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IOGRAPHY
최재천. 2022.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김영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9322534.
———. 2024. 숙론 :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 김영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6395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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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 아 동물학 학사, 생태학 석사, 생물학 박사
- 내용 추가
- 숙론
저 : 최재천 (崔在天)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생태학회장,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지냈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와 『과학자의 서재』를 비롯하여 수십여 권의 책을 쓰고 번역했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국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1995년 이래로 시민단체, 학교, 연구소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송출연, 언론기고를 통해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1953년 강원 강릉에서 4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방학만 되면 어김없이 고향의 산천을 찾았다.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1979년 유학을 떠나 198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학위, 1990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하버드대 전임강사를 거쳐 1992년 미시간대의 조교수가 됐다. 1989년 미국곤충학회 젊은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했고, 1992-95년까지 Michigan Society of Fellow의 Junior Fellow로 선정되었다. 2004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 교수로 부임하였으며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한국생태학회장 등을 지냈고, 2006년 이화여대 자연과학대로 자리를 옮겨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소장과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고자 설립한 통섭원의 원장이며, 기후변화센터와 136환경포럼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그 밖에도 ‘국제환경상’ ‘올해의 여성운동상’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등을 수상했고,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을 비롯하여 4개의 국제학술지의 편집위원을 역임하였다. 해외에서는 주로 열대의 정글을 헤집고 다니며 동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국내에 머물 때면 “알면 사랑한다!”라는 좌우명을 받쳐 들고 자연사랑과 기초과학의 전도사로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하버드 시절 세계적 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있었으며, 그의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였다. ‘통섭’이라는 학문용어를 만들어 학계 및 일반사회에 널리 알리고 있다. 1998년부터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과학기술부 과학교육발전위원회의 전문위원을 맡아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를 실천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수많은 어린이책에 과학적인 내용을 감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러한 활동 외에도 최 교수는 영장류연구소를 설립하여 침팬지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이 생태계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도 이곳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생물학자에서 출발하여 사회생물학, 생태학, 진화심리학 등 학문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언제나 공부하는 과학자이다. 그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꿈꾼다. 학문 간 벽을 허물고 통합적으로 사고해야만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온 최재천은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지식의 대통합』을 번역 소개하여 학문 간 교류와 소통의 필요성을 널리 알렸으며, 저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를 통해 생물학적인 시선으로 고령화 사회의 해법을 제시하여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인간상으로 ‘호모 심비우스’를 제시하여 극단적인 경쟁과 환경 파괴로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는 여성의 세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그는 사회생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진정한 여성성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그 새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결국 여성과 남성이 더불어 잘사는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자의 서재』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그가 한국어로 쓴 최초의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은 2012년 봄에 영문판 The Secret Lives of Ants로 존스홉킨스대학출판부에서 출간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영문서적을 비롯하여 다수의 전문서적들과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인간의 그늘에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인간은 왜 늙는가』,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통섭』, 『알이 닭을 낳는다』,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알이 닭을 낳는다』, 『벌들의 화두』, 『상상 오디세이』,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21세기 다윈 혁명』, 『개미』, 『인문학 콘서트』, 『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호모심미우스』, 『다윈지능』,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등의 저 · 역서 외에도 여러 책에 감수자로 참여했다. 2019년 출간된 『동물행동학 백과사전(Encyclopedia of Animal Behavior)』의 총괄 편집장을 역임했다.
책 속으로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면에서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유독 토론만큼은 못해도 너무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배우지 못해서 그렇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모든 학습을 토론으로 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제대로 된 토론 수업을 받아본 사람이 거의 없다. 배워본 적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학교에서 가르치면 능히 잘할 수 있다. 정규교육에 토론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사회 곳곳에서 토론의 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토론의 꽃이 만개할 날을 대비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토론을 이끌 진행자를 양성해야 한다. 토론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은 차고 넘친다. 나는 좀 다른 각도의 책을 쓰기로 했다. --- p.22
나는 미국 어느 인디언 보호 구역의 학교에 새로 부임한 백인 교사의 일화를 늘 가슴에 품고 산다. 시험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아이들이 홀연 둥그렇게 둘러앉더란다. 시험을 봐야 하니 서로 떨어져 앉으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어리둥절해하며 이렇게 말하더란다. “저희들은 어른들에게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상의하라고 배웠는데요.”우리 중에는 철저하게 혼자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늘 여럿이 함께 일한다. 대학의 문을 나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거의 모두 협업 현장에 던져지건만 학교 체제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철저하게 홀로서기만 배운다. --- p.85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대담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진행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후보자를 궁지에 빠뜨려야 훌륭한 진행자로 평가받는다. 이럴 때마다 나는 도대체 우리가 뽑으려는 대통령이 과연 어떤 대통령인지 묻고 싶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얼마나 잘 대처하는가를 평가하는 게 목적인 듯 보이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혹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얼마나 공정하게 국정을 운영할지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임기응변에 능한 미꾸라지 혹은 기름장어를 뽑으려는 것인가? 대담이나 인터뷰가 너무나 긴장감 없이 흘러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이나 보는 게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건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하는 짓이다. --- p.99~100
