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 @신상규 #정보철학 와 책 좋다. 다 추가하자! 체화된 인지까지
- 생성
관련메타
BIBLIOGRAPHY
마크 롤랜즈. 2012. 철학자와 늑대. Translated by 강수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42658500.
———. 2014.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 Sf영화로 보는 철학. Translated by 신상규 and 석기용.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759446.
———. 2016. 굿 라이프 - 마지막까지 후회 없는 삶,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위한 인생철학. Translated by 강수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33085255.
———. 2018. 동물도 우리처럼 : 학대받는 모든 동물을 위한 성찰. Translated by 윤영삼. https://www.yes24.com/product/goods/62627340.
———. 2022. 철학자와 달리기 - 중년의 철학자가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와 성찰. Translated by 강수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4292343.
———. 2024. 새로운 마음 과학 - 확장된 마음으로부터 체화된 현상학까지. Translated by 정혜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0102133.
———. 2025. 네 발의 철학자 - 타고난 철학자 개에게 배우는 단순명료한 행복의 의미. Translated by 강수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5423222.
관련노트
- @디르크그로서 #삶과사랑에빠진아이처럼 #일상 #신비주의자
- @다마지오 @마뚜라나 @바렐라 #자기생성 #인지 #앎의나무 #구성주의 #신경생물학 #체화인지
- @조니톰슨 필로소피랩 철학 입문 개념어
- @남경태 #개념어 #현대철학 #철학사
저 : 마크 롤랜즈 (Mark Rowlands)
영국 웨일스 뉴포트 출신의 괴짜 철학자이자 현재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다. 그가 11년간이나 동고동락했던 그의 오랜 친구 늑대 브레닌 이야기는 세계 15개국에서 출간되고 전 유럽 아마존 6년 연속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대표작 『철학자와 늑대』 덕에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젊고 매사 삐딱했던 저자는 이 놀라운 책에서 가슴 찡한 늑대의 철학을 빌려 우리 인간의 모습을 날것으로 보여 줘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제 두 아이의 아빠이자 나이 오십을 2년 앞둔 저자는 한편으로는 여전히 까칠하지만 전반적으로 완숙해진 중년의 철학자 모습으로 다시 우리 앞에 섰다. 이번에는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웨일스의 돌산에서, 프랑스의 해변에서, 플로리다의 늪지에서 그리고 마이애미의 마라톤 출발선에서 달리고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의미를 전한다. 특히 나이 들어 비로소 얻게 되는 진정한 자유와 끝없이 반복되는 환희의 세계로 안내한다. 주요 저서로 대표작 『철학자와 늑대』를 비롯해 『동물권』 『동물의 역습』 『동물은 윤리적일 수 있는가』 『SF철학』 『내가 아는 모든 것은 TV에서 배웠다』가 있다.
@마크롤랜즈 철학자와 늑대
(마크 롤랜즈 2012)
- 마크 롤랜즈 강수희
- The Philosopher and the Wolf
소개
나는 인간이 무엇인지를 늑대에게 배웠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보다도 나이가 어린 27살 철학 교수, 허구한 날 술 마시고 파티를 즐기며 화려한 솔로로 살던 어느 날, 삶에 난 작은 구멍 하나를 발견한다. 어릴 때부터 큰 개들과 어울려 지낸 그는 ‘개’가 필요했다. 그때 마침 신문에 난 광고, “96% 새끼 늑대 판매!” 속는 셈 치고 구경을 간 철학자는 이성을 잃고 만다. 보송보송한 털, 꿀처럼 노란 눈, 모난 데 하나 없이 동글동글한 새끼 늑대에게 한눈에 반했다. 농장주는 철학자에게 혼혈종 늑대개가 아니라 100% 늑대라고 속삭이지만, 이미 마음은 엎질러진 물. 즉석에서 입양하고 만다!
야성을 간직한 채 인간 세계에 동참한 늑대와 그의 소울메이트 괴짜 철학자의 우정에 관한 놀라운 실화를 다룬 책이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세계에 동참해 상상 초월의 세상살이를 했던 한 마리 늑대의 삶이 펼쳐진다. 도로 위에, 쇼핑센터에, 비행기에, 페리의 갑판 위에서 늑대는 인간과 함꼐 살아간다.
11년 동안 실과 바늘처럼 함께한 그들의 모험담을 통해 실존하는 인간 그 자체와 우리가 인정하기 싫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유머와 감동으로 풀어낸다. 한 마리 늑대에 관한 동물기이자, 인간의 진실에 관한 가장 독창적인 대중 철학서이자 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미래에 관한 에콜로지 같은 책이다. 또한 저자는 늑대뿐 아니라 늑대라는 거울에 비친 인간의 진실 또한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철학자이자 반휴머니스트인 존 그레이에게 “인간 자신에 대한 시각을 재평가하는 역사적인 책”이라 불리는 등 전 세계 주요 언론과 철학·생태학계 인사들로부터 극찬 받았다. 2008년 출간된 후 유럽 서점가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해 늑대앓이에 빠진 15개국 독자들은 지금까지 저자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있다. 이성의 대표주자 철학자가 야성의 대표주자 늑대와 함께 어울려 빚는 풍성하고 이색적인 삶의 화음을 보여준다. 과연 지성과 야성은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변을 보여준다.
- ‘철학자와 늑대’영상보기*클릭*
우리도 한때 길들지 않은 동물이었다
- 인간의 빈터
- 너무도 영장류적인
- 인간과 늑대 사이에서
나의 늑대가 되어 줄래?
- 인생, 야생을 초대해 버렸다
- 큰 개가 필요해
- 요 녀석, 귀엽지만 파괴적인
- 왜 복종해야 한단 말인가
- 목줄 풀고 나란히 걷기
-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 때로는 동생처럼, 때로는 형처럼
강의실에서 하울링을
- 기상천외한 강의계획서
- 여심 사로잡는 법
- 놀이 본능 + 싸움 본능
- 말은 해도, 거짓말은 못 한다
- 사회적 지능의 핵심
- 사회적 정서의 착각
- 속임수
- 독심술
- 고의성
- 오직 인간만이 정의롭기에 충분하다
너에게 길드니, 사람이 보인다
- 좀 거칠게 놀아 보자
- 아름다운 활주
- 감전의 추억
- 사악한 전기 왕복 상자
- 악은 의외로 평범하다
- 약한 것에서 악한 것으로
- 삶이 나를 물어뜯을 때
늑대의 사전에 계약이란 없다
- 성자와 늑대
- 신과 늑대
- 구멍 난 사회계약
- 자연과 문명, 어느 쪽이 더 야만적인가?
- 레스토랑의 아비규환
- 늑대와 소와 참치의 계약
- 믿음으로 만든 구조선을 타고
행복이란 게 토끼보다 좋은 거야?
- 누군가 네가 늑대란 사실을 알아챈다면
- 지구 한 귀퉁이, 우리들만의 은신처
-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하냐고?
- 행복에 중독된 세상
- 평생, 딱 한 번?
- 잡힐 듯 말 듯 너는 토끼를, 나는 생각을 쫓고
- 불편하지만 좋은 것
- 행복은 감정이 아니야
아직은 너를 보낼 수 없어
- 알코올 중독자와 세 마리 동물의 런던 일기
- 프랑스 일기, 지옥에서 보낸 한 철
- 너의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
- 이상한 지옥에서 바라본 이상한 천국
- 사랑의 얼굴들
시간은 롤렉스 시계가 아니잖아
- 돌 유령
- 영원한 여름
- 너 없는 하늘 아래, 네가 잃은 것을 찾다가
- 미래는 명품 시계가 아니다
- 시간의 화살
- 니나의 시간은 둥글게 둥글게
꿈속에서 다시 만나자
- 둘만의 산책길
- 시지프스를 바라보다
- 하루하루, 시지프스의 한 발자국
- 인생 최고의 순간
- 삶을 향해 으르렁거리다
- 최후의 나
- 나의 늑대 형제에게
- 감사의 글
- 옮긴이의 글
책 속으로
늑대는 전통적으로 인간의 어두운 면을 대표하는 것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이것은 여러 측면에서 모순적인데, 우선 어원만 보아도 그렇다. 그리스어로 lukos인 늑대는 빛light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leukos에 매우 가깝다. 두 단어는 보통 동의어로 사용되었다.…아폴로는 태양의 신이자 늑대의 신으로 여겨져 왔다. --- p.15
우리는 늑대의 그림자 속에 서 있다. … 늑대의 그림자란 늑대가 드리우는 그림자가 아니라 늑대가 발하는 빛 때문에 인간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말한다. 그리고 이 그림자 속에 서서 우리를 뒤돌아보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인정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본질이다. --- p.16
가끔 수다쟁이 영장류 대신 내 안의 과묵한 늑대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p.23
훈련을 시키는 주체는 내가 아닌 세상이다.--- p.46
간단히 말해 개는 늑대와 매우 다른 환경을 체화해 왔다. … 특히 개는 사람에게 의지하도록 강요되었다. 개는 거꾸로 인간을 이용해 다양한 인지 및 기타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을 고안했다. 개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매우 유용한 정보 처리 장치이다.--- p.52
누군가를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들이 형성하도록 도와준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p.72
끝까지 붙으면 상대 개는 곧 숨이 끊어질 것이다. 이런 투지에 찬 녀석이 아침마다 내 얼굴을 핥으며 모닝 키스를 하거나, 하루에도 여러 번 내 무릎에 올라와 쓰다듬어 달라고 한다는 게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두 가지 모습의 브레닌 모두 내가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녀석이었다.--- p.86
늑대도 개도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이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p.88
오랜 진화의 역사에서 우리는 늑대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었다. --- p.93
화성에서 온 동물행동학자가 늑대와 인간의 성생활을 비교 연구한다고 가정해 보자. 섹스를 한다면 즐기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굳이 신경을 쓰지 않는 늑대의 태도가 여러 면에서 더 건전하고 절제되어 있다고 결론 내리지 않을까? --- p.106
내 안의 영장류는 약함을 다루는 심술궂고 우아하지 못한 생명체이다. 그것은 다른 존재를 조작하고 또 그 부작용으로 스스로도 고통받는 약함이며, 삶의 발판인 도덕적 악을 허용하는 약함이다. 하지만 늑대의 기술은 힘에 기반하고 있다. --- p.149
라그나뢰크가 오면 거대한 펜리스울프의 아래턱은 대지를 긁어 대고 위턱은 하늘의 천장에 닿을 것이다. 이때 늑대의 입에서 침이 흘러 강물을 이루었다고 전해지며, 그 강의 이름은 ‘희망’이다. 라그나뢰크가 올 때까지 펜리스울프를 결박할 끈의 이름은 글레입니르Gleipnir,위선자라는 뜻이다.--- p.164~165
홉스는 자연을 약육강식의 세계로 규정했다. 나에게 자연이란 집으로 막 데려왔던 새끼늑대를 연상시킨다. 꼭 껴안아 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커다란 갈색 털북숭이 곰 인형, 그러나 파괴력을 겸비했던 브레닌 말이다. 왜냐하면 브레닌이 나의 문명 세계에 들어오기 전에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자연은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 야만스럽지는 않다.--- p.183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 우리 중 일부는 왜 개를 사랑하는가? … 곰곰 생각해 보니 이런 비유가 좋겠다. 개들이 우리 인간의 영혼 속에 오래도록 잊혀져 있던 깊은 구덩이를 파내기 때문이라고. 그 구덩이 속에는 영장류가 되기 이전의 우리가 살고 있다. 그것은 바로 한때 늑대였던 우리의 모습이다. --- p.186
행복이 무엇이든 그것은 감정이다. 영원토록, 부질없이, 감정을 추구하는 존재. 그것이 인간의 정의이다. --- p.208
인간과 달리 늑대는 감정을 좇지 않는다. 그들은 토끼를 쫓는다. --- p.212
때로는 삶에서 가장 불편한 순간이 가장 가치 있기도 하다. 가장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 p.221
영장류에게 소유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영장류는 자신이 소유한 것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한다. 하지만 늑대에게 중요한 것은 소유의 사실이나 소유의 정도가 아니다. 늑대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늑대가 되느냐는 것이다.--- p.318
나는 도덕적 문제에 있어서는 결과주의자이다. 행위는 순전히 결과에 따라 옳고 그름이 판단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 좋은 의도로 포장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철없는 독신남, 속 깊은 늑대를 만나 길들여지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보다도 나이가 어린 27살 철학 교수, 허구한 날 술 마시고 파티를 즐기며 화려한 솔로로 살던 어느 날, 삶에 난 작은 구멍 하나를 발견한다. 어릴 때부터 큰 개들과 어울려 지낸 그는 ‘개’가 필요했다. 그때 마침 신문에 난 광고, “96% 새끼 늑대 판매!” 속는 셈 치고 구경을 간 철학자는 이성을 잃고 만다. 보송보송한 털, 꿀처럼 노란 눈, 모난 데 하나 없이 동글동글한 새끼 늑대에게 한눈에 반했다. 농장주는 철학자에게 혼혈종 늑대개가 아니라 100% 늑대라고 속삭이지만, 이미 마음은 엎질러진 물. 즉석에서 입양하고 만다!
