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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영. 2023. 한국말 말차림법.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3167374.

———. 2025. 묻따풀 한국말 -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https://m.yes24.com/goods/detail/145262066.

History

  • [2025-05-22 Thu 11:34] 놀라운 연구를 하신 분이다.

묻따풀 한국말 -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최봉영 2025) 최봉영 2025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말하고, SNS로 주고받는 한국말 160여 개를 새롭게 묻고 따져서 풀어내다!

한국말로 생각을 펼치는 사람과, 영어나 중국어로 생각을 펼치는 사람의 머릿속과 마음속이 과연 똑같을까? 사람들이 말로 생각을 펼쳐서 느끼고 아는 일을 할 때, 어떤 말로 생각을 펼치느냐에 따라 느낌도 앎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렇게 서로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이 긴 세월 동안 저마다 새롭게 만들어온 말에는 그들만의 정신적 DNA가 새겨져 있다. 수천 년에 걸쳐 같은 말을 주고받으며 살아온 ‘한(韓)-K’ 겨레의 정신적 DNA가 오롯이 담겨 있는 한국말, 그 바탕을 환하게 밝혀야 하는 까닭이다.

나, 너, 남, 우리, 사람, 몸, 마음, 머리, 살다, 웃다, 울다, 꿈꾸다, 미치다, 사랑하다, 반갑다, 하늘, 바다, 해, 달, 땅, 물, 불, 헤아리다, 궁금하다, 아름답다, 무엇, 이것, 저것, 그것, 말, 말씀, 활짝, 살짝, 밖, 안, 겉, 속, 참말, 거짓말, 있음, 없음, 돈, 소통…. 『묻따풀 한국말』은 이렇게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말하고, SNS로 주고받는 한국말 160여 개를 새롭게 묻고 따져서 풀어낸 책이다. 흔히 쓰는 한국말의 뿌리와 생애를 더듬어서, 한국말에 깃든 한국인의 삶과 철학을 펼쳐 보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한국말을 새롭게 보고, 한국말의 바탕에 관심을 갖고, 한국말의 뿌리를 찾는 일에 불씨가 되기를 바라며,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묻고 따지고 풀어보고 싶은, 당신의 ‘묻따풀 한국말’은 무엇인가요?

머리말_저마다 ‘묻따풀 한국말’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첫째 판 한국말로 한국사람 깊이 보기

  • 01 나는 누구이고 사람은 무엇인가 - 나ㆍ사람
  • 02 사람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 몸ㆍ마음ㆍ머리
  • 03 사람은 무엇을 바탕으로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가 - 것ㆍ일ㆍ함께함
  • 04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감이 오다ㆍ감이 잡히다ㆍ감을 잡다
  • 05 사람 노릇을 하려면 몸을 놀려야 하나니 - 노릇ㆍ놀다ㆍ놀이ㆍ노래ㆍ노름ㆍ노님
  • 06 사람 구실을 하려면 고루-두루 함께해야 하나니 - 구실ㆍ고루ㆍ두루
  • 07 목숨을 갖고 있는 한 가져야 할 몸가짐, 마음가짐 - 갖다ㆍ가지다
  • 08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 - 묻다ㆍ따지다ㆍ풀다
  • 09 깨치고 나아가 끝내 깨달으리라 - 깨닫다ㆍ깨치다
  • 10 깨쳐서 나날이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 깨치다ㆍ익히다ㆍ배우다
  • 11 따로 또 같이 함께하며 살아가네 - 나ㆍ남ㆍ저ㆍ우리ㆍ너ㆍ저들ㆍ저희
  • 12 나와 임은 함께하며 서로를 이루어가네 - 임ㆍ이ㆍ이다ㆍ임금ㆍ왕(王)ㆍ주(主)