몽플뢰르 콘퍼런스는 우리에게 아무리 이질적이고 심지어는 적대적인 상대들이라도 고민과 상상력을 공유하고 동행하면 민주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을 던져주었다.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하려 서두르거나 동의를 강요하지 않고 자기 입장과 시각을 뛰어넘어 함께 대화하며 공동의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는 중립적인 제3의 조정자 역할이 중요하다. 모든 참여자의 의견을 고루 경청하고 특정 집단의 편향된 시각에 휘둘리지 않을 애덤 카헤인 같은 탁월한 진행중재자를 초빙해 진행 과정의 전권을 맡긴 것이 성공의 결정적 관건이었다. 그의 중립적이면서도 노련한 리더십은 다분히 편향적이었던 참가자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며, 더 나아가서는 그들이 속한 조직의 집단적 사고에도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는 집권 정치 세력의 긍정적 사고도 이끌어냈다. --- p.158~159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다. 잘되면 신기한 일이다. 소통이 당연히 잘되리라 착각하기 때문에 불통에 불평을 쏟아내는 것이다. 소통은 안 되는 게 정상이라 해도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가 우리를 가리켜 사회적 동물이라고 규정했다. 소통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힘들어도 끝까지, 될 때까지 열심히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가 숙론을 통한 소통을 배워야 할 때다. --- p.160
숙론 반응의 기저를 떠받치는 것은 무엇보다 진행중재자의 열정이다. 하품만 전염성이 있는 게 아니다. 열정도 전염된다. 진행자가 하품하면 모둠 전체가 졸음에 빠진다. 그러나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숙론이 진행되는 내내 열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탁월한 숙론 진행을 원한다면 바람직한 마음가짐을 훈련해야 한다. 열정도 가장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기꺼이 연기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첫사랑을 대하듯” 숙론 모둠을 대하라고 가르친다. 나는 교수로 살아온 평생 수없이 자주 첫사랑을 경험한 셈이다. 일방적 강의보다 숙론 수업은 훨씬 더 어렵지만 그만큼 짜릿하다. --- p.196~197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상대의 발언이 아무리 난해해도 말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고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은 일상적 인간관계에도 중요한 기술이지만 숙론을 이끄는 진행중재자가 갖춰야 할 덕목 중 단연 으뜸이다. 대담이나 숙론이나 자신이 말을 잘하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느냐가 중요하다. --- p.199
이 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300명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에게 일일이 사인해서 선물하고 싶다. 부끄럽지만 서로 마주 앉아 얘기하는 법을 제일 먼저 배워야 할 사람들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아니라 이 땅의 국회의원들이기 때문이다. (…)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국민은 반드시 정치도 다른 모든 분야처럼 세계가 칭송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말리라 나는 확신한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 우리 모두 새로이 습득할 숙론의 힘이 있을 것이다. 조만간 대한민국은 어린이집에서 국회까지 언쟁이나 논쟁을 멈추고 기껏해야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 수준을 넘어 깊이 생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하는 숙론의 꽃이 만개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가 존경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 p.208~210 펼쳐보기 출판사 리뷰 최재천 교수가 9년간 집필해 마침내 완성한 역작, 《숙론》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과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 다툼이 만연한 시대에 서로 알고 사랑하는 소통의 방식
바야흐로 성난 사회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의견이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 오르고, 정보 제공자와 수용자가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상황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정치 성향과 취향에 맞는 정보만 선별해 보여주고, 같은 견해를 지닌 사용자들끼리 뭉치며 이외의 견해를 배제하는 불통 문제가 전면에 등장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는 이념 · 젠더 · 세대 · 계층 · 환경 등과 관련해 전례 없이 다양한 종류의 갈등과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갈등이 수면 아래 가라앉기보다 세상에 드러나는 현상”은 그만큼 의견 표현이 자유로운 사회가 되었다는 방증이지만, 이 갈등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고 서로 협력해나갈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다.
21세기에는 ‘다양한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연결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통합적 지식’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통섭(統攝, Consilience)‘이란 화두를 던졌던 최재천 교수. 그가 지금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대화라고 말하며, 이를 가능하게 만들 초석을 다지고자 9년간 공글린 책 《숙론》을 출간한다. 이 책에서 최재천 교수는 우리 사회의 현안을 짚으며, 상충하는 견해가 어떻게 대립을 넘어 진정한 소통에 이를 수 있을지를 논한다. 교육자로서, 생태학자로서, 정부나 사회단체가 만든 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경험한 문제 해결법과 합의 도출법, 소통법을 총망라해 풀어놓는다.
1980년대 하버드대에서 공부하고 수업 조교를 맡았을 때부터 ‘학생 중심 토론’ 수업을 체득하고 이끌었던 최재천 교수는 1994년 서울대에 부임한 이래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에 그것을 적용하려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2012~2013년, 수족관 쇼를 하던 돌고래 ‘제돌이’를 포함해 다섯 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수행하며,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숙론을 통해 성공적 야생 방류를 이끌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반세기 가까이 교단과 사회에서 줄기차게 숙론 모임을 이끌어오며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세계 경제 10위권에 올라선 우리 사회가 다시 도약하고 내적으로 성숙하려면, 과학 기술뿐 아니라 무엇보다 숙론 문화가 필요하다고. 그러면서〈100분 토론〉 〈백지연의 끝장토론〉 등에서 대중이 익히 봐왔던 토론의 방식과 목적에 의문을 던진다. 토론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기 생각을 가다듬는 행위가 아니라 “기어코 상대를 제압”하려는 행위로 굳어졌다는 것. 이에 토론을 넘어선 숙론을 주창한다.
숙론(熟論, Discourse)이란 ‘누가 옳은가(Who is right?)’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What is right?)’를 찾는 과정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함께 숙고하고 충분히 의논해 좋은 결론에 다가가는 행위다. 《최재천의 공부》에서’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그는, 《숙론》에서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며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을 넘어 서로 존중하며 대화하는 숙론 문화가 정착된다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존경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가 제시하는 숙론은 갈등에 빠진 우리 사회뿐 아니라 다른 견해를 가진 상대와 대화해야 하는 우리네 일상에 소중한 성찰을 전한다.
남아공 몽플뢰르 콘퍼런스에서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까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풀어내기 위한 숙론의 지혜 대한민국을 바꿀 새 공론장이 펼쳐진다!
《숙론》은 총 5부로 구성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숙론이 필요한 이유, 바람직한 숙론 예시와 자신이 직접 이끌었던 숙론 현장, 원활한 숙론 진행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준다. 대학 강단에 선 지 어언 4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은 통찰과 경험, 지식과 지혜를 아낌없이 펼쳐놓으며 독자를 흥미진진한 숙론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1부 〈숙제(宿題): 재미있는 지옥, 대한민국의 난제들〉은 이념 · 젠더 · 세대 · 계층 · 환경 등과 관련해 깊은 갈등과 불통에 빠진 우리 사회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다양한 사료와 근거로 사회 갈등의 원인과 추세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동물행동학자로서 동물의 의사소통과 인간의 의사소통을 비교하며 진정한 소통에 이르는 어려움을 숙고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미처 민주적 소통 능력을 갖추지 못해” 갈등이 곪아 터진 상황이라 판단하고, 숙론 문화의 전면적 도입을 제안한다.