그것은 철학자의 인생을 결정짓고 세계관을 뒤흔드는 만남이었다. 그들의 동거 제1원칙이 (혼자 두면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기에) 어디를 가든 동행한다는 것이었기 때문. 줄도 묶지 않고,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고 나란히. 그게 가능하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늑대 ‘브레닌’은 그 어떤 인간보다 의연하고, 우아했으며, “누구보다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철학자의 ‘늑대 형제’로 성장했다.
늑대, 개의 가면을 쓰고 인간의 위선을 바라보다
저자는 뒷마당에 개를 묶어 두는 사람들에게 호언한다. 전형적인 먹이를 무시하도록 늑대를 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오라고 부르면 오도록 개를 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말이 전도된 것 같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물론 개와 늑대는 다르다. 학자들은 전 세계 500여 견종 모두 15,000년 전 늑대의 후손이라고 추정한다. “늑대가 인간 집단에 애착을 느껴 개가 된 시점”(62쪽)이 있다는 것. 그 후 15,000년간 개는 마법의 세계에 길들여졌다. 반면 늑대는 여전히 역학적 세계에 살고 있다. 그들의 몸속엔 서로 다른 역사가 흐르고 있다. 인간이 지배하는 마법 세계에서는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켜진다. 반면 늑대가 살아온 자연 세계는 부러져 덜렁거리는 나뭇가지 밑으로 지나면 위험하다는 역학적 질서가 지배한다. 이 역학적 지능을 힘이 아닌 논리로 이해시킨다면, 소통도 훈련도 가능하다.(49~51쪽)
브레닌은 4일 만에 목줄 없이 나란히 걷기를 터득해 문밖으로 나섰다. 강의실에서는 길게 하울링하고, 파티장에서는 여심을 사로잡고, 어디를 가나 인기 만점이지만, 브레닌이 늑대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숨겨야 하는 상황에서는 철저히 ‘개’(말라뮤트)라고 사람들을 속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미국은 치밀한 남획 정책 끝에 야생 늑대가 절멸해 가던 시점이었다. 사실상 늑대를 키우는 건 불법. 이런 상황 속에서 늑대는 개의 가면을 쓰고 인간 세계에 어울려 살면서 거꾸로 인간의 가면을 되비추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인간의 가면은 ‘행복 추구’였다. 지금까지 엄청난 크기의 숲이 희생되어 행복의 비결을 알려 주는 책들이 만들어졌지만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까? 저자는 쾌/불쾌와 같은 감각에 의존하여 만족스런 감정 상태를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게 인간이라는 데 착안하여, 인류를 ‘행복중독자’라 칭한다. “요컨대 인류의 가장 명확하고 단순한 특징은 감정을 숭배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일 것이다.”(209쪽) 감정 생산에서 감정 점검으로 초점이 옮겨지는 순간, ‘노이로제’가 발생한다고 한다.(208쪽)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어떤 감정을 좇다 못해, 좇기고 있지는 않은가? 반면 다른 동물들, 말하자면 늑대는 감정이 아닌 실체, ‘토끼’를 쫓는다.
늑대는 먹이를 쫓아 30km를 달릴 수 있는 지구력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브레닌이 토끼의 움직임을 따라 15분까지 숨죽인 채 기다리는 모습을 본 일이 있다. 온몸을 경직시켜 다음 순간을 위해 참고 견디는 일, 그것은 분명 유쾌하거나 즐거운 감정을 선사하진 않을 터. 그러나 브레닌은 토끼를 잡건, 못 잡건, 사냥 시간이 끝나면 눈을 반짝이며 환희에 젖었다. 저자는 그로부터 즐거움과 불편함이 하나 될 때 비로소 행복이 완성된다는 야성의 철학을 발견한다.
지금처럼 길들여지기 전에 나는 누구였을까?
늑대는 아주 오랫동안, 특히 유럽의 동화 속에 등장했고, 대부분 악역을 맡았다. 종종 반인반수 히어로로 변장해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판타지라는 데는 다르지 않다. 우리는 판타지 밖으로 나와서는 단 한 번도 늑대를 만난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책은 아주 새롭다.
보다시피 이 책은 실화다. 옆집에 사는 개 이름이 사실은 늑대인 걸 당신만 몰랐다고 상상해 보자. 도로 위에, 쇼핑센터에, 비행기에, 페리의 갑판 위에, 파티장에, 함께 있었지만 그 존재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말이다. 여기 인간의 세계에 동참해 상상 초월의 세상살이를 했던 한 마리 늑대의 삶이 펼쳐진다. 둘째, 극과 극의 만남 속에서 극과 극의 실체를 말한다. 우리는 미녀와 야수처럼 특이한 만남에 솔깃해 하곤 한다. 책 속의 두 주인공은 완벽한 극과 극의 만남을 보여 준다. 세상을 지배하는 종과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만남이자, 지성과 야성의 만남이다. 인간의 색안경을 벗고 이 만남을 들여다보면 늑대뿐 아니라 늑대라는 거울에 비친 인간의 진실 또한 볼 수 있다.
셋째, 이 책은 늑대를 판타지 속에 구겨 넣었던 우리들, 늑대를 야만과 절대 악의 상징 속에 가두었던 우리도 한때는 늑대였다고 말한다. 야만도 사악함도 아닌 야성 그 자체로서의 늑대 말이다. 귀가 닳도록 들었던, 머리는 내려 두고 가슴은 열라는 말, 그것은 이미 거세된 야성에 귀를 기울이라는 헛된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길들여진 짐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인간이라도 날 때부터 길든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은 바로 세상에 길들여진 채 자신의 참모습을, 삶의 참모습을 잃어버린 사람들 내면에 잠든 야성의 눈을 일깨운다. 즉, 우리 내면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를 찾는 모험이다.
살짝 훔쳐보는 그들의 동거 일기
훈련 일기 / 일단 줄을 잡고 걷는 법을 익히고 나자 줄을 풀고 브레닌을 걷게 하는 것은 놀랄 만큼 쉬웠다. … 하루 30분씩 훈련해서 4일 만에 목줄 없이도 나란히 걷기에 성공했다. 여름이 끝날 무렵 브레닌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기본 언어와 비언어 신호에 익숙해졌다. … 이 훈련은 내가 브레닌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었고 내 생애 최고의 업적 중 하나이다. _57~59쪽
여행 일기 / 정처 없이 표류하는 지식인이었던 나와 함께 살면서 브레닌은 자연스럽게 미국,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_13쪽 모텔은 몰래 녀석을 데리고 들어가기가 쉬웠다. 방 바로 앞에 차를 세우니까, 사무실에서 주차장을 내다보지만 않으면 늑대 한 마리 몰래 들여 넣기야 식은 죽 먹기였다. 브레닌은 앨라배마, 조지아,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등 온갖 대학 캠퍼스의 럭비 경기는 말할 것도 없고 뒤풀이까지 다 참석했다. _79쪽
강의 일기 / 출근 전에 오랜 시간 산책을 했고 사람들이 많은 강의실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강의실 앞쪽 책상 아래 엎드려 잠을 잤다. 데카르트의 ‘외부 세계의 존재에 대한 의심’ 부분을 강의할 때쯤이면 일어나 내 샌들을 물기 시작했다. … 몇 주가 지나자, 녀석은 강의가 반쯤 진행되었을 때 낮잠에서 깨어나 지루하다는 듯 목을 빼고 길게 울곤 했다. 이때 학생들을 흘긋 보면 다들 공감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_76~77쪽
사냥 일기 / 대부분의 시간을 땅에 엎드려 있었고, 근육을 긴장시켜 앞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한 채 주둥이와 앞발은 토끼에게 향해 있었다. … 브레닌이 15분 동안 기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 사냥을 보며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내 인생의 한 부분인 철학이었다. … 브레닌은 가끔씩 녀석이 잡기 너무 벅찬 토끼를 쫓아다녔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해 내기 너무 벅찬 생각을 쫓아다녔다. _214~215쪽
놀이 일기 / 브레닌이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놀이는 소파나 안락의자 쿠션 물고 도망가기였다. … 놀 때는 몰랐다. 그처럼 녀석과 대치하면서 사이드스텝을 연습한 것이 내 럭비 기술 향상에 그토록 도움이 될지.… 브레닌과의 강훈련 덕분에 나는 발끝으로 빠르게 사이드스텝을 밟는 미국 남동부의 날쌘돌이로 등극하게 되었다. _115~116쪽
운동 일기 / 늑대는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발목과 두툼한 발에서 얻는다. 그 결과 다리의 움직임이 훨씬 적으며, 다리는 곧게 뻗은 채로 앞뒤로만 움직이지 아래위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 기본적인 동작은 활주였다. 브레닌은 이제 없지만 녀석을 생각할 때마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그 본질적 이미지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른 아침 앨라배마의 안개 속을 헤치며 땅 위를 가볍고 조용하며 우아한 모습으로 유연하게 미끄러지듯 달리던 늑대의 환영 말이다. _120쪽
산책 일기 / 거칠고 무지막지한 싸움은 항상 자기만큼 크고 공격적이며 폭력적 성향도 비슷한 개와의 사이에서만 일어났다. … 누가 보아도 자기보다 약한 개들에게 브레닌은 무관심하거나 이상할 정도로 친근하게 대했다. 6개월 된 수컷 래브라도 한 마리가 멀리서 브레닌을 향해 달려오고 그 뒤로는 견주가 미친 듯이 달려오던 것이 기억난다. … 결국 래브라도의 머리 전체를 입에 넣고 저항하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그때 래브라도 주인의 표정은 혼자 보기 아까웠다. _140~141쪽
식단표 / 결국 우리는 절충하기로 했다. 나는 채식을 하고, 브레닌은 페스카테리언을 하기로 말이다. … 새로운 식단을 브레닌이 정말 좋아했는지, 특히 치즈를 더해 준 식단은 더 맘에 들었는지 궁금하다. 별로 맘에 안 들었다면, 아마 그래서 내 차를 뜯어 먹었나 보다. _181쪽
추천평
인간 자신에 대한 시각을 재평가하게 만드는 역사적 철학서로 기록될 것이다.
