트 위너의 『인간의 인간적 활용』,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의 『전기자기론』, 피터 갤리슨의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피터 하먼의 『에너지, 힘, 물질』 등이 있다.

상대성이론의 결정적 순간들

[2024-10-04 Fri 18:02] (김재영 2024)

소개

뉴턴의 고전 역학을 뒤엎은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이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상대성이론은 어떻게 태어났고 발전했으며 우리의 삶과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물리학 박사 김재영이 결정적 장면들을 통해 들려주는 상대성이론의 탄생과 발전에 관한 이야기!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인슈타인과 상대성이론은 누구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아무렇게나 흩날리는 머리카락에 콧수염,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인슈타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천재’의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그는 이전까지의 과학적 지식을 전복하는 상대성이론을 발견해, 전무후무한 천재로 불린다. 그런데 상대성이론이 정말 ‘천재’ 아인슈타인 혼자만의 성과일까? 뉴턴이 완성한 고전 역학을 무너뜨리고 세계를 이해하는 사고방식의 완전한 전환을 가져온 상대성이론. 현대 과학과 기술, 우주론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이 이론은 난해하기로 유명하지만 그 중요성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 호기심을 갖는 대상이기도 하다.

상대성이론은 단순히 과학뿐 아니라 사회 문화 철학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러므로 상대성이론을 모르고서는 이 세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현대인의 사고체계를 제대로 파악한다고 할 수 없다. 『상대성이론의 결정적 순간들』은 오랫동안 상대성이론을 역사적, 철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할지에 깊은 관심을 갖고 글을 써온 김재영 박사가 상대성이론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또 그 핵심은 무엇인지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이미 서점에는 상대성이론을 다루는 많은 책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중에는 일반상대성이론이 아닌 특수상대성이론만을 해설하는 데 그치거나,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논리적 비약이 있는 비유를 사용하거나, 천재로서의 아인슈타인의 업적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과 물질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이론이며 과학이론의 본성을 잘 드러내는 이론인 만큼 역사적 문화적으로 좀 더 풍부한 맥락에서 다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상대성이론이 어떤 경로로 발전되어 왔는지 역사적인 전개를 살펴보며, 이 놀라운 이론이 사상사에 어떤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는지 다룬다. 또 다양한 자료 사진과 삽화, 도표 등이 이해를 돕고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상대성이론이 어떤 배경 속에서 여러 과학자, 수학자들의 노력 끝에 탄생했는지, 그 핵심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이 놀라운 이론의 탄생 이후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나아가 독자 역시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는 시야가 확 트임을 느낄 것이다.

스크린샷

caption=“<span class=“figure-number”>Figure 1: 상대성이론연대” width=“100%” >

들어가며. 004

I 상대성이론의 실마리

1장 뉴턴 vs 아인슈타인 014

  • “뉴턴이여, 나를 용서하시길!”
  • 뉴턴의 ‘기적의 해’ 신화

2장 원격작용과 마당이론 032

  • 뉴턴 역학의 힘과 물질
  • 질량과 무게

3장 공간이란 무엇일까? 059

  •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공간 논쟁
  • 아인슈타인과 가우스와 비유클리드 기하학

II 기적의 해와 시공간

4장 아인슈타인의 기적의 해 1905년 082

  • 아인슈타인의 학창시절
  • 아인슈타인의 박사학위논문

5장 1908년, 절대세계의 가설 105

  • 민코프스키의 「공간과 시간」
  • 세계선과 지속성 논쟁

6장 운동질량과 우주선 사고실험.122

  • 질량이 정말 속도에 따라 달라질까?
  • 드원 ― 베란 ― 벨 우주선 사고실험

III 일반상대성이론의 탄생

7장 베른에서 베를린까지 146

  • “생애에서 가장 운 좋은 생각”
  • 아인슈타인과 힐베르트의 표절 논쟁

8장 도대체 일반상대성이론이 무엇일까? 157

  • 일반상대성이론의 기초
  • 상대성원리, 동등성원리, 중력장 방정식
  • 일반상대성이론이 탄생하기까지

9장 전쟁의 포성 속에서 우주의 비밀에 접근하다 188

  • 슈바르츠실트의 풀이
  • 일반상대성이론과 우주론

IV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이론

10장 일반상대성이론 입증되다 208

  • 1919년의 개기일식
  • 우주론을 바꾼 역사 뒤편의 영웅들

11장 일제강점기 한반도의 스타, ‘아박사’ 또는 ‘아인씨’ 235

  • 빛에도 무게가 있다!!
  • 동아시아에 온 아인슈타인
  • “뉴톤에서 아인스타인까지”

V 상대성이론의 해석

12장 상대성이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270

  • 상대성이론의 존재론
  • 중력장 방정식의 해석과 상대성이론의 철학적 측면
  • 일반상대성이론과 다양체 실재론
  • 현대 물리학에서 에테르는 자취를 감추었을까?