2부 〈교육(敎育): 같은 견해와 다른 견해를 알고 사랑하는 시간들〉은 사회의 민주적 소통 능력 부재의 근원을 교육으로 지목하고 그 해결책을 논한다. 저자는 학교가 “공존을 위한 협력과 배려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오로지 신분 상승을 꾀하는 경쟁의 각축장”이 돼버린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우리 교육을 ‘흙이 무너져 내리고 여기저기 기왓장이 쪼개진다’라는 뜻의 ‘토붕와해(土崩瓦解)‘의 상황에 빗댄다. 이에 학습 다양성 확보, 숙론 수업 등 교육 개선 방안을 꺼내며 ‘홀로서기’가 아닌 함께 논의하고 머리를 맞대게 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3부 〈표본(標本): 앵무새 대화와 헛소리를 하지 않는 본보기들〉은 저자가 학생으로서, 그리고 교수로서 익히고 적용해온 숙론에 대해 담았다. 1979년 미국 유학 생활을 시작하고 하버드대 등에서 숙론 수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직접 겪은 내용을 상세히 되짚는다. 하버드생들이 왜 숙론의 달인이 될 수밖에 없는지, 미국의 명예교우회(Society of Fellows) 시스템이 어떻게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활발한 통섭의 환경을 조성하는지 등은 오늘날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4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의 내용에서는 우리 교육 환경에 숙론을 적용하려는 저자의 분투를 살펴볼 수 있다. 이를테면 미국의 명예교우회를 본떠 이화여대에 통섭원(統攝苑)을 세우고 정기적으로 심포지엄을 열어 숙론의 방법을 갈고닦는다. 학생들이 직접 위원회를 열어 사회문제를 적극 논의하게 하고, 따로 또 같이 협력하는 법을 길러주기 위해 단체 평가와 개인 평가를 적절히 활용한 대학 수업의 방식을 이야기한다.
4부 〈통섭(統攝):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는 시나리오들〉은 남아공의 몽플뢰르 콘퍼런스를 숙론의 이상적 예시로 들고, 저자 자신이 직접 이끌었던 위원회의 활동을 복기한다. 몽플뢰르 콘퍼런스는 1990년 넬슨 만델라가 석방되며 혼란에 빠진 남아공의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진행했던 국가 회의다. 대립하는 단체의 교섭을 이끌어온 전문가를 초빙해 약 1년간 워크숍과 대국민 소통을 진행하며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두고 민주적 합의를 도출했다. 그 결과 극한의 사회 갈등을 극복하고 초이념적 · 초당파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 극적 사례에서 진행자의 역할, 합의를 통한 숙론 과정을 제대로 밟아나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이끈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의 통섭적 회의도 자세히 돌아보며 올바른 숙론을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과 제반 조건에 대해 조언한다.
마지막 5부 〈연마(練磨): 바람직한 숙론을 이끄는 기술들〉은 성공적 숙론을 위한 방법들을 알려준다. 진행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어떤 환경과 규칙을 마련해야 하는지, 숙론 과정에서 무엇이 금물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무엇보다 저자는 ‘토크쇼의 제왕’으로 불리는 앵커 래리 킹의 사례를 들어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참가자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만큼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은 원래 어려운 것이다” 소통의 본질과 그것을 끝내 이루기 위한 체계적 접근법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에서 상대와 협력하는 숙론으로
동물행동학자인 저자는 평생 동물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며 인간 사이의 불통을 오랫동안 고민했고, 예상보다 싱거운 결론에 다다랐다고 밝힌다. 바로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라는 것. 동물행동학에서는 오랫동안 동물 간 소통을 상호 협력적 행동으로 이해하다가, 그것을 송신자(sender)가 수신자(receiver)를 조종하려는 의도적 행위로 규정하는 새로운 관점이 제시됐다. 즉, 그 관점에서 소통은 ‘협력’이 아니라 ‘밀당’의 과정이라는 것. 그렇다면 소통은 당연히 일방적 전달이나 지시가 아닌, 당사자 간 지난한 대화와 타협의 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불통에 섣불리 실망하지 말고, 어려운 소통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은 안 되는 게 정상이라 해도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기에,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것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알면 사랑한다”라는, 저자가 오랫동안 대중에게 전해왔던 구절은 소통의 본질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성공학의 대가 카네기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 “알면 용서한다”라고 말했듯, 우리는 서로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고 시기한다.” 나아가 “인간은 상대를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본성을 타고났”으며, 그렇기에 이해관계로 얽힐수록 서로 마주 앉아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저자는 숙론 문화의 중요성을 짚으며,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개한 ‘살롱 문화’처럼, 우리 사회와 일상에서도 서로 충분히 대화하고 이해하는 분위기가 싹트기를 염원한다.
말이 통한다는 것, 그것은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소통은 노력의 산물이다. 세상에는 성공한 소통보다 실패한 소통이 더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소통을 이뤄내야만 한다. 덫을 놓고 상대를 궁지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주 앉아 둘러앉아 궁리하며 대화하며 좋은 혜안을 찾아내는 것. 다툼과 갈등의 시대, 《숙론》이 제시하는 통찰은 우리를 진정한 소통으로 이끌 것이다.
숙론 :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
(최재천 2024)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으려는 것이다” 통섭의 과학자 최재천 교수가 평생 품은 화두 불통 사회를 소통 사회로 바꾸는 대화 혁명
우리 시대의 지성인 최재천 교수가 9년간 집필해 마침내 완성한 역작 《숙론》을 출간한다. 갈등과 분열을 거듭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손잡을 수 있을까? 최재천 교수가 찾은 해법은 ‘숙론(熟論, Discourse)‘이다. 숙론이란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는 말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이 왜 다른지 궁리하는 것, 어떤 문제에 대해 함께 숙고하고 충분히 의논해 좋은 결론에 다가가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난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저자 자신이 직접 숙론을 이끌었던 사례를 담았다. 대학교수로서 줄기차게 시도했던 토론 수업, 생태학자로서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제돌이’를 바다로 풀어주기까지의 과정, 위원장으로서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회의를 주재한 경험까지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이윽고 두들겨 패기보다 두루 살피는 대화가 불통을 소통으로 바꾼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지금 여기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마주 앉아 제대로 하는 대화다. 이기기보다 이해하는 대화다. 일방 지시가 아니라 쌍방 대화다. 자기 목소리만 높이기보다 낮은 목소리를 경청하는 대화다. 모욕하기보다 모색하는 대화다. 굴복시키기보다 회복하려는 대화다. 무너뜨리기보다 무릅쓰고 합의하려 애쓰는 대화다. 천둥 치듯 윽박지르기보다 찻잎처럼 우러나는 대화다. 그런 대화들의 합이 숙론이다.
최재천 교수는 말한다. 소통은 노력의 산물이라고.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을 넘어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는 숙론 문화가 정착된다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존경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념·젠더·세대·계층·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격화하는 갈등이 줄어든 합리적 사회가 도래할 날을 고대하며, 대한민국 국민과 국회의원 300명에게 『숙론』을 권한다.