둘째 판 한국말로 사람살이 깊이 보기

  • 01 사람은 삶의 살을 살려서 살아가네 - 사람ㆍ살다ㆍ살리다ㆍ살림ㆍ삶ㆍ살이ㆍ살기
  • 02 밑이 아니라 위에 있으니 웃지요 - 웃다
  • 03 내가 울면 같이 울 이가 우리 - 울다
  • 04 어떤 일이 그렇게 된 까닭은 - 절로ㆍ탓으로ㆍ바람에
  • 05 내가 살아가며 하는 모든 일의 의미는 - 까닭ㆍ위함ㆍ보람
  • 06 꾸어야 하나, 깨어야 하나 - 꿈ㆍ꾸다
  • 07 미쳐야 미친다 - 미치다
  • 08 사랑, 그 무한대에 대하여 - 사랑ㆍ사랑하다
  • 09 서로의 반쪽을 만나면 일어나는 일들 - 반갑다ㆍ반하다ㆍ반기다
  • 10 서로 갈라지면 일어나는 일들 - 겨루다ㆍ다투다ㆍ싸우다
  • 11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 행(幸)ㆍ복(福)ㆍ은(恩)ㆍ덕(德)ㆍ약(藥)

셋째 판 한국말로 세상살이 깊이 보기

  • 01 모든 것이 함께 어울려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때와 곳 - 뉘ㆍ누리ㆍ시간ㆍ공간
  • 02 ‘하늘 천’, ‘따 지’를 따지기 전에 -하늘ㆍ바다ㆍ해ㆍ달ㆍ땅
  • 03 물고 불고 돌아가는 세상 - 물ㆍ물다ㆍ무르다ㆍ불ㆍ불다ㆍ불리다
  • 04 바람의 흐름을 읽으니 미르의 세상이 열리네 - 풍류ㆍ바람ㆍ미르
  • 05 별을 헤고, 세상을 헤아리다 - 혀ㆍ헤다ㆍ헤아리다
  • 06 그것이 알고 싶다 - 구멍ㆍ궁금하다
  • 07 이보다 더 온전할 순 없다 - 만ㆍ많다
  • 08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더라 - 되다ㆍ달라지다ㆍ바뀌다
  • 09 누리의 모든 것이 본질에 가까워질 때 - 아름ㆍ다움ㆍ답다ㆍ아름답다
  • 10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 이름ㆍ일컬음
  • 11 다 함께 그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무엇ㆍ가르다ㆍ가리키다

넷째 판 한국말로 인문학 하기

  • 01 ‘것’에 대하여 1 - 것ㆍ이것ㆍ저것ㆍ그것
  • 02 ‘것’에 대하여 2 - ‘것’과 한국사람의 존재론
  • 03 어느 것이냐 아무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어느 것ㆍ아무것
  • 04 한국의 양자역학 - 있다ㆍ있지 아니하다ㆍ없다
  • 05 말이라고 다 말인가, 말 같아야 말이지 - 말ㆍ말씀
  • 06 한국말의 특징: 이름말과 풀이말 1
  • 쓸개ㆍ쓰다ㆍ벌ㆍ벌다ㆍ나비ㆍ납작하다ㆍ파리ㆍ팔팔하다ㆍ잠자리ㆍ잠잠하다
  • 07 한국말의 특징: 이름말과 풀이말 2 - 활ㆍ활짝ㆍ살ㆍ살짝
  • 08 한국말의 논리 - 밖ㆍ안ㆍ겉ㆍ속ㆍ참말ㆍ거짓말
  • 09 깨달음으로 이끄는 단 하나의 물음 - 이ㆍ뭣ㆍ고
  • 10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 얼ㆍ얼치기ㆍ얼다

다섯째 판 서르 ㅅㆍㅁㆍㅅ디 아니ㅎㆍㄹㅆㆎ

  • 01 나라와 國家는 어떻게 같고 다를까
  • 02 있고 없음과 有無는 어떻게 같고 다를까
  • 03 존재와 存在와 be는 어떻게 같고 다를까
  • 04 가운데와 中과 center는 어떻게 같고 다를까
  • 05 모ㆍ금ㆍ겉과 點ㆍ線ㆍ面과 pointㆍlineㆍface는 어떻게 같고 다를까
  • 06 뫼와 山과 mountain은 어떻게 같고 다를까
  • 07 물과 水와 water는 어떻게 같고 다를까
  • 08 개와 犬과 dog는 어떻게 같고 다를까
  • 09 돈과 錢과 money는 어떻게 같고 다를까
  • 10 사무침과 疏通과 communication은 어떻게 같고 다를까

출판사 리뷰

한글은 위대하다! 그런데 한국말은?