13장 상대성이론을 넘어서 297

  • 상대성이론은 상대주의적인가?
  •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1937년
  • 하이젠베르크와 그레테 헤르만의 대화
  • 물리학 밖의 일반상대성이론

14장 모든 것의 이론? 325

출판사 리뷰

[2024-10-04 Fri 18:03] 뉴턴의 만유인력부터 기적의 해를 거쳐 마침내 일반상대성이론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이론이든, 그것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그때까지 쌓여온 여러 지식들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상대성이론도 예외는 아니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기까지 물리학계의 흐름과 논의를 차근차근 짚어주는데, 그것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상대성이론이 무엇인지 점차 윤곽을 그릴 수 있다.

저자는 우선 17세기 자연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었던 뉴턴 역학의 힘과 물질 문제, 질량의 개념을 짚고, 라이프니츠와 클라크의 공간에 관한 논쟁을 살펴봄으로서 상대성이론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이러한 과학적 배경 속에서 ‘기적의 해’라 불리는 1905년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다. 그러나 특수상대성이론은 이름 그대로 관성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통용되는 한계가 있는 이론이었다. 10여 년의 연구 끝에 아인슈타인은 결국 모든 좌표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특수상대성이론을 일반 이론으로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민코프스키 시공간, 비유클리드 기하학인 리만 기하학을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차례로 소개하며, 중력장 방정식을 완성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힐베르트와의 경쟁 이야기도 살펴본다. 특히 힐베르트의 경우 사실상 아인슈타인보다 한 발짝 먼저 중력장 방정식을 완성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저자는 그런 이유로 ‘힐베르트-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이라고 부르는 게 정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의 발전에는 늘 숨은 공로자가 있다

이렇게 상대성이론의 전개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이 책의 미덕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이룬 성과에도 주의를 기울인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힐베르트 같은 경우는 중력장 방정식이 아니더라도 너무나 유명한 수학자였지만, 상대성이론의 발전과 증명, 전파 과정에서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공헌자들이 많다.

우주에 떠 있는 망원경 이름으로 유명한 허블은 1929년 은하들이 모두 우리 은하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바로 외부 은하의 후퇴 속도는 거리에 비례하여 커진다는 허블의 법칙이다. 그러나 사실 이 법칙은 이미 2년 전 벨기에의 사제이자 물리학자인 조르주 르메트르가 발표한 바 있었다.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을 통해 팽창하는 우주를 나타내는 풀이를 완전하게 제시했는데, 프랑스어로 된 이 논문이 국제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2018년에 이르러서야 국제천문연맹에서 ‘허블의 법칙’이라는 이름 대신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으로 변경하는 제안이 통과되었다.

허블은 또한 윌슨산 천문대에서의 관측을 통해 위의 발견을 했는데, 당시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고 천문대 잡역부로 고용되었던 밀턴 허머슨은 천문 관측 기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620여 개에 달하는 은하의 사선방향 속도를 정확히 관찰하여 측정한 허머슨의 도움이 없었다면 허블의 법칙은 증명되기 힘들었다. 하지만 승부욕이 강하고 오만한 성격이었던 허블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동료를 무시하며 그를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았다.