프롤로그_혁명 전야, 숙론의 동이 튼다
1부 숙제(宿題) - 재미있는 지옥, 대한민국의 난제들
- 갈등과 소통―슬기로운 사회를 위하여
- 이념 갈등―흑백과 좌우 말고 없는가
- 지역 갈등―작은 땅덩어리에서 왜 늘 다투는가
- 계층 갈등과 빈부 갈등―빈곤의 사실과 진실은 무엇인가
- 남녀 갈등―남성과 여성은 정말 다른가
- 세대 갈등―저출생과 고령화에 해법은 없는가
- 환경 갈등―경제성과 생태성의 평형은 가능한가
- 다문화 갈등―정복할 것인가, 다정할 것인가
2부 교육(敎育) - 같은 견해와 다른 견해를 알고 사랑하는 시간들
- 토붕와해(土崩瓦解)―우리 교육의 안타까운 현실
- 누구나 꽃피울 잠재력이 있다
- 끌려가지 않고 끌고 간다
- 읽기 쓰기 말하기
-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
- 섞이면 건강하고 새로워진다
- 손잡아야 살아남는다
3부 표본(標本) - 앵무새 대화와 헛소리를 하지 않는 본보기들
- 하버드생―암기보다 질문한다
- 테드 카펄―바로 들이대지 않는다
- 브라운 백 런치 미팅―격의 없는 대화에서 배운다
- 롤런드 크리스튼슨 교수 워크숍―사례를 연구한다
- 주니어 펠로우―학문 간 경계를 넘나들며 생각한다
- 통섭원―발제, 지정토론, 종합토론까지 머리를 맞댄다
- 위원회―문제를 인식하고 파악하고 해결한다
- 경협―함께 손잡고 경쟁에서 이긴다
4부 통섭(統攝) -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는 시나리오들
- 위원장 동지
-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
-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 몽플뢰르 콘퍼런스
-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5부 연마(練磨) - 바람직한 숙론을 이끄는 기술들
- 숙론의 목적과 진행중재자의 역할
- 적정 환경을 조성하라
- 너 자신을 알라
- 치밀하게 준비하고 유연하게 진행하라
- 규칙부터 합의하라
- 발언 정리할 시간을 허하라
- 기꺼이 ‘선의의 악마’가 돼라
- 막히면 쪼개라
- 필요하면 열정도 가장하라
-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라
에필로그: 토론을 넘어 숙론으로
책 속으로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면에서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유독 토론만큼은 못해도 너무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배우지 못해서 그렇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모든 학습을 토론으로 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제대로 된 토론 수업을 받아본 사람이 거의 없다. 배워본 적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학교에서 가르치면 능히 잘할 수 있다. 정규교육에 토론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사회 곳곳에서 토론의 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토론의 꽃이 만개할 날을 대비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토론을 이끌 진행자를 양성해야 한다. 토론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은 차고 넘친다. 나는 좀 다른 각도의 책을 쓰기로 했다. --- p.22
나는 미국 어느 인디언 보호 구역의 학교에 새로 부임한 백인 교사의 일화를 늘 가슴에 품고 산다. 시험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아이들이 홀연 둥그렇게 둘러앉더란다. 시험을 봐야 하니 서로 떨어져 앉으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어리둥절해하며 이렇게 말하더란다. “저희들은 어른들에게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상의하라고 배웠는데요.”우리 중에는 철저하게 혼자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늘 여럿이 함께 일한다. 대학의 문을 나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거의 모두 협업 현장에 던져지건만 학교 체제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철저하게 홀로서기만 배운다. --- p.85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대담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진행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후보자를 궁지에 빠뜨려야 훌륭한 진행자로 평가받는다. 이럴 때마다 나는 도대체 우리가 뽑으려는 대통령이 과연 어떤 대통령인지 묻고 싶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얼마나 잘 대처하는가를 평가하는 게 목적인 듯 보이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혹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얼마나 공정하게 국정을 운영할지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임기응변에 능한 미꾸라지 혹은 기름장어를 뽑으려는 것인가? 대담이나 인터뷰가 너무나 긴장감 없이 흘러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이나 보는 게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건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하는 짓이다. --- p.99~100
몽플뢰르 콘퍼런스는 우리에게 아무리 이질적이고 심지어는 적대적인 상대들이라도 고민과 상상력을 공유하고 동행하면 민주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을 던져주었다.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하려 서두르거나 동의를 강요하지 않고 자기 입장과 시각을 뛰어넘어 함께 대화하며 공동의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는 중립적인 제3의 조정자 역할이 중요하다. 모든 참여자의 의견을 고루 경청하고 특정 집단의 편향된 시각에 휘둘리지 않을 애덤 카헤인 같은 탁월한 진행중재자를 초빙해 진행 과정의 전권을 맡긴 것이 성공의 결정적 관건이었다. 그의 중립적이면서도 노련한 리더십은 다분히 편향적이었던 참가자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며, 더 나아가서는 그들이 속한 조직의 집단적 사고에도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는 집권 정치 세력의 긍정적 사고도 이끌어냈다. --- p.158~159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다. 잘되면 신기한 일이다. 소통이 당연히 잘되리라 착각하기 때문에 불통에 불평을 쏟아내는 것이다. 소통은 안 되는 게 정상이라 해도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가 우리를 가리켜 사회적 동물이라고 규정했다. 소통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힘들어도 끝까지, 될 때까지 열심히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가 숙론을 통한 소통을 배워야 할 때다. --- p.160
숙론 반응의 기저를 떠받치는 것은 무엇보다 진행중재자의 열정이다. 하품만 전염성이 있는 게 아니다. 열정도 전염된다. 진행자가 하품하면 모둠 전체가 졸음에 빠진다. 그러나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숙론이 진행되는 내내 열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탁월한 숙론 진행을 원한다면 바람직한 마음가짐을 훈련해야 한다. 열정도 가장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기꺼이 연기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첫사랑을 대하듯” 숙론 모둠을 대하라고 가르친다. 나는 교수로 살아온 평생 수없이 자주 첫사랑을 경험한 셈이다. 일방적 강의보다 숙론 수업은 훨씬 더 어렵지만 그만큼 짜릿하다. --- p.196~197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상대의 발언이 아무리 난해해도 말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고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은 일상적 인간관계에도 중요한 기술이지만 숙론을 이끄는 진행중재자가 갖춰야 할 덕목 중 단연 으뜸이다. 대담이나 숙론이나 자신이 말을 잘하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느냐가 중요하다. --- p.199
이 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300명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에게 일일이 사인해서 선물하고 싶다. 부끄럽지만 서로 마주 앉아 얘기하는 법을 제일 먼저 배워야 할 사람들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아니라 이 땅의 국회의원들이기 때문이다. (…)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국민은 반드시 정치도 다른 모든 분야처럼 세계가 칭송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말리라 나는 확신한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 우리 모두 새로이 습득할 숙론의 힘이 있을 것이다. 조만간 대한민국은 어린이집에서 국회까지 언쟁이나 논쟁을 멈추고 기껏해야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 수준을 넘어 깊이 생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하는 숙론의 꽃이 만개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가 존경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 p.208~210
출판사 리뷰
최재천 교수가 9년간 집필해 마침내 완성한 역작, 《숙론》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과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 다툼이 만연한 시대에 서로 알고 사랑하는 소통의 방식
바야흐로 성난 사회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의견이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 오르고, 정보 제공자와 수용자가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상황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정치 성향과 취향에 맞는 정보만 선별해 보여주고, 같은 견해를 지닌 사용자들끼리 뭉치며 이외의 견해를 배제하는 불통 문제가 전면에 등장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는 이념 · 젠더 · 세대 · 계층 · 환경 등과 관련해 전례 없이 다양한 종류의 갈등과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갈등이 수면 아래 가라앉기보다 세상에 드러나는 현상”은 그만큼 의견 표현이 자유로운 사회가 되었다는 방증이지만, 이 갈등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고 서로 협력해나갈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다.