바야흐로 ‘K(케이)‘로 통하는 세상이다. 세계 어디서나 ‘K’ 하면 한국, 한국 하면 ‘K’를 떠올린다. ‘K’와 ‘한(韓)‘은 멀리는 삼한에서부터 지금의 한국에 이르기까지, 한국말을 바탕으로 함께 어울려 사는 겨레를 아우르는 말이다. 한국말로 머리가 돌아가고, 머리를 굴리고, 머리를 쓰며, 깨어서는 한국말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자면서는 한국말로 꿈을 꾸는 이들이 함께 문화를 가꾸고, 문명을 일으키고, 역사를 만들어왔다.

세종대왕 덕분에 한국말로 생각한 것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글자가 생긴 뒤로, 오늘날 거의 모든 한국인이 한글을 읽고 쓴다. 많은 한국인이 한글이야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글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한글은 그토록 자랑거리로 여기면서, 한국말에는 별다른 의미나 가치를 두지 않는다. 영어나 중국어에 대해서는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서 어원을 찾고, 글자의 생김새와 뜻을 짚어가며 철학적 해석과 의미 부여에 힘을 쏟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데 한국말로 생각을 펼치는 사람과, 영어나 중국어로 생각을 펼치는 사람의 머릿속과 마음속이 과연 똑같을까? 사람들이 말로 생각을 펼쳐서 느끼고 아는 일을 할 때, 어떤 말로 생각을 펼치느냐에 따라 느낌도 앎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렇게 서로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이 긴 세월 동안 저마다 새롭게 만들어온 말에는 그들만의 정신적 DNA가 새겨져 있다. 수천 년에 걸쳐 같은 말을 주고받으며 살아온 ‘한(韓)-K’ 겨레의 정신적 DNA가 오롯이 담겨 있는 한국말, 그 바탕을 환하게 밝혀야 하는 까닭이다.

한국말에 깃든 한국인의 삶과 철학을 들여다보다

나, 너, 남, 우리, 사람, 몸, 마음, 머리, 살다, 웃다, 울다, 꿈꾸다, 미치다, 사랑하다, 반갑다, 하늘, 바다, 해, 달, 땅, 물, 불, 헤아리다, 궁금하다, 아름답다, 무엇, 이것, 저것, 그것, 말, 말씀, 활짝, 살짝, 밖, 안, 겉, 속, 참말, 거짓말, 있음, 없음, 돈, 소통…. 『묻따풀 한국말』은 이렇게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말하고, SNS로 주고받는 한국말 160여 개를 새롭게 묻고 따져서 풀어낸 책이다. 흔히 쓰는 한국말의 뿌리와 생애를 더듬어서, 한국말에 깃든 한국인의 삶과 철학을 펼쳐 보이고 있다.

‘첫째 판_한국말로 한국사람 깊이 보기’에서는 ‘나는 누구이고 사람은 무엇인가’라는 가장 본질적인 물음으로 시작해서, ‘너, 남, 저, 우리, 저희, 저들, 임(님)’ 등과 같이 대상을 일컫는 말의 뜻, 그리고 ‘노릇, 구실’처럼 사람이 사람으로서 감당해야 할 몫과, ‘묻다, 따지다, 풀다, 깨치다, 익히다, 배우다’처럼 사람이 추구해야 할 일들의 의미를 풀어낸다. 다음으로 ‘둘째 판_한국말로 사람살이 깊이 보기’에서는 ‘살다, 웃다, 울다, 꿈꾸다, 미치다, 사랑하다, 반갑다, 다투다’와 같이, 한국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면서 느끼고 드러내고 주고받는 희로애락의 말들을 깊이 들여다본다.