저자는 과학의 발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여성 과학자들에게도 조명을 비춘다. 당시 대학에서 천문학이나 수학을 공부하고도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한 많은 여성들이 저임금으로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에서 관측과 계산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중 헨리에타 스완 리빗이라는 관측천문학자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연구하여 그 주기와 광도 사이의 관계를 발견했는데, 이 발견은 허블 연구의 근간이 되고 천문학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업적이었다. 그러나 리빗은 그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당대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스타에 열광하고, 극적인 스토리에 곧잘 주목한다. 그러나 과학에서 잘 알려진 발견들도 사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떤 법칙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여러 이론들이 경쟁하고 관측을 통해 입증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또 새로운 이론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의견이 분분한 경우도 많다. 이 책은 인류의 가장 놀라운 업적으로 꼽히는 상대성이론의 태동과 탄생, 발전과 전파 과정을 설명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친 많은 부분들을 되짚어 준다. 어디에서도 쉽게 보지 못했던 상대성이론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과학적 사고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슈뢰딩거의 자연철학 강의 : 자연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 과학과 인문주의

(에르빈 슈뢰딩거 2024) 에르빈 슈뢰딩거 김재영 and 황승미 장회익

양자역학의 초석을 놓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에르빈 슈뢰딩거 물리학, 철학, 역사를 아우르는 명강연의 한국어 초역

『슈뢰딩거의 자연철학 강의』(이하 『강의』)는 슈뢰딩거의 전설적인 시리즈 강연들 중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두 강연의 전문을 완역한 책이다. 「자연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과 「과학과 인문주의」는 이뤄진 후 각각 1954년과 1951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에디토리얼에서 펴내는 한국어판은 1996년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가 저명한 수학자이자 블랙홀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로저 펜로즈의 서문을 붙여 합본으로 출간한 판본을 번역했다.

서문 ─ 로저 펜로즈

1부 자연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

1장 왜 고대 사상으로 돌아가는가

2장 이성과 감각의 경쟁

3장 피타고라스학파

4장 이오니아의 계몽

5장 크세노파네스의 종교, 에페소스의 헤라클레이토스

6장 원자론자들

7장 과학적 세계관의 특수성

2부 과학과 인문주의

삶에 대한 과학의 정신적 의미

과학의 진정한 의미를 말살하는 과학의 성취

물질에 대한 우리의 관념에 일어난 근본 변화

근본 개념은 실체가 아니라 형상

우리가 만든 ‘모형’의 본질

연속적인 서술과 인과성

연속체의 복잡성

임시변통으로 만들어낸 파동역학

주체와 대상 사이의 장벽이 붕괴됐다는 주장

원자 혹은 양자 ― 연속체의 복잡성을 피하기 위한 오래된 주문

물리적인 미결정성으로 자유의지에 기회가 생길까?

닐스 보어가 말하는 예측의 방해물

옮긴이 해제

지금 관념의 역사에 연관된 강한 회고적 성향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하는 두 가지 상황이 있습니다. 하나는 인류가 대체로 지성적이고 감성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거의 모든 기초과학 분야가 엄청나게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기초과학은 기초과학에서 파생하여 고도로 발달한 분야들, 예를 들면 공학, 응용화학(핵화학을 포함한), 의료 기법 및 외과 처치술에 전례 없이 완전히 포위된 상태입니다. --- p.22

전체적으로 보아 근대 기초과학의 현재 위기는 가장 이른 시기의 지층으로 내려가 기초과학의 토대를 고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위기는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 사상으로 돌아가 끈기 있게 탐구하도록 독려합니다. 이 장의 앞부분에서 짚은 바와 같이, 매몰된 지혜의 발굴뿐 아니라 지혜의 근원에 자리 잡은 뿌리 깊은 오류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근원에서는 이를 알아보기가 더 쉽기 때문입니다. --- p.38

우리는 위대한 원자론자인 데모크리토스를 나중에 다시 다룰 것입니다. 지금은 데모크리토스가 물질적인 세계관에 이끌렸고 우리 시대의 여느 물리학자만큼이나 그것을 확고히 믿었다는 것만 이야기하겠습니다. 그 물질적 세계관에 따르면, 단단하고 변하지 않는 아주 작은 입자가 빈 공간 안에서 일직선으로 움직이다가 충돌하고 튕기는 등의 운동을 하면서 물질세계에서 관찰되는 무수한 다양성을 빚어냅니다. 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한 현상이 순수하게 기하학적인 상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믿었으며 그의 믿음은 옳았습니다. --- p.54

처음에 언급했던 보편 관념, 즉 모든 것 뒤에는 숫자가 있다는 관념으로 잠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 관념은 명백히, 진동하는 현의 길이에 대한 음향학적 발견에서 비롯했다고 나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공정을 기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논리적 전개이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합니다. 바로 이 순간, 이 장소에서 수학과 기하학의 최초의 위대한 발견이 일어났으며, 그것은 실제의 혹은 상상의 물질적 대상들에 적용되었다는 것입니다. --- p.62~63