존 그레이 (철학자,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저》의 저자) 차가운 이성이 아닌 사랑과 감성으로 썼기에 더 심오하고 객관적이다. 마크 베코프 (생태학자, 《동물 권리 선언》 저자)
한 마리 동물이 이토록 깊은 성찰을 이끌어 내다니….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관한 회고록 같다. 프란스 드 발 (영장류학자, 《내 안의 유인원저》 저자)
나는 생각한다. 자연에서 온 인간은 자연에서 온 다른 종과 우정을 맺고 사랑할 수 있음을. 사랑하는 순간 운명으로 얽히며 운명으로 얽힌 순간 그 속에는 빛나는 우리가 있다 ! 이주향 (철학자)
이성과 지성은 인간만의 뿌리로 간주돼 왔지만 삶의 역동성, 야성을 잃게 했다. 이 책은 이론의 구조물로 남은 철학에 숨결을 불어넣어 인간이 도달하고자 했던 궁극의 지점을 각성하게 해 준다. 최진석 (철학자)
@마크롤랜즈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 SF영화로 보는 철학
(마크 롤랜즈 2014)
- 마크 롤랜즈 신상규 and 석기용
- 영국 철학자 마크 롤랜즈가 SF영화 열두 편을 가지고 철학적 주제와 쟁점들을 다루는 ‘SF철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는 철학 책이 꼭 근엄해야 하는 건 아니라며 발칙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가 풀어내는 철학적 내용의 깊이는 심원하고 범위는 광…
- The Philosopher at the End of the Universe
책소개
영국 철학자 마크 롤랜즈가 SF영화 열두 편을 가지고 철학적 주제와 쟁점들을 다루는 ‘SF철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는 철학 책이 꼭 근엄해야 하는 건 아니라며 발칙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가 풀어내는 철학적 내용의 깊이는 심원하고 범위는 광대하다.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와 삶의 의미를 묻는 것에서 시작해〈매트릭스〉에서 앎과 확신의 문제를,〈터미네이터〉에서 마음과 육체의 문제를,〈스타워즈〉에서 선과 악의 문제를,〈반지의 제왕〉에서 도덕 상대주의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에일리언〉,〈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을 지나,〈블레이드 러너〉에 이르러 죽음과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롤랜즈의 여정은 철학적 논증의 정수를 보여준다.
롤랜즈는 역대 철학자들의 주장을 가장 설득력 있게 옹호하는 이들이 다름 아닌 SF영화의 감독과 배우들이라고 주장한다. 영화만큼 각종 철학 개념을 충실하게 구체화할 수 있는 매체도 드물다. 철학자들의 고전적인 질문은 지금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난제로 회자되고 있으나, 그들이 쓰거나 말한 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추상’적이고 ‘난해’하다는 장벽이 있다. 그러나 SF영화로 스크린에 구현된 ‘SF철학’은 신선하고, 창의적이며, 재미있고, 심지어 각 철학자들의 논지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기까지 하다.
들어가는 말 - SF철학, 소크라테스에서 슈워제네거까지
1장 프랑켄슈타인 : 철학과 삶의 의미
2장 매트릭스 : 우리는 무엇을 확신할 수 있는가?
3장 터미네이터 : 심신문제
4장 토탈 리콜 6번째 날 : 인격동일성의 문제
5장 마이너리티 리포트 : 자유의지의 문제
6장 할로우 맨 :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7장 인디펜던스데이 에일리언 : 도덕의 범위
8장 스타워즈 : 선과 악
9장 반지의 제왕 : 도덕 상대주의의 문제
10장 블레이드 러너 : 죽음과 삶의 의미
용어 사전 | 옮긴이의 말
출판사 리뷰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SF영화로 보는 철학의 모든 것 철학은 추상적이고, 추상적인 것은 난해하다? 매혹적인 SF영화로 철학을 학습하라
영국 철학자 마크 롤랜즈가 SF영화 열두 편을 가지고 철학적 주제와 쟁점들을 다루는 ‘SF철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난해한 철학적 문제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들을 뽑아 환상적인 액션과 모험이 가득한 영화 속에 녹여냈다. ‘삶의 의미’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핵심 주제들이 놀라울 정도로 쉽게 전달된다.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저자 마크 롤랜즈는 톡 쏘는 듯한 특유의 위트로 거침없이 철학계의 거두 플라톤, 데카르트 등의 철학적 권위를 해체하고 촌철살인 철학 교육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는 철학 책이 꼭 근엄해야 하는 건 아니라며 발칙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가 풀어내는 철학적 내용의 깊이는 심원하고 범위는 광대하다.〈프랑켄슈타인〉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와 삶의 의미를 묻는 것에서 시작해〈매트릭스〉에서 앎과 확신의 문제를,〈터미네이터〉에서 마음과 육체의 문제를,〈스타워즈〉에서 선과 악의 문제를,〈반지의 제왕〉에서 도덕 상대주의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에일리언〉,〈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을 지나,〈블레이드 러너〉에 이르러 죽음과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롤랜즈의 여정은 철학적 논증의 정수를 보여준다.
롤랜즈는 역대 철학자들의 주장을 가장 설득력 있게 옹호하는 이들이 다름 아닌 SF영화의 감독과 배우들이라고 주장한다. 영화만큼 각종 철학 개념을 충실하게 구체화할 수 있는 매체도 드물다. 철학자들의 고전적인 질문은 지금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난제로 회자되고 있으나, 그들이 쓰거나 말한 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추상’적이고 ‘난해’하다는 장벽이 있다. 그러나 SF영화로 스크린에 구현된 ‘SF철학’은 신선하고, 창의적이며, 재미있고, 심지어 각 철학자들의 논지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기까지 하다. SF영화에서는 가장 유명한(혹은 악명 높은) 철학자들의 가장 까다롭고 추상적인 사고실험들이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그것을 SF철학으로 소개하는 롤랜즈의 필력은 감각적이고 탄력 있다.
롤랜즈는 이 책에서 역사상 가장 중요한 철학적 문제들을 다루지만 정답을 제시하거나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롤랜즈는 “진정한 철학은 이 책에 실린 논증을 깨는 데서 시작된다”고 당부한다. SF영화가 때로 관객들의 선택에 결말을 맡기듯, 이 책에 실린 열 가지 주제의 철학 논증의 결말도 때로 독자들에게 달려 있다. “철학함이란 숲 속에서 길을 잃는 것과 같다. 철학자의 과제는 빠져나갈 길을 찾는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마크 롤랜즈는 SF철학을 통해 독자의 평범한 일상을 ‘철학함’이라는 매혹적인 숲으로 안내하고 있다.
※2005년 국내에서 출간된《SF영화》(미디어 2.0)의 원서 개정판(내용 추가)을 새로 번역한 것이다.
타자other와의 대면, 영화 속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내 모습
어느 날 집에 와보니 나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가 내 행세를 하고 있다면, 어느 날 머나먼 별에서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SF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개다. 문제 상황에 직면한 주인공은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위기를 타개하고 간신히 평소의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그 과정은 흥미진진하게, 때로는 과격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다음부터다. 한바탕 때리고 부수는 모든 장면이 끝나고 나면 화면이 꺼진 모니터에 우리 자신의 얼굴이 비치듯, 영화에 담긴 메시지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훌륭한 SF소설의 줄거리들 속에서 우리는 괴물을 응시한다. 그리고 이때 우리를 빤히 마주보고 있는 그 괴물이 바로 우리 자신임을 알게 된다.” SF영화에는 괴물, 외계인, 복제인간 등 현실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미지의 존재들이 등장해 문제를 일으킨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는 우리 인간의 실존이 투영되어 있다. SF영화는 현실에 가장 맞닿아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현실의 우리로 환원될 수 있다. 낯선 듯 결코 낯설지 않은 그들의 온갖 비극은 우리네 인생을 비틀어 그대로 비춘다. 롤랜즈는 SF영화 속에 깃들어 있는 거울을 반질반질하게 닦아 내밀고 있는 셈이다.
삶의 의미부터 죽음까지! 가장 근본적인 철학의 문제를 탐색하다
이 책을 여는 첫 번째 영화가〈프랑켄슈타인〉이고, 마지막 영화는〈블레이드 러너〉라는 점에서 SF철학이 다루고 있는 핵심 주제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하나에서는 ‘괴물’이고, 다른 하나에서는 ‘로봇’이지만, 이들은 우리 ‘인간’의 삶을 정확하게 비추어 보여준다. 먼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이 세상에 내던져져 스스로 결코 통제할 수 없는 여건의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가감 없이 형상화하고 있다. 개개인의 입장에서(안으로부터) 보면 자신이 중심인물이자 이 세상의 핵심 존재이지만, 관점을 외부로 돌려(밖으로부터)보면 우리는 그저 선택하지 않은 모습으로 어쩌다 출생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적응해 살아가야 하는 피조물일 뿐이다. 롤랜즈는 이처럼 서로 일치하지 않는 두 가지 관점으로 인해 초래되는 ‘부조리’를 괴물은 물론 우리 모두의 비극으로 상정하며 ‘삶의 의미’에 대한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을 여는 질문이 ‘삶의 의미’라면,〈블레이드 러너〉로 대두되는 마지막 질문은 ‘죽음’의 의미다. 이 훌륭한 SF영화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은 4년밖에 살 수 없도록 수명 제한 장치가 내장된 채 만들어진 ‘리플리컨트’, 다시 말해 인조인간 로봇이다. 장치를 풀어 더 살고 싶어 하는 그의 처지는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죽음은 나쁜 것일까? 롤랜즈는 죽음이 나쁘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인지, 죽음으로 인해 미래를 빼앗긴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인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논증 등을 살펴보며 하나하나 되짚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죽음’의 의미에 닿기까지, 주인공 리플리컨트의 상황에 이입해 롤랜즈의 쉽고 익살스럽고 가볍지만 심도 있는 논증을 따르다 보면, 관객은(독자는) 무릎을 탁 치는 철학적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매트릭스〉에서 앎과 확신의 문제를, 〈스타워즈〉에서 선과 악의 문제를…!