이어서 ‘셋째 판_한국말로 세상살이 깊이 보기’에서는 ‘시간, 공간, 하늘, 바다, 해, 달, 땅, 물, 불, 바람’과 같은 유형·무형의 환경과,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가는 세상을 겪다 보면 절로 하게 되는 ‘헤아리다, 궁금하다, 많다, 되다, 바뀌다, 아름답다, 일컫다, 가르다, 가리키다’와 같은 말들을 풀어본다. ‘넷째 판_한국말로 인문학 하기’에서는 기존의 인문학 세계에서 군소리로 취급받아온 ‘것’을 한국인의 인식론과 존재론의 바탕을 이루는 개념어로 새롭게 조명해보고, ‘있다/없다, 밖/안, 겉/속, 참말/거짓말’과 같은 말들에 배어 있는 한국인의 철학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판_서르 ㅅㆍㅁㆍㅅ디 아니ㅎㆍㄹㅆㆎ’에서는 ‘나라/國家’, ‘가운데/中/center’, ‘뫼/山/mountain’ 등, 겉으로는 같은 것을 가리키는 듯해도 속으로는 바탕을 달리하는 한/중/영 낱말들을 비교해서 풀어본다.

누구나 쓰지만 아무도 몰랐던 한국말 바탕 찾기

이름을 짓는 일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이름을 부르는 일은 다 같이 해야 한다. 사람들이 다 같이 불러줄 때 비로소 이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만물의 이름 속에는, 그 이름을 함께 불러온 모든 사람의 슬기가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이 ‘나는 무엇이고 사람은 무엇인가’로 시작하는 것도 그래서다. 한국인이 입에 달고 사는 ‘나’라는 말 하나도 ‘그냥 나’가 아님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나다, 낳다, 내다’에 바탕을 둔 말로, ‘나=나고, 낳고, 낸 것’이다. 즉, ‘나’는 싹이 나듯 절로 ‘난 것’이자, 어버이가 ‘낳은 것’이자, 해·달·물·불·흙과 같은 것이 ‘낸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살리는 일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일을 하는 임자이다. 사람은 온갖 것이 가진 살리는 힘을 살려서 문화를 가꾸고 문명을 일구는 일을 해왔다.

‘반갑다’라는 말은 또 어떠한가. ‘반갑다=반(반쪽)+갑다(같다)‘로, ‘반갑다’는 ‘너는 나의 반쪽과 같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은 “나와 네가 이쪽의 반과 저쪽의 반으로 만나 하나의 우리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산(山)을 쓰면서 버린 이름, ‘뫼’는 ‘모+이’, 즉 온갖 것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넓고 평평한 땅에서 뾰족하게 솟아 있는 모양의 ‘山’과 달리, 한국사람에게 ‘뫼’는 ‘모든 것이 모여 있는 곳’, 온갖 것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곳이었다. 누군가는, 한국인 아무나한테 풀어보라고 해도 이 정도는 하겠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어떤 한국말이 왜 그런 뜻을 갖게 되었는지는, 그 말의 바탕을 곰곰이 살펴보면 한국인 누구나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으니, 머리를 맞대고 다 함께 묻고 따지고 풀어보자는 것이다.

또 누군가는, 비슷한 글자를 가지고 억지로 꿰맞춘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저자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 책에서 묻고 따진 것이 모두 맞거나 모두 옳다고 할 수 없으며, 보기에 따라서 이렇게 볼 수도, 저렇게 볼 수도 있다고 말이다. 저자는 다만 이 책이 한국말을 새롭게 보고, 한국말의 바탕에 관심을 갖고, 한국말의 뿌리를 찾는 일에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더 많은 이들에게 이렇게 묻고자 한다. “당신이 묻고 따지고 풀어보고 싶은, 당신의 ‘묻따풀 한국말’은 무엇인가요?”

한국말 말차림법

(최봉영 2023) 최봉영 이기상 2023

한국말의 힘을 또렷이 드러낸, 새로운 문법을 차려내며

서양말·일본말 문법에 기대지 않고, 한국사람들의 머릿속에 차려진 한국말을 제대로 풀어내다! 19세기 말 일본 학자들이 서양말 문법에 일본말을 욱여넣는 방식으로 일본말 문법을 만드는 바람에, 일본말 문법은 일본말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어설픈 문법이 되었다. 그런데 20세기 초에 한국 학자들은 일본 학자들이 만든 일본말 문법을 좇아서 한국말 문법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한국말 문법은 처음부터 한국말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이상한 문법이 되고 말았다. 1945년에 광복을 맞으면서 한국말 문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한국말 문법을 담은 교과서를 가지고 한국말 문법을 가르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그런데 국어학자들이 문법에 대한 생각 차이로 다툼을 이어가자 중학교에서 문법 교과서가 사라지더니, 나중에는 고등학교에서도 문법 교과서가 사라지게 되었다. 그 결과로 한국말 문법은 지금까지도 크게 푸대접을 받고 있다. 『한국말 말차림법』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태어난 책이다. 일본에서 가공된 서양말 문법에 따라 주어, 동사, 목적어 따위로 꿰어맞춘 문법은 잠시 덮어두자. 이제, 한국말을 배우고 쓰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말의 바탕과 차림새를 좇아, ‘씨말’과 ‘마디말’과 ‘매듭말’과 ‘포기말’로 쉽고 바르게 풀어낸 『한국말 말차림법』을 만나보자.