아낙시메네스는 추상적인 환상에 빠져들지 않았고, 자신의 이론을 구체적인 사실들에 적용하려 했습니다. 이는 그가 몇몇 사례에서 획득한 놀랍도록 정확한 통찰로부터 알 수 있습니다. 요컨대 우박과 눈의 차이와 관련해(둘 다 고체 상태의 물, 즉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말하는 바는, 우박은 구름에서 떨어지는 물(즉 빗방울)이 얼어서 형성되는 반면 눈은 수분이 많은 구름 자체가 고체 상태가 되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현대의 기상학 교과서에도 이와 거의 비슷하게 쓰여 있을 것입니다. --- p.91

원자론은 긴 역사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는 이 임무, 즉 감각으로 지각할 수 있는 물체를 사고할 수 있게 하는 일을 수행해 왔습니다. 한 조각의 물질이 우리의 사고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그러나 유한한 수의 구성 성분으로 분해됩니다. 우리는 머릿속으로 해당 구성 성분들을 셀 수 있지만, 직선 1센티미터를 이루는 점들이 몇 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몇 개인지 머릿속으로는 셀 수 있습니다. 수소와 염소가 결합해 염산을 만들 때, 우리는 두 종류의 원자들로 짝을 짓고 각 쌍이 새로운 작은 물체, 즉 분자 화합물을 구성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 p.124

과학적 세계상은 우리로 하여금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일종의 기계적인 시계 장치로 상상하게 만들죠. 이런 장치는 과학이 아는 모든 것에 대해 마찬가지 방식으로 계속 가동될 것이며, 이 장치와 연결되는 의식, 의지, 노력, 고통과 기쁨과, 책임 따위는 없습니다. 실제로는 이런 것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러한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외부 세계에 대한 상을 구성하려고 우리가 자신의 인격을 도려내고 제거하여 매우 단순화하는 장치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것(인격)은 사라져버렸고, 증발해버렸고, 불필요해 보이게 되었습니다. --- p.136~137

나는 어떤 환경 속에서 태어납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내가 누군지 나는 모릅니다. 이것이 여러분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황과 동일한 나의 상황입니다. 누구나 항상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이라는 사실이 내게 말해주는 것은 없습니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 는 우리의 강렬한 의문, 이 의문에 대해 우리 스스로 관찰 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환경이 전부입니다. 바로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아내고 싶어 합니다. 이런 목표를 이루는 수단 이 과학, 배움, 지식이고, 인간의 모든 정신적인 노력의 진정한 원천입니다. --- p.149

연속적인 범위라는 개념은, 우리 시대의 수학자들에게 아주 익숙하지만, 아주 터무니없는 것이고 우리가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추정한 것입니다. 연속적인 범위, 예를 들어 0과 1 사이에 있는 모든 점에 대해 어떤 물리적인 양─온도, 밀도, 퍼텐셜, 장의 세기, 혹은 뭐든지 간에─의 정확한 값을 정말로 지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과도한 추정일 뿐입니다. --- p.179

고대 원자론자들은 어떻게 물질에 대한 원자론을 수립하게 됐을까요? 이는 이제 역사적인 관심 이상의 의미를 띤 질문이 되었고, 인식론과 연관되고 있습니다. 이 질문은 때로 다음과 같은 형태로─대단히 놀랍다는 느낌으로─제기됩니다. 이런 사상가들은 물리 법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고, 이와 관련한 실험적인 사실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는데, 어떻게 그들은 물체들의 조성에 대한 올바른 이론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요? --- p.207~208

출판사 리뷰

명강연자가 남긴 과학 고전

에르빈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의 시대를 열어젖힌 이론물리학자다. 1926년 ‘슈뢰딩거 방정식’을 포함한 논문을 비롯해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여 파동역학을 정식화하는 데 기여했다. 그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1933)을 받았다.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대중 과학서로 널리 읽힌 그의 책은 양자역학이나 일반 물리학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과학 고전으로 사랑받은 『생명이란 무엇인가』(1944)가 대표적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근원을 궁구하는 물리학자의 태도도 엿볼 수 있지만 아무튼 그 책은 생명과 유전 현상을 다루며, 살아 있는 세포의 핵심을 “비주기적 결정”(aperiodic crystal)으로 상정하고 그 구조를 물리학적으로 추론하면서 생명 현상의 특성과 유전물질에 관해 독특한 설명을 제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후, 이 책의 내용 중 명백한 오류들이 지적되었지만 강연과 출판이 그 전에 이뤄졌음을 감안해야 한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활자화되어 호평을 얻고 여러 언어로 번역된 슈뢰딩거 책들은 강연을 기초로 한 것이었다.