롤랜즈는 열 가지의 주요 철학 논제를 각각 SF영화 한두 편을 가지고 풀어내고 있다. 대부분 한국에도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대중적인 상업 영화다. 그중에서도〈매트릭스〉와〈스타워즈〉의 줄거리와 주연 캐릭터는 특히나 유명한데, 이는 두 영화에 모티프가 된 철학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트릭스〉는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의 핵심 요점 가운데 하나인 ‘우리는 아무것도 확신할(알) 수 없다’는 문제를 ‘매트릭스’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데카르트가 제안한, 우리가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 세계가 진짜 세계가 아닐 수 있다는 미미한 가능성을 현실화한 상상의 세계를 SF영화 속에서 완벽하게 건설한 것이다. 지식의 기반과 관련해 근대 이후 수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데카르트의 사상을 이렇게 효과적으로 보여준 선례는 없었다. 〈스타워즈〉는 또 어떠한가? 롤랜즈는 이 시리즈물을 매개로 플라톤의 형이상학과 니체의 위버멘쉬?bermensch, 즉 초인 사상을 설명하고 있다. 중심 주제는 ‘선과 악’이다. 은하계를 정복하려는 다스 베이더의 사악한 욕망과 행동은 롤랜즈의 논지에 따라 해석의 방향이 달라진다. ‘선’을 완전한 것으로 생각한 플라톤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다스 베이더는 실재성이 결여된 불안정한 상태에 가깝지만, 니체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그는 위대한 능력으로 승화될 수 있는 초인의 잠재력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다스 베이더를 초인이라고 볼 수 있는가? 그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외에도〈터미네이터〉를 가지고는 마음과 몸의 관계를 다룬 이원론, 유물론적 입장을 고찰하고 있으며, ‘도덕’이라는 중요한 문제는〈할로우 맨〉,〈에일리언〉,〈반지의 제왕〉 등에서 관점을 달리하며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고 있다. 어떤 장을 보든 영화와 철학, 재미와 지식, 익살과 진지함 두 가지 모두를 병행한 새로운 장르를 만나볼 수 있다. 미리 영화를 관람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롤랜즈의 설명만으로도 사실상 충분하다.
우리는 좋은 편, 너희는 나쁜 편? 영화의 세계관에 숨어 있는 전제를 찾아 분석하라
그렇다면 롤랜즈의 역할은 단순히 철학적 주제를 다룬 SF영화들을 소개하는 것인가? ‘도덕 상대주의’를 다룬〈반지의 제왕〉을 한 예로 자세히 살펴보자. 롤랜즈는 우선 영화의 주요 플롯을 설명하며 세계관과 캐릭터를 소개하고 있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프로도, 간달프 등과 분명히 대립하는 오크는 더할 나위 없이 나쁜 종족으로 그려진다. 롤랜즈는 여기서 도덕 상대주의라는 입장을 끄집어낸다. “오크는 왜 나쁠까?” 사람을 고문하고 죽이고 잡아먹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객관적으로 그리고 절대적으로 ‘오크가 나쁘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문화를 초월한 독립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롤랜즈는 도덕 상대주의가 성립하기 위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그중에서 불가능한 선택지를 제거하며 가능한 논지를 추론해나가다가 마침내 ‘도덕적 가치’는 ‘사실적 믿음’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지점에 도달한다. 우리는 우리의 믿음에 대해서도 책임(인식적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옳은 것을 믿고 있는가? 지금까지 독자들은 자연스레 정의의 편에 서 있었지만, 롤랜즈는 우리를 오크의 입장으로 밀어 넣는다. ‘사람을 고문해도 된다’는 믿음을 가진 오크들은 그들의 믿음으로 인한 도덕적 가치를 신봉하지만 결코 옳다고 볼 수 없다. “멍청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라.” 이것이 마크 롤랜즈가 깊고 어두운 철학의 숲 속에서 찾은 길의 실마리 중 하나다.
그는 이처럼 SF영화를 과거 철학자들의 사상과 연계해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도출한 하나의 ‘질문’을 가지고 자신의 철학적 사유와 해석으로 스스로 길을 열어 보인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그 길이 위태롭고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직접 다른 길을 모색해볼 것을, 즉 자신만의 철학을 해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들어가는 말에서 언급했듯, “철학은 앎knowing에 관한 학문이 아니라 행함doing에 관한 학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철학적 지식을 나열한 책이 아니라 ‘철학함’을 몸소 보여주는 책이다.
@마크롤랜즈 동물도 우리처럼 : 학대받는 모든 동물을 위한 성찰
(마크 롤랜즈 2018)
마크 롤랜즈 윤영삼 피터 싱어 2018
피터싱어의 『동물해방』 이후 가장 도발적인 역작. 동물들이 처한 가장 불리한 상황이라면, 동물이 스스로 자기 주장을 못한다는 것일지 모른다. 동물은 자신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러한 동물들의 처지를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물의 권리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도덕철학을 정교하고 치밀한 논리로 고찰하며 자신의 주장을 입증한다. 그런 다음 이를 토대로 식용동물과 동물실험, 동물원, 사냥, 애완동물에 대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동물권리운동은 어떤 방법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본다. 그렇다고 동물의 도덕적 권리에 대한 자신의 결론을 독자들에게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있을 수 있는 반론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체계적으로 독자들을 설득하고자 한다.
@마크롤랜즈 네 발의 철학자 - 타고난 철학자 개에게 배우는 단순명료한 행복의 의미
(마크 롤랜즈 2025) The Happiness of Dogs 마크 롤랜즈 강수희 2025
책소개
늑대와의 우정을 그려내며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오른 『철학자와 늑대』 마크 롤랜즈가 이번에는 개와의 삶으로부터 얻은 통찰을 심도 있게 담아냈다. 이 책은 개와의 삶에서 얻은 깨달음을 시대를 아우르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흄, 스피노자,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까지 인간계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이론을 개의 삶과 견주어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특히 인간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여기는 ‘성찰’이 오히려 삶을 불행하게 한다고 말하는 이 책은 성찰하는 인간과 몰입하는 개를 대비하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고찰한다. 이 책과 함께 견생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본다면, 잃어버렸던 인간의 본성과 삶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노래하는 법을 잊지 않는 타고난 철학자
1장 섀도의 바위
- 섀도와 녹색이구아나
- 바위를 밀어 올리는 섀도의 즐거움
- 본성에서 비롯된 행복과 조작된 행복
- 공격성 강한 개를 사랑하는 일
- 위험한 개, 섀도 훈련기
- 성격은 곧 운명
- 개의 행복은 명료하다
2장 캐묻지 않는 삶
- 자기 검열 없는 개의 삶
- 캐묻지 않는 삶의 가치
- 과연 캐묻는 삶이 더 우월한가
- 성찰은 인간에게 필요한가
- 진화, 흔적기관의 퇴화
- 자신의 교훈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
3장 거울아, 거울아
- 시각만큼 후각도 중요한 개들의 세계
- 목욕을 해야할지언정 소똥에 구르는 게 낫다
- ‘그래, 저건 나야’와 ‘이건 내 거야’
- 보는 행위에 포함된 암시적 자기 인식
- 개들은 메타인지를 할 수 있는가
- 성찰은 인간만의 것이라는 ‘착각’
- 전념의 피조물과 의심의 피조물
4장 도박꾼의 자유
- 본성의 표현이자 분리의 표현인 자유
- 의식은 존재에 난 구멍
- 인식의 대상에는 의도성이 없다
- 고뇌, 결심이 소용없다는 깨달음
- 결심이 의미 있으려면 해석이 필요하다
- 인간은 실존적으로 뿌리 뽑힌 존재다
5장 착한 개
- 도덕적으로 탁월한 행동을 하는 개
- 동물은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없는가
- 동기의 비판적 검토
- 동기의 과도한 검토는 도덕적 실패
- 사람과 동기에 대한 도덕적 평가
- 동물도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 개에게 거울신경세포가 존재할 가능성
- 목줄 훈련, 감정과 억제의 복잡한 상호작용
- 개와 인간은 같은 방식으로 도덕적이다
6장 삶의 설계
- 이른 오후 인간과 개의 논리 구조 탐구
- 생각할 필요가 없음에도 생각하는 인간
- 인간의 생각을 읽어내는 개들의 능력
- 인간은 개의 확장된 마음
- 직접 짖을 거라면 개를 왜 키우는가
- 개에게 인간의 이성은 수단일 뿐
- 계획을 조금만 덜 세우고 조금 더 항해한다면
7장 입스를 겪는 개
- 죽음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빛났던 휴고
- 개는 왜 인간보다 삶을 더 사랑하는가
- 객체로서의 몸과 주체로서의 몸
- 하나의 삶을 산 개와 두 삶을 사는 인간
- 견생에는 부조리가 없다
- 부조리하기 때문에 철학에 감염되는 인간
- 인간은 입스를 겪는 개와 같다
8장 가끔 에덴을 바라보다
- 삶을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는 섀도
- 삶 속의 의미에 정답은 없다
- 객관적 가치와 주관적 몰입이 하나 되는 곳
- 인간은 삶 속 의미의 유무를 심판할 수 없다
- 삶의 의미를 찾는 데서 오는 불안
- 본성에서 샘솟는 삶 속의 의미
- 견생이 인생보다 의미 있는 이유
- 행복이 솟아날 도약대가 없는 인간의 본성
- 반려견과 함께하면 삶의 의미를 알게 된다
더 읽어보면 좋은 책
책 속으로
본성에서 비롯된 행복과 조작된 행복 신화를 이런 식으로 재구성하면 섀도의 행복과 신들에게 속아 착각에 빠진 시시포스의 행복이 더욱 극명하게 대비된다. 시시포스의 행복은 그의 본성이나 정체성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신에 의해 조작된 것이다. 하지만 섀도의 행복은 가장 깊은 본성에서 비롯되고 분출되는 것이다. 이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의 행복은 명료하다 섀도 삶의 의미는 숨 쉬는 것처럼 편안하게 찾아온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고 그 바닥을 구르는 바위처럼 메마른 협곡에서 생겨난다. 의미가 뿌리내리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인간에게 의미는 힘겹게 얻은 성취이며 획득하기 어렵다. 의미의 관점에서 볼 때 섀도의 삶에 비하면 내 삶은 보잘것없다. --- 「1장 섀도의 바위」 중에서
자기 검열 없는 개의 삶 인간은 자신의 삶을 검열하고 개들은 그러지 않아서 우리가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들은 삶을 검열할 필요가 없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그런 필요는 개와는 달리 의심에서 출발하는 무수한 질문에 찌든 인간과 같은 존재를 위한 것이다.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아올라 깊은 물속으로 뛰어드는 행동은 깊고 순수하며 한 톨의 의심도 개입하지 않은 전념의 발현이다.