21세기에는 ‘다양한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연결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통합적 지식’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통섭(統攝, Consilience)‘이란 화두를 던졌던 최재천 교수. 그가 지금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대화라고 말하며, 이를 가능하게 만들 초석을 다지고자 9년간 공글린 책 《숙론》을 출간한다. 이 책에서 최재천 교수는 우리 사회의 현안을 짚으며, 상충하는 견해가 어떻게 대립을 넘어 진정한 소통에 이를 수 있을지를 논한다. 교육자로서, 생태학자로서, 정부나 사회단체가 만든 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경험한 문제 해결법과 합의 도출법, 소통법을 총망라해 풀어놓는다.
1980년대 하버드대에서 공부하고 수업 조교를 맡았을 때부터 ‘학생 중심 토론’ 수업을 체득하고 이끌었던 최재천 교수는 1994년 서울대에 부임한 이래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에 그것을 적용하려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2012~2013년, 수족관 쇼를 하던 돌고래 ‘제돌이’를 포함해 다섯 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수행하며,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숙론을 통해 성공적 야생 방류를 이끌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반세기 가까이 교단과 사회에서 줄기차게 숙론 모임을 이끌어오며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세계 경제 10위권에 올라선 우리 사회가 다시 도약하고 내적으로 성숙하려면, 과학 기술뿐 아니라 무엇보다 숙론 문화가 필요하다고. 그러면서〈100분 토론〉 〈백지연의 끝장토론〉 등에서 대중이 익히 봐왔던 토론의 방식과 목적에 의문을 던진다. 토론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기 생각을 가다듬는 행위가 아니라 “기어코 상대를 제압”하려는 행위로 굳어졌다는 것. 이에 토론을 넘어선 숙론을 주창한다.
숙론(熟論, Discourse)이란 ‘누가 옳은가(Who is right?)’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What is right?)’를 찾는 과정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함께 숙고하고 충분히 의논해 좋은 결론에 다가가는 행위다. 《최재천의 공부》에서’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그는, 《숙론》에서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며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을 넘어 서로 존중하며 대화하는 숙론 문화가 정착된다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존경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가 제시하는 숙론은 갈등에 빠진 우리 사회뿐 아니라 다른 견해를 가진 상대와 대화해야 하는 우리네 일상에 소중한 성찰을 전한다.
남아공 몽플뢰르 콘퍼런스에서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까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풀어내기 위한 숙론의 지혜 대한민국을 바꿀 새 공론장이 펼쳐진다!
《숙론》은 총 5부로 구성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숙론이 필요한 이유, 바람직한 숙론 예시와 자신이 직접 이끌었던 숙론 현장, 원활한 숙론 진행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준다. 대학 강단에 선 지 어언 4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은 통찰과 경험, 지식과 지혜를 아낌없이 펼쳐놓으며 독자를 흥미진진한 숙론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1부 〈숙제(宿題): 재미있는 지옥, 대한민국의 난제들〉은 이념 · 젠더 · 세대 · 계층 · 환경 등과 관련해 깊은 갈등과 불통에 빠진 우리 사회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다양한 사료와 근거로 사회 갈등의 원인과 추세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동물행동학자로서 동물의 의사소통과 인간의 의사소통을 비교하며 진정한 소통에 이르는 어려움을 숙고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미처 민주적 소통 능력을 갖추지 못해” 갈등이 곪아 터진 상황이라 판단하고, 숙론 문화의 전면적 도입을 제안한다.
2부 〈교육(敎育): 같은 견해와 다른 견해를 알고 사랑하는 시간들〉은 사회의 민주적 소통 능력 부재의 근원을 교육으로 지목하고 그 해결책을 논한다. 저자는 학교가 “공존을 위한 협력과 배려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오로지 신분 상승을 꾀하는 경쟁의 각축장”이 돼버린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우리 교육을 ‘흙이 무너져 내리고 여기저기 기왓장이 쪼개진다’라는 뜻의 ‘토붕와해(土崩瓦解)‘의 상황에 빗댄다. 이에 학습 다양성 확보, 숙론 수업 등 교육 개선 방안을 꺼내며 ‘홀로서기’가 아닌 함께 논의하고 머리를 맞대게 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3부 〈표본(標本): 앵무새 대화와 헛소리를 하지 않는 본보기들〉은 저자가 학생으로서, 그리고 교수로서 익히고 적용해온 숙론에 대해 담았다. 1979년 미국 유학 생활을 시작하고 하버드대 등에서 숙론 수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직접 겪은 내용을 상세히 되짚는다. 하버드생들이 왜 숙론의 달인이 될 수밖에 없는지, 미국의 명예교우회(Society of Fellows) 시스템이 어떻게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활발한 통섭의 환경을 조성하는지 등은 오늘날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4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의 내용에서는 우리 교육 환경에 숙론을 적용하려는 저자의 분투를 살펴볼 수 있다. 이를테면 미국의 명예교우회를 본떠 이화여대에 통섭원(統攝苑)을 세우고 정기적으로 심포지엄을 열어 숙론의 방법을 갈고닦는다. 학생들이 직접 위원회를 열어 사회문제를 적극 논의하게 하고, 따로 또 같이 협력하는 법을 길러주기 위해 단체 평가와 개인 평가를 적절히 활용한 대학 수업의 방식을 이야기한다.