「자연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과 「과학과 인문주의」

『강의』에 수록된 두 편의 강연 중 「자연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하 「철학자들」)은 1948년5월24, 26, 28, 31일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에서 진행된 네 차례의 대중 강연이 토대가 되었으며, 책으로 출간된 해는 1954년이다. 「과학과 인문주의」는1950년2월 더블린고등연구원에서 4회에 걸쳐 진행된 시리즈 강연 ‘인문주의의 구성 요소로서의 과학’의 출판본이다.

슈뢰딩거는 「철학자들」에서 과학적 세계관의 근본적인 특성을 도출하고자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과 과학이라는 사고체계의 특수성과 연관된 몇몇 학파의 학설을 조사한다. 과학(물리학)에서 그러한 역사적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기초과학이 당면한 위기의 근원이 고대의 철학과 과학에 닿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슈뢰딩거는 당시에 유럽 학술계에 형성된 이러한 회고적 연구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물리학자의 시각에서 포착해낸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과학과 인문주의」도 「철학자들」의 기본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그런 바탕에서 고대의 자연철학 이래 수천 년간 물리학이 다뤄 온 ‘물질’이란 개념의 기본 특성을 설명하고, 그 개념에 내포된 과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논제들의 난점과 모순 등을 자세히 다룬다.

과학은 그리스인의 발명품이다

슈뢰딩거가 여러 고전학자의 주장과 다양한 문헌을 검토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들을 가져와보자.

근대과학을 주조한 사상가들이 아무것도 없이 맨손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음을 […] 고대 과학과 철학을 진심으로 되살리고 계승했습니다. _37쪽

다음 구절은 존 버넷(John Burnet)의 『고대 그리스 철학(Early Greek Philosophy)』의 서문에서 가져왔습니다. “… 과학은 ‘그리스 방식으로 세계에 대해 사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적절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과학은 그리스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_40쪽

원자론을 근대과학에 도입한 가상디와 데카르트의 삶과 글을 보면, 우리는 실제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습 니다. 그들은 원자론을 도입하면서, 자신들이 열심히 공부했던 고대 철학자들의 이론을 (스스로) 이어받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고대 이론의 모든 기본 특성들이 대단히 강화되고 폭넓게 정교해져서, 그러나 변하지 않은 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현대 이론에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_118쪽

“과학은 그리스인들의 발명품이다.” 과학은 그리스인들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벗어나서 존재했던 적이 없습니다. […] 곰페르츠(나는 그를 아주 많이 인용했습니다)는 우리의 현대적인 사고방식 전체가 그리스인들의 사고에 기반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그리스인들의 사고는 특별하고, 수세기에 걸쳐 역사적으로 자라왔으며,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연에 대한 사고방식으로 가능한 것입니다. 그는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알아차리고, 거의 저항할 수 없는 마법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특수성에 대해 인식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_128쪽

슈뢰딩거는 근대과학, 특히 물리학은 고대 과학과 철학의 직계 후손이란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의 논점은 그리스 철학자들의 위대한 업적을 칭송하는 데 있지 않다. 그가 신중하게 선택한 고전학자들의 견해에 드러나 있듯 “그리스 방식으로 세계에 대해 사고하는 것”,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연에 대한 사고방식으로 가능한 것”이라는 지적에 동의하며 그리하여 그것이 물리학 이론 안에 어떤 방식으로 흔적과 영향을 남겼는지를 밝히는 데로 향한다.

원자 혹은 입자 그리고 연속체라는 문제

슈뢰딩거가 말하는 기초과학의 위기는 물리학의 위기와 동의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양자역학도 완벽하지 않았으며 그 상황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슈뢰딩거는 1961년 타계하여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려는 여러 이론적 시도를 보지 못했다. 가령 로저 펜로즈가 서문에서 언급하는 끈이론이 196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 통일장이론, 대통일장이론, 만물이론, 최종이론 등 입자와 입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적 시도들이 진전을 보았지만, 어느 것도 실험적으로 완벽히 입증되지 않고 있다.)