자신의 교훈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 나는 우리가 마음속 깊이 성찰의 부작용을 인식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성찰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가?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리고 집에 오면 ‘오늘은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의 진짜 뜻은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무언가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성찰로 가는 문을 여는 것이다. --- 「2장 캐묻지 않는 삶」 중에서
시각만큼 후각도 중요한 개들의 세계 그러나 개들의 성적이 저조한 것은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 왜냐하면 성찰이나 자기 인식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개는 거울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개들의 세계는 시각만큼 후각이 중요하며, 일반적으로 시각보다 후각에 훨씬 더 관심을 두는 듯하다.
전념의 피조물과 의심의 피조물 성찰은 나를 둘로 나눈다. 거울 속에 보이는 자신을 인식할 때마다 나는 하나가 아니다. 인식하는 나와 인식의 대상인 나가 있다.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두 가지의 내가 있다. 생각하는 나와 생각의 대상인 나이다. 성찰은 이처럼 성찰하는 존재를 성찰하는 자와 그 대상이 되는 자로 분열시킨다. 배우와 관객으로 나눈다. --- 「3장 거울아, 거울아」 중에서
결심이 의미 있으려면 해석이 필요하다 우리는 계획과 음모, 책략의 피조물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현재의 노력에서 미래를 창출하려는 존재다. 우리 삶은 대부분 다른 어떤 동물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이 가능한 여러 미래 중 하나의 미래를 실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니면 특정 미래를 제외하고 다른 미래의 확률을 높이는 데 목표가 있다. 그것이 인간 삶의 러닝머신이 작동하는 원리다.
인간은 실존적으로 뿌리 뽑힌 존재다 개의 자유는 개의 존재 그리고 세상과 역사 속 입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는 우리가 아닌 존재 그리고 다시는 될 수 없는 존재의 표현이다. 우리는 실존적으로 뿌리 뽑힌 존재다. 성찰의 능력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인간의 자유는 추방의 자유다. --- 「4장 도박꾼의 자유」 중에서
동기의 과도한 검토는 도덕적 실패 그러나 촉각을 다투는 경우가 아니어도 도덕적 숙고가 도덕적 실패의 신호일 수 있다. 내게 세상의 모든 시간이 있다고 해도, 동기의 비판적 검토는 도덕적 실패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철학자 버나드 윌리엄스가 말한 ‘생각 자체가 불필요한’ 실패다.
개와 인간은 같은 방식으로 도덕적이다 개의 도덕성은 두 가지 기둥에 근거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다른 개체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는 능력인 공감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 능력인 억제이다. 개들에게는 두 가지 기둥이 모두 있다. 공감은 기반이다. 공감이 남긴 틈을 메우는 억제는 공감의 기반이 구축된 경우에만 작동한다. --- 「5장 착한 개」 중에서
생각할 필요가 없음에도 생각하는 인간 개는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지만 안 그래도 된다면 굳이 애쓰지 않는다. 내가 볼 때 이것은 합리적인데, 평생 생각을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말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 할 필요가 없는데 굳이 왜 하겠는가?
개에게 인간의 이성은 수단일 뿐 우리는 매사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우리가 똑똑한 줄 안다. 개는 언제나 매사에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일을 떠넘기기 때문에 자신들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개는 지상 최대의 위임자들이며 그 천재성은 인간이 함께하도록 만드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에 있다. --- 「6장 삶의 설계」 중에서
하나의 삶을 산 개와 두 삶을 사는 인간 앞서 말했듯 삶에는 ‘객체로서의 삶’과 ‘주체로서의 삶’이 있다. 객체로서의 삶은 내가 생각하는 삶, 그것에 대해 희망과 두려움, 만족과 후회를 품는 삶이다. 이는 외부에서 바라본 나의 삶이다. 시간적 경계는 태어날 때 시작되어 죽음에서 절정에 이른다. 공간적 경계는 다소 불분명하겠지만 내 삶은 일반적으로 내 몸 주변에서 일어나고, 비교적 내 몸이 있는 곳에 존재한다. --- 「7장 입스를 겪는 개」 중에서
본성에서 샘솟는 삶 속의 의미 반면 섀도의 행복은 다르다. 섀도의 행복은 자신의 본성과 정체성의 표현이다. 쫓기에 진심인 섀도의 몰입은 본성에서 비롯된다. 본성에서 우러나온 섀도의 행복을 우리는 ‘진정한’ 행복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섀도의 것인 행복 말이다. --- 「8장 가끔 에덴을 바라보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행복한 삶은 성찰하지 않는다” 철학하지 않는 철학자, 개에게 배운 삶의 의미
반려견과 생활해봤다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매번 하는 산책에 어쩜 변함없이 즐거워할까?’, ‘매일 먹는 간식인데 저렇게 맛있을까?” 반복되는 일상도 늘 처음인 듯 반기고 기뻐하는 개를 보면, 어쩌면 개들이 인간보다 삶을 더 잘 아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개에게 삶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늑대와의 우정을 그려내며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오른 『철학자와 늑대』 마크 롤랜즈가 이번에는 개와의 삶으로부터 얻은 통찰을 심도 있게 담아냈다. 이 책은 일생을 개와 함께 살아온 저자가 개에게서 배운 삶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흄, 스피노자,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까지 인간계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개의 삶과 견주어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왜 인간은 개와 같이 행복할 수 없는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성찰’하는 인간과 ‘몰입’하는 개를 대비하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고찰한다. 특히 인간이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철학적 ‘성찰’의 능력이 오히려 삶을 불행하게 한다고 말하며 우리가 치르고 있는 성찰의 대가란 무엇인지 알아본다.
“개의 행복은 단순하지만 명료하다” 캐묻거나 의심하지 않아도 의미 있는 삶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다가올 일은 걱정을 낳고 지나간 일은 후회를 부른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행복은 멀어져간다. 반면 개에게는 매 순간이 행복 그 자체다. 후회도 걱정도 없이 오직 현재에 머물 뿐이다. 반복되는 일상에도 변함없이 기뻐하는 개를 바라보며 저자는 몰입하는 삶의 행복이란 무엇인지 살핀다. 매일같이 언덕에서 이구아나 떼를 추격하는 반려견 섀도의 일상을 시시포스의 신화와 견주며 그가 우리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생각해본다. 섀도와 시시포스는 되풀이되는 일을 통해 기쁨을 느낀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한쪽은 삶의 의미로 넘쳐흐르고, 다른 한쪽은 무의미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의미와 무의미, 즉 섀도와 시시포스를 가르는 것은 ‘본성’이다. 외부의 개입 없이 본성에서 비롯된 행복만이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것은 본능에 충실하여 이구아나를 쫓는 섀도처럼 존재와 행동이 정확히 일치할 때 가능하며 거기에는 어떤 고민도 의심도 자기 검열도 끼어들지 않는다. 이처럼 단순하지만 명료한 개의 행복을 보여주는 이 책은 성찰하지 않는 삶이 단지 살 만하다는 것을 넘어 끝없이 캐묻고 의심하는 삶보다 가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인간만이 자유롭고 이성적이라는 착각” 인간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 삶을 바라보기
자기 인식, 자유, 도덕성, 이성 등의 철학적 개념이 과연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 저자는 우리가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 여겨왔던 개념들이 동물에게도 적용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개의 행동에 기대어 철학자들의 사상과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다. 먼저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능력을 알아보는 거울 실험이나 후각 실험의 결과를 통해 개는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에 관심이 없을 뿐 자기 인식 능력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스피노자와 사르트르가 정의한 ‘자유’를 토대로 개와 인간의 자유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본다. 스피노자가 말한 ‘본성의 필연성에 의한 자유’가 개의 자유에 가깝고, 사르트르가 주장한 각자의 해석과 의미 부여에서 비롯되는 자유는 인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받아들이는 자유의 의미조차 우리 생각과 해석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만이 도덕적이라는 생각도 뒤집는다. 복잡한 사고의 과정 없이 무리의 다른 개체를 구하거나 반려인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여러 사례를 통해, 행동의 근거가 다를 뿐 동물 역시 도덕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개의 도덕성은 공감과 억제라는 두 가지 기둥에 근거하고 있음을 전한다. 또 논리적 추론을 거치지는 않지만 인간의 이성을 수단 삼아 원하는 바를 얻는 개의 능력을 짚으며, 인간은 개의 ‘확장된 마음’이라는 결론에까지 다다른다. 즉 개는 이성을 사용하는 방식이 인간과는 다르다는 것을 일러둔다.
“개는 왜 인간보다 삶을 더 사랑하는가” 두 개의 삶을 사는 인간이 행복해지는 법
우리는 개의 경우보다 삶을 사랑하기 어렵다. 삶에 대해 과도하게 생각하고 집중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삶과 더욱 멀어지는 것이다. 특히 성찰은 인간의 삶을 두 개로 나눈다. 우리는 실제로 삶을 사는 주체이자 스스로를 관찰하는 객체로 분열되어 두 개의 삶을 산다. 삶의 배우이자 관객인 것이다. 배우로서 삶에 몰입하지만 관객으로서 삶을 바라보고 평가하기도 하는 우리는 두 삶 중 어느 하나도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 반면 성찰하지 않는 개는 오직 주체로서 하나의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매 순간에 몰입하고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사랑할 수 있다. 이 책은 주체와 객체라는 삶에 대한 두 관점을 살펴보며, 주체로서의 경험을 늘려가야 삶을 사랑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활기 넘치던 젊은 시절 늑대와 함께한 성장기를 그려낸 『철학자와 늑대』이후 저자가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러 개와 걸어가는 여정을 담은 이 책은, 끝을 알 수 없는 삶이라는 길을 보다 의미 있게 걷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과 함께 견생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본다면, 잃어버렸던 인간의 본성과 삶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크롤랜즈 철학자와 달리기 - 중년의 철학자가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와 성찰
(마크 롤랜즈 2022) Running with the pack 마크 롤랜즈 강수희 2022
“육체는 허물어져 가더라도 삶은 아직 살 만한 가치가 있다” 중년의 철학자가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와 성찰 저자 마크 롤랜즈는 달리는 철학자이다. 그는 여기저기 고장 난 중년의 육체를 이끌고 42.195km의 마라톤을 달리기 시작한다. 그동안 거의 전 생애에 거쳐 달리고 달렸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가장 처음에는 거대한 몸집의 래브라도 리트리버인 부츠와 함께 딱히 특별한 이유도 없이 뛰었다. 아이나 개는 꼭 이유가 있어야 뛰는 게 아니니까. 그 다음 어른이 된 후에는 혈기 넘치는 늑대 형제 브레닌으로부터 집안의 모든 물건이 깨부수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독일 셰퍼드와 말라뮤트의 잡종인 니나와, 브레닌의 딸인 테스까지 이 달리기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 말없는 친구들과 함께 산으로, 바닷가로, 정글로 달리며 달리기의 고유한 리듬과 심장박동을 느낀다. 그리고 달리고 또 달려 생각이 마침내 사유로 전환되는 곳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발견했다. 그는 이 모든 깨달음과 발견을 사르트르, 하이데거,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의 사유에 대입하여 사색하고 성찰한다.