머리말_한국말의 힘을 또렷이 드러낸, 새로운 문법을 차려내며

제1부 말과 말차림법

  • 01 말과 사람
  • 02 말과 녀김
  • 03 입말과 글말
  • 04 말과 생각
  • 05 말과 문장
  • 06 한국말과 영국말과 중국말
  • 07 한국말과 중국말
  • 08 한국말과 영국말
  • 09 한국말 학교문법

제2부 한국말 말차림법

01 말을 어떻게 차릴 것인가

02 한국말 말차림법

  • 1 말 2 포기말 3 마디말
  • 4 매듭말 5 다발말 6 씨말
  • 7 앛씨말 8 겿씨말 9 낱말

03 한국말 차림새 풀어내기

1 마디말 차림새 풀어내기
  • [1] 마디말
  • [2] 마디말의 갈래
  • 곧이말
  • ① 으뜸 곧이말 ② 딸림 곧이말
  • ③ 얼임 곧이말 ④ 같이 곧이말
  • 맞이말
  • ① 바로 맞이말 ② 끼침 맞이말 ③ 가암 맞이말
  • ④ 비롯 맞이말 ⑤ 자격 맞이말 ⑥ 밑감 맞이말
  • ⑦ 시간 맞이말 ⑧ 장소 맞이말 ⑨ 방향 맞이말
  • ⑩ 보람 맞이말 ⑪ 도구 맞이말 ⑫ 수단 맞이말
  • ⑬ 까닭 맞이말 ⑭ 견줌 맞이말 ⑮ 같이 맞이말
  • 풀이말
  • ① 풀이말이 곧이말을 푸는 방식에 따른 갈래
  • ② 풀이말이 포기말에서 맡은 구실에 따른 갈래
  • 꾸밈말 5) 묶음말 6) 놀람말
  • 호응말 8) 부름말
2 매듭말 차림새 풀어내기
3 포기말 차림새 풀어내기
  • [1] 포기말
  • 무엇을 어떤 것으로 풀어내는 포기말의 갈래
  • 마디말을 쌓아 올리는 포기말의 갈래
  • [2] 포기말과 마침법
  • 일됨을 풀어내는 바탕 얼개 2) 꼴됨을 풀어내는 바탕 얼개
  • 이됨을 풀어내는 바탕 얼개 4) 있음을 풀어내는 바탕 얼개
  • 됨이를 풀어내는 바탕 얼개
4 씨말 차림새 풀어내기
[1] 씨말
[2] 앛씨말과 겿씨말
  1. 곧이말 앛씨말+곧이말 겿씨말 2) 맞이말 앛씨말+맞이말 겿씨말
  2. 풀이말 앛씨말+풀이말 겿씨말 4) 꾸밈말 앛씨말+꾸밈말 겿씨말
  3. 묶음말 앛씨말+묶음말 겿씨말 6) 놀람말 앛씨말+놀람말 겿씨말
  4. 호응말 앛씨말+호응말 겿씨말 8) 부름말 앛씨말+부름말 겿씨말
[3] 앛씨말의 갈래
  1. 몸통것 앛씨말
  2. ① 본디 몸통것 앛씨말 ② 처럼 몸통것 앛씨말
  3. ③ 누리 몸통것 앛씨말 ④ 딸림 몸통것 앛씨말
  4. ⑤ 갈음 몸통것 앛씨말 ⑥ 빈 몸통것 앛씨말
  5. ⑦ 셈 몸통것 앛씨말 ⑧ 자리 몸통것 앛씨말
  6. 풀이것 앛씨말
  7. 풀이지 앛씨말
  8. ① 일됨 풀이지 앛씨말 ② 꼴됨 풀이지 앛씨말
  9. ③ 이됨 풀이지 앛씨말 ④ 있음 풀이지 앛씨말
  10. ⑤ 됨이 풀이지 앛씨말
[4] 겿씨말의 갈래와 모음
  1. 곧이말 겿씨말 모음
  2. ① 으뜸 곧이말 겿씨말 ② 딸림 곧이말 겿씨말
  3. ③ 얼임 곧이말 겿씨말 ④ 같이 곧이말 겿씨말
  4. 맞이말 겿씨말 모음
  5. ① 바로 맞이말 겿씨말 ② 끼침 맞이말 겿씨말
  6. ③ 가암 맞이말 겿씨말 ④ 비롯 맞이말 겿씨말
  7. ⑤ 자격 맞이말 겿씨말 ⑥ 밑감 맞이말 겿씨말
  8. ⑦ 시간 맞이말 겿씨말 ⑧ 장소 맞이말 겿씨말
  9. ⑨ 방향 맞이말 겿씨말 ⑩ 보람 맞이말 겿씨말
  10. ⑪ 도구 맞이말 겿씨말 ⑫ 수단 맞이말 겿씨말
  11. ⑬ 까닭 맞이말 겿씨말 ⑭ 견줌 맞이말 겿씨말
  12. ⑮ 같이 맞이말 겿씨말
  13. 풀이말 겿씨말 모음
  14. ① 마침 풀이말 겿씨말 ② 매김 풀이말 겿씨말
  15. ③ 이음 풀이말 겿씨말 ④ 엮음 풀이말 겿씨말
  16. 꾸밈말 겿씨말 모음
  17. 묶음말 겿씨말 모음 6) 놀람말 겿씨말 모음
  18. 호응말 겿씨말 모음 8) 부름말 겿씨말 모음
[5] 씨말과 바탕치
  1. 앛씨말 만들기와 바탕치 차리기
  2. ① 몸통것 앛씨말+풀이지 앛씨말 ② 가져다 붙이기
  3. ③ 말뜻을 넓히거나 펼치기 ④ 말소리 달리하기
  4. ⑤ 남의 나라말 빌려 쓰기 ⑥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기
  5. 겿씨말 만들기와 바탕치 차리기
  6. ① 겿씨말 만들어 쓰기 ② 겿씨말 바탕치 차리기