슈뢰딩거는 파동방정식을 고안하여 양자역학의 이론적 기틀을 놓는 데 혁혁한 기여를 했다. 바로 그 1920년대는 1900년 막스 플랑크가 흑체복사로 방출된 에너지가 양자화되어 나타난다는 광양자 가설을 주창하며 시작된 양자역학의 중심 이론이 결정되려던 시기였다. 경합을 벌이던 양 진영의 한편에는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있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 1927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의 승자는 닐스 보어였다. 보어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역학을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이 코펜하겐 해석에 끝까지 반대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불확정성 원리의 확률론적 해석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인슈타인은 연속체와 결정론을 고수하는 통일장 이론을 만들려고 오랜 기간 시도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슈뢰딩거는1부 1장에서(34쪽부터)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이 일으킨 사유의 혁명보다 자신이 더 주목하는 바를 밝힌다. 양자물리학도 실은 근대과학이 계승한 고대 과학과 철학의 기본 개념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그런데 그 바탕에는 미처 발견되지 못한 “선입견이 포함된 관념들과 부적절한 가정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 요소들을 분명히 인식한 슈뢰딩거는 이론학자로서 어떤 한계에 봉착했음을 자각했으며 물리학의 위기는 정교한 이론 속에 고착되어버린 고대의 유산을 파악하고 고치는 작업을 통해 출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자론의 대두 이후 발견된 ‘기본 입자’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긴 해도 고대 원자론이 상정한 ‘원자’의 개념이 수정을 거치며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고대 원자론을 완성한 데모크리토스가 설명하는 원자의 주요 특징은 109~112쪽에 걸쳐 비교적 상세히 나와 있으며, 여기서는 몇 가지만 간추려보겠다. 세계는 빈 공간(허공)과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는 모두 동일한 물질이거나 동일한 성질을 띠며, 엄청나게 많고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다. 원자는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운동하면서 서로 뭉치고 밀어내며 우리 눈에 보이는 다양한 물체와 현상을 만든다. 실재와 맞지 않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체로 보아 고대 원자론은 굉장히 평범해서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무리가 없고 당연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슈뢰딩거의 설명을 들어보면 고대 그리스인에게 ‘빈 공간’이라는 것은 매우 이해하기 힘든 관념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있지 않는 것’은 존재할 수 없기에 비어 있는 공간은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레우키포스-데모크리토스-에피쿠로스로 이어지는 고대 원자론의 계보에서 공통적으로 전제하는 ‘원자’와 ‘빈 공간’이란 개념은 어떻게 해서 도입되었을까?

‘연속체’(continuum)라는 수학 개념이 있다. 수학이 아니어도 일상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다. 예컨대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와 연속성을 갖는다. 간단한 예시로 정수0과1사이에는 무한히 많은 소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우리는 수학 시간에 연속체라는 개념을 들어보지 못했어도 그 개념을 다루는 방법을 익혔던 것이다. 이처럼 너무도 자명한 연속체 개념이 그리스인들에게는 심각한 난제였다.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에 대응하는 ‘수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우리는 이것을 √2라고 부릅니다) 이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아킬레스와 거북의 달리기, 날아가는 화살에 대한 제논(엘레아학파)의 잘 알려진 역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래에 대한 다른 역설도 있고, 점들로 이루어진 선에 대해 계속 제기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_91~92쪽

같은 맥락에서 그리스인들은 부피가 고무풍선처럼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과 같은 연속체의 상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물체들이 따로 떨어진 개별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방식”으로 부피를 이해해야 했다. 데모크리토스는 매우 뛰어난 기하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밑면에 평행하게 원뿔을 두 개로 잘랐을 때 위아래 단면에 생기는 두 원이 크기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사선으로 연결된 원뿔의 표면도 엄밀하게는 매끄럽지 않다. 데모크리토스는 극소량의 개념, 수학의 미적분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원뿔의 부피를 구하는 방법을 기하학적으로 증명한 장본인으로 수학적인 연속성과 순수한 기하학의 엄밀성이 일치하지 않는 해법으로서 원자와 빈 공간이라는 원리를 재발견했다.