4부 〈통섭(統攝):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는 시나리오들〉은 남아공의 몽플뢰르 콘퍼런스를 숙론의 이상적 예시로 들고, 저자 자신이 직접 이끌었던 위원회의 활동을 복기한다. 몽플뢰르 콘퍼런스는 1990년 넬슨 만델라가 석방되며 혼란에 빠진 남아공의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진행했던 국가 회의다. 대립하는 단체의 교섭을 이끌어온 전문가를 초빙해 약 1년간 워크숍과 대국민 소통을 진행하며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두고 민주적 합의를 도출했다. 그 결과 극한의 사회 갈등을 극복하고 초이념적 · 초당파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 극적 사례에서 진행자의 역할, 합의를 통한 숙론 과정을 제대로 밟아나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이끈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의 통섭적 회의도 자세히 돌아보며 올바른 숙론을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과 제반 조건에 대해 조언한다.
마지막 5부 〈연마(練磨): 바람직한 숙론을 이끄는 기술들〉은 성공적 숙론을 위한 방법들을 알려준다. 진행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어떤 환경과 규칙을 마련해야 하는지, 숙론 과정에서 무엇이 금물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무엇보다 저자는 ‘토크쇼의 제왕’으로 불리는 앵커 래리 킹의 사례를 들어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참가자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만큼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은 원래 어려운 것이다” 소통의 본질과 그것을 끝내 이루기 위한 체계적 접근법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에서 상대와 협력하는 숙론으로
동물행동학자인 저자는 평생 동물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며 인간 사이의 불통을 오랫동안 고민했고, 예상보다 싱거운 결론에 다다랐다고 밝힌다. 바로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라는 것. 동물행동학에서는 오랫동안 동물 간 소통을 상호 협력적 행동으로 이해하다가, 그것을 송신자(sender)가 수신자(receiver)를 조종하려는 의도적 행위로 규정하는 새로운 관점이 제시됐다. 즉, 그 관점에서 소통은 ‘협력’이 아니라 ‘밀당’의 과정이라는 것. 그렇다면 소통은 당연히 일방적 전달이나 지시가 아닌, 당사자 간 지난한 대화와 타협의 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불통에 섣불리 실망하지 말고, 어려운 소통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은 안 되는 게 정상이라 해도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기에,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것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알면 사랑한다”라는, 저자가 오랫동안 대중에게 전해왔던 구절은 소통의 본질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성공학의 대가 카네기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 “알면 용서한다”라고 말했듯, 우리는 서로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고 시기한다.” 나아가 “인간은 상대를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본성을 타고났”으며, 그렇기에 이해관계로 얽힐수록 서로 마주 앉아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저자는 숙론 문화의 중요성을 짚으며,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개한 ‘살롱 문화’처럼, 우리 사회와 일상에서도 서로 충분히 대화하고 이해하는 분위기가 싹트기를 염원한다.
말이 통한다는 것, 그것은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소통은 노력의 산물이다. 세상에는 성공한 소통보다 실패한 소통이 더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소통을 이뤄내야만 한다. 덫을 놓고 상대를 궁지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주 앉아 둘러앉아 궁리하며 대화하며 좋은 혜안을 찾아내는 것. 다툼과 갈등의 시대, 《숙론》이 제시하는 통찰은 우리를 진정한 소통으로 이끌 것이다.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 2022)
시인의 마음으로 생태계를 탐구해온 최재천 교수 삶을 위한 공부를 말하다
『최재천의 공부』는 동물과 인간을 깊이 관찰해온 최재천 교수가 10여 년 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책으로,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공부에 관한 생각을 총망라한다. 인생 전반에 걸쳐 공부가 왜 중요하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그동안 제대로 논의된 적 없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톺아보고 미래상을 그려보며 청사진을 제시한다. 하버드대학교 시절 몸소 체득한 경험, 서울대학교에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시절까지 있었던 강의,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섭적 시야 등이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수많은 청소년과 부모, 청년과 중년, 정부와 기업이 자연과학계의 대가인 최재천 교수에게 물었다.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나요?” “많은 일을 하면서 느긋하게 사는 비결이 있나요?” “아이를 잘 키우는 묘책이 있나요?” “전 지구적 재난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떤 인재를 뽑고 길러야 할까요?” 인생의 길, 교육의 길, 정책의 길, 경영의 길, 각자가 찾고자 하는 길의 갈래는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사는 길을 찾고 싶어서 배우고 싶다는 것.
“벽돌을 쌓듯 빈틈없이 공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1분 1초를 다투지 않고 마감 1주일에 앞서 해치웁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일이어야 합니다” “스승은 제자의 발을 밟지 말아야 합니다” “동물스러운 교육을 합시다”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줍시다” “토론으로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갑시다”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됩니다!” 이번 책에서 최재천 교수는 우리가 궁금했던 질문들에 때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때로는 단단한 직설화법으로 말을 건다. 생각의 창을 열어주고 배움의 방향을 넓혀주는 지도를 펼쳐보인다.