맺음말_한국말을 바탕으로 묻고 따져서 풀어내기

덧붙임 1. 한국말 말차림법 용어 풀이

덧붙임 2. 한국말 말차림법 도표(삽지)

책 속으로

사람들은 말로 무엇을 어떤 것으로 녀기는 것을 바탕으로 온갖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사람들은 말에 담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생각으로 펼쳐서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있을 수 있는 것과 있을 수 없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될 수 있는 것과 될 수 없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 생각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과 개나 고양이가 살아가는 것이 크게 달라진 것은 이 때문이다._39쪽

한국말에서 ‘주어’라고 부르는 것은 저와 다른 것이 함께하는 일의 임자를 나타내는 말이고, 영국말에서 ‘subject’라고 부르는 것은 저만 따로 하는 행동의 주체를 나타내는 말이어서, 성격이 크게 다르다. 이를테면 한국말에서는 ‘저’와 ‘다른 것’이 언제나 함께 어울려 있는 까닭으로 ‘저’를 함께 어울려 있는 ‘다른 것’에 맞추어서 “나는 너에게 할 말이 없다.”, “나는 당신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드릴 말이 없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와 같이 여러 가지로 말하게 된다. 그러나 영국말에서는 ‘저’만 따로 하는 ‘I’를 바탕으로 언제나 “I have nothing to say to you.”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사람은 그것을 모두 ‘주어’라고 부르기 때문에, ‘주어’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또렷하게 알아보기 어려워서 이리저리 헷갈린다._86쪽