@마크롤랜즈 굿 라이프 - 개념어
(마크 롤랜즈 2016) A Good Life 마크 롤랜즈 강수희 2016
책소개
그대, 깨어나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모험적이고 열정적인 철학자이자 21세기 고전의 반열에 오를 베스트셀러 『철학자와 늑대The Philosopher and the Wolf』의 저자 마크 롤랜즈는 처음으로 픽션이라는 장르에 도전해 철학 소설을 완성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이 책 『굿 라이프A Good Life』에서 지금껏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새로운 철학 여행을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기 바쁜 우리는 인생을 총체적으로 보기 어렵지만, 생각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각자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마크 롤랜즈는 ‘생각하는 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 초점을 ‘인생’으로 넓힐 것을 권한다. 인생이야말로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이 무한한 가치를 남길 수 있는 빈 원고지이며, 그것을 채우는 것이 인생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드넓은 시간의 대지에서 사유하는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논한 『굿 라이프』는 요즘 시대에 가장 철학적인 인문서다. 또한 “철학은 문학에 가장 가까울수록 진정한 설득력을 가진다”라는 마크 롤랜즈의 실험적인 도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아무도 선뜻 답해주지 않는 인생의 수많은 질문들의 답을 찾고 싶은 사람들, 철학자들의 생각이 녹여진 사유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지적 깨달음과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프롤로그 - 니콜라이로부터
글 : 존재에 대해 1: Words: On Existence
실레노스 : 인간은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2: Silenus: Better Never to Have Been?
동물 : 계산, 동정심, 낙태 3: Animal: Calculation, Compassion and Killing Babies
거짓말 : 왜 윤리적이어야 하는가? 4: Lies: Why Be Moral?
신 : 없으면 안 되는가? 5: God: Getting by Without Him?
대칭 : 올가와의 만남 6: Symmetry
인격체 : 낙태의 윤리성 7: Personality: The Ethics of Abortion
선 : 올가_ 인격체에 대한 생각 8: Nice (Olga): Some Notes on ‘Personality’
서브퍼스크 : 생각과 표현의 자유 9: Subfusc: Freedom of Thought and Expression
로토파고스족 : 마약과 쾌락주의 10: Lotophagus: Drugs and Hedonism
부자 : 부의 분배 11: Rich: Distributing Wealth
빈자 : 올가_ 부자에 대한 생각 12: Poor (Olga): Some Notes on ‘Rich’
규칙 : 공감, 동정심, 실용적 지혜 13: Rules: Empathy, Compassion and Practical Wisdom
사고 : 동물, 환경, 공감의 진화 14: Accidents: Animals, the Environment and the Evolution of Empathy
사랑 : 동정심의 윤리학 15: Love: The Ethics of Compassion
금지 약물 : 효과 증대 16: Juicing: Enhancement
갈림길 : 죽음 17: Crossroads: Death
올가 : 올가_ 안락사에 대한 생각 18: Olga (Olga): Some Notes on Euthanasia
고백 : 자살 19: Confession: Suicide
무한 : 구원 20: Limitless: Salvation
책 속으로
그래서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글을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 모든 것을 전자적인 형태로 옮기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통합했다. 아마 이것이 햇살이 비치고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기억의 산속을 따라 부모와 함께 좀 더 길을 걷는 방법일 것이다. 비록 내가 특별히 윤리적인 철학자는 아니지만, 부모보다 전문 교육은 좀 더 받았으니까. 철학적인 부분에 실수가 있다면 교정하고 어떤 결론이 나올지 전개해봐야겠다. --- p.12
글은 반드시 글일 필요가 없고 기록 매체는 반드시 종이일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은 글이다. 새벽이 장밋빛 손가락으로 내가 속한 세상을 보여주는 세계지도를 어루만질 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는가? --- p.27
글은 우리 모두가 드러나는 방식이다. 휘갈겨 쓴 글은 우리가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글은 우리 모두가 우리만의 방식으로 ‘나도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존재의 방식이다. 우리 모두는 말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비록 나는 종이에 쓰인 글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당신이 알고자 하는 것보다 더 실재적이다. --- p.29
따라서 도덕적인 선악의 구분을 신에게 의지하더라도 윤리적 추론 과정을 없애지는 못하고 최소한의 돌연변이 형태로 단순히 반복한다. 각자의 신을 믿는 것은 자유다. 그렇다고 해서 윤리학의 의무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 p.89
니체의 생전에는 출간된 적이 없었던 메모 중에 “삶을 예술과 같이 살아라”는 말이 있다. 위대한 예술이란 모름지기 허용이 아닌 절제이며, 체념이 아닌 균형이다. 아름다운 삶은 움직이고 영감을 주며 역동적이고 다채롭다. 긴장, 갈등, 위기, 용기가 있고 해결책도 있다. 인생에는 승리와 패배, 성취와 고난이 공존한다. 최선의 삶은 잊을 수 없는 삶이다. 추한 삶은 서투르고 영감을 주지 않으며 쉽게 잊히는 삶이다. 로토파고스족의 비극은 그것이 근본적으로 추한 삶이라는 것이다. --- p.161~162
우리의 삶과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들은 계산할 수 없다. 삶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의 삶은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이다. 도덕적 계산이라는 생각을 충분히 확장시켜보면 결국 계산할 수 없는 것과 마주한다. 동정심은 본질적으로 항상 계산할 수 없고 한계도 없다. 계산이 없는 동정심은 맹목적일 수 있다. 그러나 동정심이 없는 계산은 공허하다. --- p.196~197
인생은 규칙으로 규정하기에는 너무나 모호하다.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는 일단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너무나 많은 예외를 달게 될 규칙이다. 도끼 살인마가 다가와 도끼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 중이 아니라면. --- p.208
물론 사랑은 진화와 양립할 수 없다. 사랑은 진화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는 진화의 정신을 위협하는 무언가가 있다. 사랑이 있기 전에 삶은 살아남기 위한 끝없는 투쟁의 장이었다. 이것은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근본적인 세상의 열역학법칙을 위한 필요조건이었다. --- p.236
문제의 핵심에는 행복과 자율 사이의 관계가 있다. 그리고 자율과는 항상 불편한 관계에 있는 부모의 역할이 있다. 개인의 행복은 삶을 얼마나 잘 사는지의 문제다. 이것은 삶이 얼마나 흥미롭고 자극이 있는지,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하게 느끼는지, 고통과 쾌락의 상대적인 양은 어느 정도인지, 삶이 얼마나 살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지 등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개인의 행복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규정하기란 어렵지만 “행복하세요?”라고 묻듯 평소에 곧잘 던지는 질문에서 이미 다들 노력하고 있었다. --- p.272~274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끝내도록 허용되어야 한다.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교훈이라는 방식으로 삶을 끝낼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도덕성이 나에게 명령한 삶을 끝내는 방식이다. 나는 이 길을 선택했고, 아직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내 선택을 반복해서 말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힘든 선택이다. --- p.297
내 삶에 목적이 있었다면 그것은 ‘사유’다. 증거를 수집하고 거기에 근거해 어떤 영향이 있는지 규명하고, 판단과 직관, 의견과 관점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과 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이 세상을 끝낸다면 실망스러울 것이다. 나는 잠시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생각해야 한다. --- p.302~303
이제는 꿈같은 자아가 젊은 날의 빛나는 훈장처럼 느껴진다. 내 속에서 자라는 것은 아직 모호하긴 해도 구분할 수 있는 감각이므로 나는 기묘한 농담의 희생자다. 거울 속에 보이는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이해할 수 있다. 오히려 이 얼굴 뒤에 있는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억이 문제다. 80년 이상에 걸쳐 축적되었다고 단호하게 주장하는 이 희미해지는 기억은 모두 시공을 지나는 하나의 경로에 속해야 하며,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삶에 속해야 한다. --- p.333~334
그렇다면 당신이 되어버린 이 꿈에서 존재의 깊은 진실은 그 자신을 드러낸다. 당신은 결코 없었다. 있었던 것은 오직 땅뿐이다. 그리고 그 땅은 당신보다 더 비옥하고 다채롭고 아름다우며 혼란스럽고 경이롭다. --- p.335
출판사 리뷰
우리가 꿈꾸는 좋은 인생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하며 사는 삶에 대한 뜨겁고 열정적이며 강력한 성찰 - 로쟈 이현우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미시킨’.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어느 날 미시킨은 태어났고 또 다른 어느 날 죽음을 맞았다. 여느 평범한 인간의 인생사다. 또 다른 인물 ‘니콜라이’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허름한 옛집에서 아버지의 기록을 발견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쓴 원고 뭉치 속에서 아버지와 너무 닮은 미시킨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삶 속으로 점점 더 빠져든다. 니콜라이는 아버지의 자서전인지 소설인지 모를 원고를 편집하고 각주를 달아 책으로 만든다.
그대, 깨어나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마크 롤랜즈는 이 책의 서두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문장을 빌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은 물론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에 대한 책임, 그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질 수 있는 것일까? 이를 위해 저자는 미시킨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일생의 흐름에 따라 주요 사건들을 추적해간다. 불완전한 기억의 파편이 모인 기록 속에는 진실과 오해, 현실과 상상, 확신과 의심이 뒤섞이면서 수많은 생각과 의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문 사유의 과정은 누군가의 머릿속을 고스란히 활자로 옮겨놓은 듯 길고 복잡하다. 살아 있는 철학자의 머릿속, 흡사 마크 롤랜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술 방식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인생의 목적이 함축해 드러난다. “내 삶에 목적이 있었다면 그것은 ‘사유’다. 증거를 수집하고 거기에 근거해 어떤 영향이 있는지 규명하고, 판단과 직관, 의견과 관점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사유는 철학의 본질이며, 그 중요성은 철학이 제일 강조해온 가치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철학의 힘이 약해진 시대에 마크 롤랜즈가 ‘생각하며 사는 삶’을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역시 이론을 나열하기보다 실제 경험과 철학적 사유를 결합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는 오로지 끈질긴 열정으로 무모할 만큼 치열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생각의 끝이 어디인지 한번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이에 대해 서평가 이현우는 『굿 라이프』에서 “마크 롤랜즈의 성찰은 뜨겁고 열정적이며 아주 강력하다”라고 평했다.
삶을 예술과 같이 살라
마크 롤랜즈는 ‘생명과 탄생, 종교와 신, 윤리와 거짓말, 부와 가난, 쾌락, 사랑, 죽음’ 등 인간의 삶에서 가장 논쟁적인 20가지 딜레마를 선정해 ‘생각의 화두’로 삼는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테지만 코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가 아니기에 끝까지 파고들지 못했거나, 논란의 여지가 큰 사회적 문제여서 좀처럼 건드리지 못하는 주제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픽션을 도구이자 방패로 삼았다. 이렇게 픽션과 철학이 결합된 ‘철학 소설’ 형식을 취함으로써 기존의 사상이나 논리, 상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영국의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가 말한 것처럼 “아카데믹한 갑옷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셈이다.