원래 원자와 빈 공간은 데모크리토스의 스승 레우키포스의 아이디어이며, 희박화와 조밀화 원리는 밀레토스학파의 아낙시메네스의 것이다. 데모크리토스는 아낙시메네스의 견해도 알고 있었지만 그 논리 중 맞지 않는다고 여긴 것을 수정했다. 아낙시메네스는 기본 물질을 ‘공기’로 보았고, 모든 물질은 적절한 환경에서 조밀해지거나 희박해지면서 고체, 액체, 기체로 변화한다고 보았다. 데모크리토스는 물질이 아무리 작더라도 그 하나하나가 희박해지거나 조밀해졌는데도 물질 자체가 변하지 않은 채로 남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변하지 않는 작은 물체(즉 원자)가 그 성질은 유지하면서 희박해지거나 조밀해지려면 작은 물체들 사이의 공간이 비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했던 것이다.

실재와 이론 사이의 간극

이제 남는 문제는 수학적 사고의 구성물인 연속체(결정론과 짝을 이룬다)를 계속 껴안고 있는 이론의 실재와의 정합성이다. 이것이 진정 근원적인 모순이라서 이론의 불완전함을 지속으로 야기하는데도 우리의 뿌리 깊은 사고 습관 탓에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슈뢰딩거는 파동방정식을 만들고 양자얽힘 현상을 예측한 후로 자신의 이론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론물리학보다는 형이상학 연구, 더 나중에는 베단타철학으로 기울어졌다. 아마도 그는 이 책의 1부와2부 초반에 피력하듯 어떤 통합적인 길을 모색했던 듯하다. 그의 생각을 더는 알지 못하지만, 그리고 그도 정답을 말해주지 못했지만, 이 책에 자신의 ‘파동역학’에 관해 의미심장한 논평을 남겨 놓았다.

관찰 사실들은 공간과 시간에 대한 연속적인 서술과 양립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최소한 여러 사례에서 정말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불완전한 서술 즉 공간과 시간에 틈이 있는 그림으로부터는 명 확하고 모호하지 않은 결론들을 끌어낼 수 없습니다. 이렇게 불완전한 서술은 흐릿하고 임의적이고 불명확한 생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_190쪽

파동역학의 이런 그림에는 틈이 전혀 없습니다. 인과관계에도 틈이 전혀 없습니다. 파동의 상은 완전한 결정론에 대한 고전적인 요구에 부합합니다. […]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관측 가능한 사실들이나 자연이 정말 어떤 모습인지 알려준다고 믿을 수 없는 그런 서술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_191쪽

파동의 상에서 제거된 틈은 파동 그림과 관측 가능한 사실들 을 연결하는 지점으로 물러나버렸습니다. 관측 가능한 사실들은 파동 그림과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습니다. 모호한 것이 많이 남아 있고, 앞에서 말했듯이 몇몇 낙관적인 비관론자들 혹은 비관적인 낙관론자들은 이러한 모호함이 필수적이며 피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현재의 논리적인 상황입니다. _192쪽

첫 단락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가리키는 내용이고, 둘째 단락은 자신이 고안한 파동방정식이 아이러니하게도 고전역학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고백이며, 셋째 단락은 예측력이 좋기로 이름난 파동역학이 ‘임시변통’일 뿐이라는 솔직한 현실 인식이다. 슈뢰딩거가 제기한 문제들은은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이론을 매만지고 고도의 수학을 다루는 연구자에게도, 과학을 인문주의의 필수 요소로 인식하는 독자에게도 오래도록 곱씹을 만한 생각거리다.

추천평

슈뢰딩거는 물리학을 포함해 그 어떤 학문을 하더라도 이것이 우리 삶 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묻지 않는다면 그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 면서 그러한 학문의 전형을 찾기 위해 고대 그리스의 학문 세계를 새 로운 시각으로 더듬어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오늘의 양자역학이 인간 의 정신세계 안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나름의 직관을 통해 모색해 나간 다. 이것이야말로 오늘의 학자라면 누구나 추구해보아야 할 일이지만 오늘 그런 학자들을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 닌 양자역학의 창시자의 한 사람인 슈뢰딩거가 여기에 관심을 기울였 다는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며 그렇기에 더욱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 게 된다. 현대의 진정한 학문 정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누구 나 한 번씩 이 책에 눈길을 돌려야 할 이유이다.

  • 장회익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