이제까지 한국사람이 배워온 한국말 문법은 일본사람이 서양말 문법에 일본말을 욱여넣는 방식으로 만든 일본말 문법을 어설프게 따라서 만든 것이다. 이러니 한국말 문법은 처음부터 한국말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말 문법에서 볼 수 있는 이상한 점들을 고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문법이 되지 못한다. 오늘날 사람들이 인공언어와 자연언어를 하나로 아우르고 어울러서 새로운 판을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기존의 한국말 문법을 그대로 배우도록 하는 것은 그들을 어리석게 만드는 일과 같다._96쪽

내가 한국말 말차림법을 만들면서 바탕에 깔고 있었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말을 배우고 쓰는 열두 살짜리 어린이의 머릿속에 차려져 있는 한국말을 그대로 좇아가는 방식으로 한국말 말차림법을 만들고자 했다. ‘문법(文法/grammar): 사람들이 어떤 말의 꼴과 뜻을 배우기 위해 규칙을 정리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말차림법(language system): 사람들이 어떤 말의 꼴과 뜻을 배우고 쓰면서 머릿속에 스스로 차려가는 법’을 만들고자 했다. 둘째, 한국사람이 늘 쓰는 말을 가지고 한국말의 차림새를 풀어내는 ‘문법 용어(grammatical term)‘를 만들어서,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고자 했다. 이를테면 ‘언(言)’, ‘어(語)’, ‘언어(言語)’, ‘문(文)’, ‘사(詞)’ 따위를 모두 ‘말’로 바꾸고, ‘형태소(形態素)‘를 ‘씨말’로, ‘어절(語節)‘을 ‘마디말’로, ‘구절(句節)‘을 ‘매듭말’로, ‘문장(文章)‘을 ‘포기말’로, ‘단락(段落)‘을 ‘다발말’로 바꿈으로써 어린이도 문법 용어의 뜻을 쉽게 알아보도록 하고자 했다._98쪽

마디말은 학교문법에서 ‘어절(語節/word segment)‘이라고 일컫는 것을 말한다. 한국말은 포기말(문장)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마디말로 되어 있다. 이를테면 “나는 학교에 간다.”라는 포기말은 세 개의 마디말, 〈나는〉+〈학교에〉+〈간다〉로 되어 있고, “그는 집에서 놀 것이다.”라는 포기말은 네 개의 마디말, 〈나는〉+〈집에서〉+〈놀〉+〈것이다〉로 되어 있다. 이런 까닭으로 한국말을 묻고 따지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디말을 분석하는 일이다. 나는 문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이제까지 어절(語節/word segment)이나 문장성분(文章成分/sentence component) 따위로 불러온 것을 ‘마디말’로 바꾸어서 불렀다._102쪽

사람들이 한국말의 차림새를 풀어내는 일은 한국말을 이루고 있는 네 가지 바탕인 마디말, 매듭말, 포기말, 씨말의 차림새를 좇아서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1) 마디말의 차림새, 2) 매듭말의 차림새, 3) 포기말의 차림새, 4) 씨말의 차림새를 풀어내는 일을 좇아서 한국말의 차림새를 또렷하게 풀어낼 수 있다. 사람들이 한국말의 차림새를 풀어내는 일은 마디말을 풀어내는 것에서 비롯한다. 사람들이 마디말의 차림새를 풀어내게 되면, 마디말을 엮어서 만든 매듭말이나 포기말의 차림새를 풀어내는 일로 나아갈 수 있고, 또한 낱낱의 마디말을 이루고 있는 앛씨말과 겿씨말의 차림새를 풀어내는 일로 나아갈 수 있다._112쪽

한국말에서 마디말은 성질을 달리하는 두 개의 씨말, 곧 앛씨말과 겿씨말로 이루어져 있다. 앛씨말은 마디말이 갖고 있는 기틀을 나타내는 씨말이고, 겿씨말은 마디말이 갖고 있는 구실을 나타내는 씨말이다. 사람들은 기틀을 나타내는 앛씨말에 구실을 나타내는 겿씨말을 붙여서 갖가지로 마디말을 만든다. 앛씨말과 겿씨말이 함께할 때, 마디말의 기틀을 나타내는 앛씨말은 그냥 그대로 있고, 마디말의 구실을 나타내는 겿씨말은 포기말에서 마디말이 맡아서 하는 구실에 따라 모양새가 여러 가지로 달라진다. 이를테면 ‘창수’와 ‘사람’이라는 앛씨말에 마디말의 구실을 나타내는 겿씨말이 붙으면, 곧이말의 경우에는 ‘창수+가’, ‘사람+이’와 같은 짜임새를 갖게 되고, 맞이말의 경우에는 ‘창수+를’, ‘사람+을’, ‘창수+에게’, ‘사람+에게’, ‘창수+한테’, ‘사람+한테’와 같은 짜임새를 갖게 되고, 풀이말의 경우에는 ‘창수+인’, ‘사람+인’, ‘창수+이다’, ‘사람+이다’와 같은 짜임새를 갖게 된다._160~161쪽