아무런 제약과 염려 없이 생각에 몰두하기로 마음먹어서일까? 마크 롤랜즈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인생을 살아가며 내려야 할 수많은 결정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길고 긴 사유의 과정을 통해 내린 결론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 옳고 그른지, 선한지 악한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다. 예컨대 ‘쾌락’에 대한 사유를 살펴보면 높든 낮든 쾌락은 모두 같다고 주장한 벤담이 옳은지, “배부른 돼지보다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주장한 밀이 옳은지 정답을 가르지 않는다. 그 대신 저자는 인간이 고통이나 쾌락밖에 알지 못한다면 “삶의 비참한 낭비”일 것이라 말한다. 진정 삶을 이해하려면 “삶에서 꿈꿔보지 못했던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가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락으로 곤두박질”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삶을 예술과 같이 살라”고 니체가 말했듯 승리와 패배, 성취와 고난이 공존하는 인생에서 위대한 예술처럼 영감을 주며 역동적인 삶을 꿈꾸길 소망한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가?
또한 마크 롤랜즈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우리는 왜 태어났으며, 삶의 끝이 어디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질문을 던진다. 마크 롤랜즈는 인생의 처음과 끝에 관한 사유로 이 책을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소설 속에서 미시킨은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첫 번째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잉태되었는가?”
탄생 전의 잉태를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저자의 관점은 뜻밖에도 다소 회의적이다. 한 생명이 잉태는 부모가 원하거나 태어날 아이의 행복을 위해, 인류를 위한 일이거나 생식과 환경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 등의 이유 때문이다. 다만 저자는 잠재적 행복보다 잠재적 고통이 더 분명하다는 논리를 펼치면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 실레노스의 말을 강조한다.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쇼펜하우어 역시 “모든 삶에서 고통이 행복보다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면서, 미시킨은 자신의 잉태가 “지독한 실수”였다고 결론 내린다.
자신이 잉태된 것이 되돌릴 수 없는 실수라면 삶은 마지막까지 회의적인가? 그러나 ‘바깥세상에서 어머니의 품에 안겨 맛보는 첫 식사의 기쁨’은 모든 불안과 고통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이는 훗날 미시킨이 두 아이의 부모가 되는 순간 동일하게 느끼는 강렬한 감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감정은 ‘사랑’으로 확장되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자식을 향한 사랑은 무조건적이고 변하지 않으며 이 세상 모든 사람과 싸우더라도 지키고 싶은 감정이라는 것이다.
미시킨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얼굴을 가진 ‘올가’와 사랑에 빠져 가족을 이루고, 파생상품 트레이더로서 흑마술과 같은 자본의 실체를 깨닫고, 올가와 함께 떠난 인도 여행에서 해시시를 판매하는 경찰서장을 만나는 등, 그의 인생은 니콜라이가 알지 못한 수많은 사건들로 가득했다. 기록되지 않았더라면 사라져버렸을 아버지의 삶은 아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엉망진창이었지만, 아들이 알지 못한 수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담겨 있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무엇보다 미시킨과 올가가 선택한 죽음의 방식은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가 하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올가는 말기 암 투병 과정에서 소극적 안락사인 ‘심폐소생술 금지’를 결심하고, 아내의 죽음 후 미시킨은 치매가 점점 심해지자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내 육체는 존재해도 숨만 쉬는 유기체로서의 삶은 더 이상 내가 아니다”라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안락사는 일부 국가에서만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2016년 초 우리나라에서도 ‘웰다잉법’이 통과된 후 ‘품위 있는 죽음’,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문제로 끝난다. 마크 롤랜즈는 “죽음의 방식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이며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끝내도록 허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뿐만 아니라 마크 롤랜즈는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첨예한 경제, 사회, 종교 등의 문제에 관해서도 다양한 철학적 입장과 찬반 논란을 상세히 언급하며 자신의 소신을 밝힌다. 신과 종교에 대해서는 “각자의 신을 믿는 것은 자유다. 그렇다고 해서 윤리학의 의무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광적인 믿음과 종교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폭력을 경계하고, 마약 등의 금지 약물에 대해서는 불법화와 합법화, 비범죄화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하면서 “개인의 행복만큼 자율도 중요하다”라는 진보적인 입장을 밝힌다.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에서 비롯된 부의 격차와 해소에 대해서도 “계산이 없는 동정심은 맹목적일 수 있다. 그러나 동정심이 없는 계산은 공허하다”라면서 오랜 고민 끝에 깨달은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전한다.
내 삶이 나를 증명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기 바쁜 우리는 인생을 총체적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생각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각자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마크 롤랜즈는 ‘생각하는 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 초점을 ‘인생’으로 넓힐 것을 권한다. 인생이야말로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이 무한한 가치를 남길 수 있는 빈 원고지이며, 그것을 채우는 것이 인생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이든 어디든 우리 삶이 기록되는 순간 무한의 가치를 얻는다고 말한다. “글은 우리 모두가 우리만의 방식으로 ‘나도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존재의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굿 라이프』는 하나의 주제에 몰입해 끝까지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 고민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중요한 고민을 미루는 사람들에게 왜 생각해야 하는지, 왜 생각을 기록하고 써야 하는지 그 의미를 일깨운다. “최선의 삶은 잊을 수 없는 삶이다. 추한 삶은 서투르고 영감을 주지 않으며 쉽게 잊히는 삶이다.” 따라서 그 반대의 삶, 생각하며 살지 않는 인생은 무의미하며,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대한 책임은 내 삶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영감을 주었는지에 달렸다.
이 책의 제목 “굿 라이프”처럼 마지막에 좋은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마크 롤랜즈는 위대한 업적이나 남다른 성공을 좋은 인생의 기준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결정을 내리는 것, 단지 그것만을 강조한다. 서평가 이현우의 말처럼 “생각하며 사는 삶의 탁월한 사례를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베토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신의 생각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중얼거림은 그 자체로는 유치해 조롱받고 무시당하기 쉽지만, 마치 음표를 엮어 작곡을 하듯 삶 속에 엮으면 가끔, 아주 가끔은 훌륭한 작품이 된다.”
인생이라는 드넓은 시간의 대지에서 사유하는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논한 『굿 라이프』는 요즘 시대에 가장 철학적인 인문서다. 또한 “철학은 문학에 가장 가까울수록 진정한 설득력을 가진다”라는 마크 롤랜즈의 실험적인 도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아무도 선뜻 답해주지 않는 인생의 수많은 질문들의 답을 찾고 싶은 사람들, 철학자들의 생각이 녹여진 사유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지적 깨달음과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추천글
“마크 롤랜즈의 『굿 라이프』는 소설로 쓰인 인생철학이다. 인생에 대한 철학적 해부는 문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게 그의 내기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인생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롤랜즈의 성찰은 뜨겁고 열정적이며 아주 강력하다. 생각하며 사는 삶의 탁월한 사례를 제시한다.” _로쟈 이현우
“철학과 픽션의 절묘한 하이브리드” _[가디언]
@마크롤랜즈 새로운 마음 과학 - 확장된 마음으로부터 체화된 현상학까지
(마크 롤랜즈 2024) The New Science of the Mind: From Extended Mind to Embodied Phenomenology 마크 롤랜즈 정혜윤 2024
마크 롤랜즈의 『새로운 마음 과학』은 제3세대 인지과학으로 분류되는 ‘체화된 인지’에 관한 대표적 저술로서, 심적 과정이 사고하는 유기체의 머릿속에서 독점적으로 일어난다고 가정하는 데카르트적 인지과학의 마음관에 반박하면서 새로운 마음 과학의 논리적·개념적 토대를 구축하고자 한다. 체화된 인지에 관한 많은 문헌들 가운데서도 새로운 마음 개념에 대한 논의를 단일한 이론 안에 통합시키고 있으며 기존 논의들보다 독창적이고 유용하다
quote
4E로 불리는 체화(embodied), 확장(extended), 착근(embedded), 행화(enacted)
마음의 확장 15
- 확장하는 마음? ㆍ 15
[상자 1. 1] 동일성과 독점적 실현 ㆍ 20
- 마음과 심적 현상 ㆍ 27
- 데카르트의 유령 ㆍ 31
- 가장 친한 친구와 짖는 개 ㆍ 37
- 비데카르트적 인지과학: 틀 ㆍ 44
- 커다란 문제(E가 몇 개면 충분할까ㆍ) ㆍ 46
비데카르트적 인지과학 53
- 데카르트적 인지과학의 작용: 마의 시각 이론 ㆍ 53
- 실례들: 케빈 오리건의 웹사이트 ㆍ 61
- 생태학적 시지각 이론 ㆍ 66
- 사랑을 담아 러시아에서 ㆍ 72
[상자 2. 1] 다양한 종류의 기억하기 ㆍ 76
- 신경망과 상황적 로봇공학 ㆍ 79
[상자 2. 2] 신경망 ㆍ 79
- 결론 ㆍ 90
체화되고 착근되고 행화되고 확장된 마음 91
- 데카르트적 인지과학(요약) ㆍ 91
- 체화된 마음 ㆍ 93
- 확장된 마음 ㆍ 102
[상자 3. 1] 필연과 우연 ㆍ 107 [상자 3. 2] 오토의 흥미로운 사례 ㆍ 109 [상자 3. 3] 확장된 마음에 대한 잘못된 이해 방식 ㆍ 113
- 착근된 마음 ㆍ 121
- 행화된 마음 ㆍ 125
- 체화되고 확장되고 연합된 마음 ㆍ 146
연합된 마음에 대한 반론들 151
- 연합된 마음: 도전들 ㆍ 151
- 확장된 마음과 이에 대한 불만들 ㆍ 152
- 차이 논증: 확장된 마음속 동등성과 통합 ㆍ 154
- 결합-구성 오류 ㆍ 161
- 인지의 부풀림 ㆍ 164
- 인지의 표식 반론 ㆍ 167
- 체화된 마음에 대한 반론들 ㆍ 168
- 체화된 마음과 확장된 마음의 화해 ㆍ 172
[상자 4. 1] 기능주의 ㆍ 172
- 연합된 마음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 ㆍ 183
인지의 표식 187
- 기준: 무엇에 유용한가? ㆍ 187
- 기준에 대한 기준들 ㆍ 189
- 기준 ㆍ 193
- 기준에 대한 옹호: 인지-과학적 실천 ㆍ 208
- 지각 확장하기 ㆍ 211
- 인지 확장하기 ㆍ 215
- 반론들에 대한 재검토 ㆍ 219
- 결론 ㆍ 230
소유권의 문제 233
- 소유권과 팽창의 문제 ㆍ 233
- 소유권: 통합 대 봉쇄 ㆍ 242
- 통합: 인격적 수준과 전인격적 수준 ㆍ 248
- 소유권: 기준학적 문제와 구성적 문제 ㆍ 253
- 소유권과 행위주체성 ㆍ 258
- 권한과 부풀림 문제 ㆍ 265
- 인식적 권한의 파생적 특성 ㆍ 267
- 대처와 인지의 연속성 ㆍ 275
드러내는 활동이라는 지향성 개념 277
- 서론 ㆍ 277
- 경험적인 것으로서의 경험: 객관성의 힘 ㆍ 280
- 뜻의 두 가지 의미 ㆍ 288
- 파악된 뜻, 노에시스, 노에마에 관한 후설의 견해 ㆍ 294
- 무(無)에 대한 사르트르의 견해 ㆍ 302
- 계보들 체계화하기: 논쟁 ㆍ 307
- 요약 ㆍ 316
연합된 마음 319
- 지각에서 인지로 ㆍ 319
- 인과적 드러냄과 구성적 드러냄 ㆍ 322
- ‘통과하는 여행’이라는 지향성 개념 ㆍ 330
- 하이데거와 거리 제거 ㆍ 337
- 지각적 드러냄의 매개체 ㆍ 340
- 오토의 귀환 ㆍ 348
- 드러냄과 인지적 드러냄 ㆍ 357
- 체화된 인지와 확장된 인지: 다시 합치기 ㆍ 359
- 소유권의 문제 ㆍ 361
- 이상한 새로운 과학? ㆍ 366
책 속으로
마음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가? 이것은 특이한 질문이다. 철학과 심리학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인 질문은 ‘마음이란 무엇인가’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일반적인 대답은 ‘뇌’이다. 이러한 대답이 옳다면 마음은 뇌가 시작하는 곳에서 시작하고 뇌가 끝나는 곳에서 끝난다. 마음은 그저 뇌일 뿐 다른 어떤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뇌는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가? 마음이 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중추 신경계와 말초 신경계를 확고하게 구분한다.