전주. 삶을 즐길 권리-최재천
1부. 공부의 뿌리: 누구나 꽃피울 잠재력이 있다
- 제대로 교육을 생각할 시간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배움과 깨움
-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주자
- 나에게 공부란 무엇인가
- 수학의 민낯을 보다
- 수포자에서 수학 천재로 거듭나다
- 시험과 평가가 달라지면 된다
2부. 공부의 시간: 끌려가지 않고 끌고 간다
- 공부의 집을 짓는 기술
- 스스로 길을 내며 방향 찾기
- 일에 휘둘리지 않고 삶을 지키기까지
- 홀로 있을 때 생각은 자란다
- 1주일 앞서 한다
3부. 공부의 양분: 읽기 쓰기 말하기
- 친숙함을 낯설게 하는 전략
- 쓰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 칸을 막는 ‘불통’과 삶을 나누는 ‘소통’
- 글쓰기가 키워내는 힘
- 공부의 한 축은 학습량
- 나의 생각이 자리 잡는 글쓰기
- 무엇을 어떻게 읽을까
- 독서는 빡세게 한다
- 까짓것 당당하게 말한다
- 겁먹지 않고 들이댄다
- 토론으로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간다
-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오늘의 숙제
4부. 공부의 성장: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
-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 창의력은 경험에서 나온다
- 각자의 더듬이를 존중한다
- 마음이 가는 방향을 좇는다
- 스승은 제자의 발을 밟지 않는다
- 온몸으로 뇌를 깨운다
5부. 공부의 변화: 섞이면 건강하고 새로워진다
- 21세기 미래 지식 지도
-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자
- 자연을 가까이하면 최소한 똑똑해진다
- 거름이 되고 꽃이 되고
- 우리는 왜 서로에게 배타적일까
- 승자독식 경쟁에서 공생으로
- 대학은 어떤 개혁을 준비해야 하는가
6부. 공부의 활력: 손잡아야 살아남는다
- 밥심은 우울의 처방전
-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
- 자존감을 높이는 기술
- 왕성한 활동의 비결
- 삶으로서의 배움
책 속으로
평소에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자꾸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공부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교육의 내용이 사실을 분별할 수 있도록 채워져야 하고요. 진실을 말하는 전문가들의 말이 일반인에게 신뢰를 받아 통용될 수 있도록 사회의 갈등이 잦아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위정자들이 힘써 노력해야 하지요. 갈등의 골이 깊으면 진영 논리로 사실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커집니다. 저는 무엇보다 앎이 가져오는 사랑이 소중하다고 여겨요. 우리 인간은 사실을 많이 알면 알수록 결국엔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 p.39
시험을 치르지 않고 성적을 내는 방법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시간과 노력이 훨씬 많이 들어요. 시험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죠. 제가 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시험을 안 보는 방법을 택했을까요? 좋은 고등학교에 착실하게 다녔는데도 대학 입시에 두 번 떨어졌던 저의 현실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에요. ‘몇 년을 준비하고 재수까지 했는데, 왜 단 하루 만에 치른 시험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지어질까? 이 시험을 1년 내내 펼쳐서 하면 어떨까?’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이 ‘평가가 달라지면 된다’였습니다. 저는 긴 시간을 주고 평가하는 방식에서 제법 잘했어요. 우리는 여러 면을 평가할 수 있는데, 기준을 너무 한정시켜 평가합니다. 저는 한판 승부를 겨루는 시험을 없애고, 한 학생을 열몇 가지 부분으로 평가해요. 거의 매일 평가해야만 한 학기 전체 총괄 평가가 나옵니다. 교수 생활 내내 악착같이 했어요. --- p.68
저는 ‘미리 한다’가 습관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1주일을 앞서 끝내고자 결심했는데, 처음엔 잘 안 되더라고요. ‘실제로 1주일이 있다’라는 생각이 제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연습하니까 자동 입력이 됐어요. ‘언제까지 끝내야 하는 일’은 ‘1주일이나 2주일 전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됐어요. 미리 다 해놓습니다. 남은 기간 저는 다른 일을 하다가 갑자기 30분 정도 여유가 생기면 그때 다시 그 일을 살펴봅니다. --- p.102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나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나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우실 거예요. 100세 시대에 20대 초에 배운 지식으로 수십 년 우려먹기가 불가능합니다. 학교를 다시 들어갈 게 아니라면, 결국 책을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입해야 하죠.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 p.146
제 연구실에서, 또 국립생태원장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실수한 사람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실수한 사람을 꾸짖지 않는다’라는 철칙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요. 제 경영 십계명 중 하나입니다. (…)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내 실수를 별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실수하면 완전히 그 동네에서 매장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더라’가 제 결론이고요. ‘너무 겁먹지 말고 들이대라’가 제 조언입니다. --- p.156
제가 통섭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이래, 우리 사회에서 ‘소통 없이 한 우물만 파라’라는 말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 겁니다. 이제는 대다수가 주변인과 융합해야 한다고 느끼죠. 저의 딴짓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생물학만 내내 공부했다면 저는 지극히 평범한 곤충학자, 어쩌면 신기한 작은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으로만 살아갔을지 모릅니다. 제가 오지랖이 넓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공은, 아무리 생각해도 딴짓밖에 없어요. --- p.191
엄마 침팬지가 새끼가 실패하는 것을 모르지 않아요. 관찰해보면 계속된 실패를 보는 엄마 침팬지의 표정이 착잡합니다. 마치 ‘붙들고 가르쳐봐?’ 이런 고뇌를 하는 듯해요. 사실은 아니겠죠. 관찰하는 저의 감정이 이입됐을 텐데요. 엄마 침팬지는 실패하는 새끼 옆에서 자기 열매만 계속 깨 먹고 있습니다. 가끔은 새끼가 엄마 침팬지 걸 뺏어 먹어요. 뺏기면 할 수 없지만 ‘배고프지? 엄마가 까줄게’ 그러지는 않습니다. 새끼는 배고프니까 어떻게든 기술을 익혀서 먹으려고 엄마 침팬지를 더 세심하게 관찰하겠죠. 마침내 자기가 혼자서 탁! 깨 먹는 순간이 오는 거예요. 우리는 아이를 너무 가르치려고 덤벼드는 것 아닐까? 침팬지가 배우듯이 몸으로 익히면 긴 인생에 훨씬 더 강력한 학습이 될 텐데, 급하게 욱여넣으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 p.233
저는 기숙사 튜터를 하면서 들어주기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7년 동안 학생들을 보살폈다기보다는 제가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받았죠. 나중에 교수가 되어 큰 도움이 됐어요. 밥을 먹으면서 다짜고짜 ‘너 그러면 안 돼.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라고 했을 리는 없잖아요.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캐내려면 말을 잘 걸어야 하죠. 내가 말을 많이 해봐야 알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자연스럽게 듣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 p.280
출판사 리뷰
최재천 교수가 작심하고 쓴 책 우리를 살게 하는 앎이란 무엇인가
평생 자연을 관찰하고 생명 사랑을 실천해온 연구자이자, 인류의 삶을 관통하는 통찰을 제시해온 교육자, 최재천 교수가 꼭 쓰고 싶었던 책 『최재천의 공부』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2016년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우리 들꽃 포토에세이 공모전’ 시상식 사진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에게 무릎을 꿇고 상장을 전달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모습은 많은 이에게 훈훈한 울림을 주었다. 시상자는 바로 최재천 교수였다.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세상을 바라보며 겸손을 실천해온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왜 지금 ‘공부’라는 주제로 우리에게 대화를 거는 걸까?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 교육이 달라지지 않으면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 “다 죽을 것 같은 상황이 벌어져 겨우 서로의 안녕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늘 사회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023쪽)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담론의 장을 열어야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국영수에만 집중하다가 전염병에 걸려 죽는 세상에서 계속 살 수는 없다는 성찰도 있었다.
이 책은 놈 촘스키, 재레드 다이아몬드, 장 지글러, 스티븐 핑커, 지그문트 바우만, 리베카 솔닛, 마사 누스바움, 이해인 수녀 등을 인터뷰한 안희경 저널리스트와 세계적인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1년 여에 걸쳐 나눈 대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간 우리 사회에 “알면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온 최재천 교수의 옹골찬 육성이 생생하게 담겼다.