뇌는 머리에 자리한 회색의 끈적끈적한 물질 덩어리로 뇌간, 해마, 대뇌 피질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뇌가 이런 것이라면 마음도 이런 것이라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음은 이 삼위일체 구조의 일부, 즉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 등을 담당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마음은 대뇌 피질과 해마(의 일부)인 셈이다. 이러한 마음 개념은 여전히 수용할 수 없을 만큼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만약 마음이 나의 심적 상태 및 과정들과 다른 어떤 것으로 이해된다면 나는 나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 p.27~28
이 책에서 옹호하는 비데카르트적 마음 개념은 사실 마음 개념이 결코 아니다. 또한 마음을 심적 상태 및 과정들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더더욱 아니다. 비데카르트적 마음 개념은 심적 현상에 대한 개념이다. 그것은 일부 심적 현상들이 체화되거나, 착근되거나, 행화되거나, 확장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점에서 비데카르트적 마음 개념은 데카르트적 인지과학의 심적 현상 개념을 단호히 거부한다. 즉 심적 상태 및 과정은 뇌 상태 및 과정과 동일하거나 또는 이들에 의해 독점적으로 실현되기 때문에 심적 상태 및 과정은 뇌에서 시작하고 뇌에서 끝난다는 주장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이다. 심적 상태 및 과정은 뇌 상태 및 과정과 동일하거나 또는 이들에 의해 독점적으로 실현된다는 견해는 현대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17세기 프랑스에서 등장한 마음에 대한 견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 p.30~31
인지 과정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것은 가령 진정한 인지는 뇌 안에서 일어난다는 생각, 즉 신경적 표상의 변환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과 양립 가능하며, 다만 특정 사례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변환 과정의 특성을 이해하려면 이러한 변환이 착근되어 있는 더 넓은 신체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할 뿐이다. 인식적 해석에 따르면, 더 넓은 신체 구조는 이러한 인지 과정이 자리하고 있는 일종의 신체적 맥락을 제공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러한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지와 신체적 맥락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진정한 인지는 여전히 뇌 안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할 수 있으며, 이러한 주장은 체화된 마음 이론의 인식적 독해와 양립 가능하다. --- p.98
즉 인지 과정이 확장된다는 개념은 우리가 심적 과정을 다음과 같이 오해하도록 우리를 쉽게 유혹할 수 있다. 인지 과정은 뇌 바깥으로 뻗어 나가며 분명한 공간적 위치를 가지고 있는데, 다만 뇌 밖 세계의 넓은 영역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확장된 인지를 잘못 이해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인지 과정은 기껏해야 모호한 위치를 가지며, 불확정적일 수도 있다. 즉 주어진 토큰 인지 과정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사실이 없을 수도 있다. 확장된 마음이라는 은유가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가정하도록 유혹하듯이, 인지 과정은 뇌나 두개골 바깥으로 늘어난 고무줄처럼 확정적인 확장된 경계를 갖지 않는다. 인지 과정에는 확정적인 경계가 전혀 없다. 확장된 마음 이론은 공간적으로 한계가 없는 마음 이론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명칭이 결코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음을 직시할 수밖에 없다. --- p.147~148
동등성 개념은 실제로 확장된 마음의 중요한 개념이긴 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통합의 개념이 있다. 통합이란 이질적인 유형의 과정들이 바로 그 서로 다른 특성으로 인해 그들 중 하나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과제를 인지 유기체가 수행할 수 있도록 이질적인 유형의 과정들을 서로 맞물리게 하는 것이다.(Menary 2006, 2007; Sutton 2010) 이러한 통합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내부 과정과 외부 과정 사이의 차이점은 유사점만큼이나 중요하거나 심지어 그보다 더 중요하다.
인지가 환경으로 확장되는 이유는 특정한 인지적 과제의 수행과 관련하여 내부 과정이 할 수 없는 일(또는 확장된 마음 이론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특정 경우에는 내부 과정이 하지 않는 일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도 있겠다)을 외부 과정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구조 및 과정은 내부 구조 및 과정과 상당히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차이로 인해 인지 수행자는 내부 인지 과정만으로는 수행할 수 없는 특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러한 차이가 없다면 외부 과정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 p.157
이 책의 전반부에서 나는 확장된 마음 이론에 대한 모든 주요 반론들이 인지의 표식 반론으로 소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인지의 표식, 즉 어떤 항목이 인지적이라고 간주되기에 총체적으로 충분한 조건들의 목록을 제공했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조건은 소유권 조건, 즉 무엇이건 인지 과정으로 간주되려면 인지적 주체(기준의 처음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주체로 이해되는 주체)가 그것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소유권을 이해하려는 이전의 시도들은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인격적 수준의 인지 과정들에만 주의를 집중했고, 전인격적 인지 과정들의 소유권은 이것들로부터 파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다음 인격적 수준의 소유권은 권한과 관련이 있고, 행위 주체성과도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탐색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증은 결코 결정적이지 않았다. 특히 권한과 행위주체성의 현상은 파생적인 것으로 보였다. 여기에서 옹호하는 지향적 정향성 모델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인지 과정이 나에게 세계를 드러내면, 그 인지 과정은 나에게 속한 것이다. --- p.361~362
출판사 리뷰
마음이란 단지 ‘뇌의 신호’가 아니다 인지ㆍ신체ㆍ환경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마음’ 개념에 대하여
마크 롤랜즈의 『새로운 마음 과학』은 제3세대 인지과학으로 분류되는 ‘체화된 인지’에 관한 대표적 저술로서, 심적 과정이 사고하는 유기체의 머릿속에서 독점적으로 일어난다고 가정하는 데카르트적 인지과학의 마음관에 반박하면서 새로운 마음 과학의 논리적·개념적 토대를 구축하고자 한다. 체화된 인지에 관한 많은 문헌들 가운데서도 새로운 마음 개념에 대한 논의를 단일한 이론 안에 통합시키고 있으며 기존 논의들보다 독창적이고 유용하다.
고전적 인지주의를 반박하는 ‘새로운 마음 과학’의 정초
데카르트적 인지과학에서는 감각정보가 입력되면 뇌가 이를 표상해서 인지 유기체에 의미 있는 정보로 변환시킨다고 설명함으로써 인지과정이 뇌에 독점된 과정이라고 말하지만, 저자가 추구하는 반데카르트적 인지과학은 인지과정이 머릿속에서만 수행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수행해야 하는 인지적 과제와 관련된 정보를 뇌 외부의 신체 및 환경 구조가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가 외부 구조를 올바른 방식으로 이용하여 이 정보를 활용할 때 외부 구조가 인지과정의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인지 과정을 신경적 구조 및 과정, 신체적 구조 및 과정, 환경 구조 및 과정의 ‘연합체’로 간주하는 것이다.
오늘날 흔히 4E로 불리는 체화(embodied), 확장(extended), 착근(embedded), 행화(enacted)의 개념은 데카르트적 인지과학의 핵심 가정을 부정하거나 의문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롤랜즈는 이 4E 개념들에 주목하지만, 이 중 ‘체화’와 ‘확장’이 진정으로 반데카르트적인 마음 개념을 구성한다고 본다. 이렇듯 4E 개념들이 각각 주장하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이며, 데카르트적 인지과학의 중심 가정을 정말로 부정하는지, 그리고 4E 개념들 가운데 어떤 개념들이 서로 양립 가능하거나 불가능한지를 면밀히 고찰함으로써 이러한 자격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길을 찾아 나선다.
롤랜즈에 따르면 ‘마음의 체화’란, 심적 과정이 뇌 과정뿐만 아니라 뇌 과정과 그 외 신체 구조 및 과정의 조합에 의해서도 구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마음의 확장’에 따르면 인지 과정은 신체 내부 및 외부에 걸쳐 있는 혼성적 과정이며, 일부 인지 과정은 부분적으로 환경 구조의 조작, 활용, 또는 변환으로 구성된다. 두 가지 모두 마음의 ‘존재적 구성’에 대한 주장인 것이다. 그는 체화된 마음과 확장된 마음을 ‘연합된 마음’으로 통합한다. 연합된 마음은 새로운 마음 과학의 토대가 되며, 책에서는 이를 옹호하기 위해 여러 반론들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인지의 표식 반론’은 체화된 마음 및 확장된 마음이 호소하는 종류의 과정들을 인지의 자격이 있는 것으로 간주할 인지의 기준이란 없을 것이라는 반론인데, 저자는 여러 반론들이 결국 인지의 표식 반론으로 귀결되며, 인지에 대한 적절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마음 과학의 이론과 실제를 연결짓는 혁신적인 접근
롤랜즈는 인지과정이 신경적, 신체적, 환경적 구조 및 과정의 연합체로 간주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인지과정이 인지적 주체에게 속한다는 소유권 개념을 설명한다. 인지의 적절한 기준에 대한 제시, 기능주의에 대한 배제, 그리고 체화된 마음과 확장된 마음의 결합에 대한 시도는 4E의 다른 지지자들의 입장으로부터 롤랜즈의 입장을 구별해 주는 독특한 면모다. 특히 이 책의 후반부 전체를 할애할 정도로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지의 기준에 대한 논의 역시 4E에 대한 기존의 문헌들에서는 찾기 힘든 것이다. 즉 인지의 기준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소유권 개념에서 찾을 수 있으며, 연합된 마음은 이로부터 자연스럽고 명백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새로운 마음 과학의 토대가 될, 진정으로 반데카르트적인 마음 개념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자 하는 이 책의 기획은 지금까지 상당히 산발적으로 제시되어 온 새로운 마음 개념에 대한 논의들을 단일한 이론 안에 통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야심차고 참신할 뿐만 아니라 발전적이다. 또한 소유권 개념과 지향성 개념 등의 도입은 체화된 인지를 이에 대한 기존의 논의들과 전혀 다른 방향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면서도 유용하다. 체화된 인지에 관한 많은 문헌들 가운데서도 단연 이 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