공부의 뿌리에서 변화까지 살펴야 할 때 한결같은 외길에서 벗어나 철석같은 내 길을 찾기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깊이 생각하다 보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라는 질문까지 닿게 된다. 당장 손안에 돈을 쥐여주지는 않지만, 인생에 힘을 길러주는 책이 필요한 시대다. 최재천 교수는 입시 지옥에서 취업 지옥으로 이어지는 비참에서 벗어나는 궁극적 방법을 이제는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에 대한 대안을 꺼내놓는다.
환경 교사를 일선 교육 현장에 배치해 “아이들에게 환경을 이해하고 관계 맺는 방식”(031쪽)을 알려주자. “일방 변론이 아니라 쌍방 숙론”(116쪽)이 주도하는 정치 플랫폼을 만들자.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대학을 일곱 번, 여덟 번 다녀야 한다.”(266쪽) 시험과 평가가 바뀌면 교육이 달라질 수 있고, 직선과 점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학교가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를 지키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사는 법이 있을까? 최재천 교수는 이것저것 찔러보며 끈덕지게 탐색하고, “뒤져보고 찔러보고, 강의도 들어보고, 책도 읽어보면서”(283쪽)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요것조것 파헤치다 보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걸 발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공부의 집을 짓는 기술을 넌지시 일러주는데, 인생 설계도를 완벽히 세우지 않아도 좋다고 설파한다. 인생은 직사각형 벽돌을 쌓듯 착착 쌓아가는 건축물이 아니라 모난 돌 둥근 돌 큰 돌 작은 돌이 균형을 잡으며 완성되는 유기물이기 때문이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어차피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는 게 낫다. 이런 것에 덤벼들고 저런 것에 덤벼들면, 이쪽은 엉성해도 저쪽에서 깊게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쪽과 저쪽이 얼추 만나더라.’ 깊숙이 파고든 저쪽이 버팀목이 되어 제법 힘이 생깁니다.”(083쪽)
‘N잡러’ 시대, 정말 딴짓을 해도 되는 것일까? 최재천 교수는 “그래도 된다”라고 망설임 없이 답한다. 그의 말이 믿음직한 이유는 그 역시 젊은 시절 여러 번의 실패, 여러 번의 도전, 여러 번의 방황을 하면서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는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마감해야 하기도 합니다. 한 시간 안에 모든 해법을 찾아야 하는 긴박한 삶을 평생 살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문제를 인식하고 숙고할 시간이 충분히”(064쪽) 있다면서 딴짓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기숙사 사감을 하며 배운 것 서울대학교에서 이화여자대학교까지 교수로 생활하며 겪고 느낀 것
세계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학교에서의 생활은 최재천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해준 스승인 에드워드 윌슨 교수를 만났고, 공부의 비결이자 일 잘하는 비법을 터득했다. 바로 1주일 전에 해야 할 일을 미리 해치우는 것. 그는 1주일 전에 할 일을 미리 끝내고 틈날 때마다 여러 번 조금씩 고치는 습관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런 습관 덕분에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지점인 토론하는 법도 하버드대학교에서 깨우쳤다.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 식”(065쪽)의 토론이 아닌,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159쪽)가는 토론이 진정한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풀어놓는다. 그런 그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는 시간만큼 홀로 있는 시간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함께 모여서 해야 할 일도 있지만 혼자서 생각하고 조사하고 읽는 시간”(095쪽)에서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읽기, 쓰기, 말하기’의 힘이 중요한 건 누구나 익히 알고 있지만, 그의 방법론은 색다르다. 그는 글을 쓸 때 1주일 전에 초고를 쓴 뒤 “한 50번”(112쪽) 퇴고하면서 숨쉬기 편한 문장을 만든다. “취미 독서”(146쪽)가 아닌 “기획 독서”(147쪽)를 빡세게 하자고 권한다. 무엇을 어떻게 쓰고 읽어야 할까에 관한 그의 날카로운 시각은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책 읽기에 대해 강연할 때 저는 코끼리가 똥 누는 사진을 화면에 띄웁니다. 코끼리 똥 실제로 보신 적 있으세요? 어마어마합니다. 들어간 게 있어야 나오지 않겠습니까? 어떤 분은 독서를 안 하는데도 글을 제법 쓴다고 말해요.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많이 읽은 사람들이 글을 잘 써요. 읽은 내용을 기억해서 베끼는 게 아니라, 읽으면서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문장이 탄생합니다. 글을 읽지 않은 사람이 글을 잘 쓰는 사례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134쪽)
공부란 한 사람과 한 세상이 아름답게 살기 위한 노력 도발적 질문에서 통섭적 혜안까지 담긴 책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경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년간 최재천 교수는 승자독식 사회에 일침을 놓으며 “군림(君臨)이 아니라 군림(群臨)해야 한다”라는 지론을 펼쳐왔듯, 이 책 속에서 1인자가 독선으로 사로잡혔을 때의 폐단과 모두가 공생하는 삶의 중요성을 동물 세계에 빗대어 들려준다. “침팬지 사회를 예로 들면, 동맹을 맺은 여러 수컷이 기존의 알파 자리에 있는 수컷을 두들겨 패 무너뜨리고, 바로 그 동맹관계에 있는 수컷 중에서 하나가 새로운 우두머리를 차지합니다. 우두머리 침팬지가 협력한 동료 침팬지에게 권력을 나눠주지 않으면, 동료 침팬지들이 다시 다른 침팬지들이랑 동맹을 맺고 호시탐탐 노리다가 우두머리 침팬지를 몰락시킵니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는 거죠.”(258~259쪽)
코로나19 같은 대재앙이 일어나면서 나와 내 가족부터 살고자 하는 태도는 나와 내 가족조차 살리지 못하는 자세라는 걸 우리는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잘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질투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따돌리지요. 충분히 아는 사이에선 대개 그런 짓을 못 하잖아요.”(238쪽) “손을 잡은 자들이 미처 손도 잡지 않은 독불장군을 몰아내고 함께 사는 곳”(010쪽)이 자연이라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슬기롭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깨우치게 된다.
『최재천의 공부』는 다독임을 넘어 행동하게 만드는 인생 공부 책이다. 책에는 이런 메시지가 스며 있다.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들여다보며 바닥난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인간 사회 자연을 알아가려는 기꺼운 노력이며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기 위한 분투다.
이 책은 안희경 저널리스트의 밀도 높은 질문과 최재천 교수의 가감 없는 답변으로 이루어졌다. 책 속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두 저자의 질문과 답변이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독자는 서서히 책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자연계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온 그의 삶이 깃든 공부 이야기”(297쪽)가 당신의 일상에 “은근한 변화”(297쪽)를 일으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