한국사람이 씨말을 만들어 쓰는 것은 그냥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들은 무슨 까닭에서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하는지 나름의 까닭과 방법을 바탕에 차려놓고서 그렇게 한다. 그들이 어떤 씨말을 새로 만들어 쓸 때, 바탕에 차려놓은 까닭과 방법을 씨말의 ‘바탕치(morphological foundation)‘라고 부를 수 있다. 사람들이 씨말의 바탕치를 깊고 넓게 묻고 따지면, 그것을 만들어 쓴 까닭과 방법을 또렷이 알아볼 수 있게 된다._201쪽

한국말에서 볼 수 있는 씨말의 바탕치는 매우 독특하면서 중요하다. 씨말의 바탕치를 풀어내면 무엇을 왜 무엇이라고 말하게 되는지, 그 까닭과 방법을 또렷이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파래’와 ‘파랗지’의 바탕치를 풀어내면 사람들이 ‘파래’를 왜 ‘파래’라고 말하고, ‘파랗지’를 왜 ‘파랗지’라고 말하게 되었는지, 그 까닭과 방법을 또렷이 알아볼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이 ‘파래’와 ‘파랗다’의 바탕치가 “파래는 빛깔이 파랗지.”라는 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아봄으로써 이루어진다. 한국말에서 “파래는 빛깔이 파랗지.”는 ‘파래=파라+이’와 ‘파랗다=파라+ㅎ다’가 같은 바탕치를 가진 말이라는 것을 또렷이 보여준다._202~203쪽

한국사람이 “나는 나지.=나는 나는 것이지.”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나’에게 일어나는 온갖 일을 매우 깊고 넓게 살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으로 생겨-난 것이고, 세상에 태어-난 것으로서, 나는 스스로 난 것이면서 어머니가 ‘낳은 것=나도록 한 것’이고, 하늘과 바다와 땅을 비롯한 온갖 것이 ‘낸 것=나게 한 것’이다. 이러한 ‘나’는 끊임없이 일어나는 ‘나는 일’, 곧 힘이 나고, 성이 나고, 열이 나고, 땀이 나고, 신이 나고, 지각이 나고, 생각이 나고, 욕심이 나는 일과 같은 것을 기틀로 삼아서 ‘나’로서 살아가는 일을 한다. 이러니 사람들이 ‘나’를 ‘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일컫는 것은 매우 그럴듯한 일이기에 “나는 나지.”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_212쪽

사람들이 한국말, 영국말, 중국말과 같은 말을 배우는 일은 말의 구실을 나타내는 겿씨말을 가지고 말의 짜임새와 엮임새와 쓰임새 따위를 차려가는 일로써 이루어진다. 이런 까닭으로 무슨 말이든지 겿씨말의 차림새를 두루 살펴보게 되면 그런 말을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머리를 굴리고, 어떻게 생각을 펼치는지 얼추 알아볼 수 있다. 한국말처럼 마디말의 구실을 모두 겿씨말에 담아내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한국사람은 촘촘하고 가지런한 겿씨말의 차림새를 바탕으로 매우 알뜰하고 살뜰한 한국말의 세계를 만들어왔다._222쪽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는 새로운 말차림법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만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따위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누가 한국말 말차림법을 새롭게 만든다고 하면 크게 낯설어하고, 어설프게 여길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물리치기 위해서 꾸짖고 나무라는 일에 힘을 쏟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고 쓰려면 누군가 반드시 제대로 된 말차림법을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 하다가 안되면, 다른 사람이 나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_244쪽

출판사 서평

한국말과 중국말과 영국말은 서로 어떻게 다른가?

먼저 제1부 ‘말과 말차림법’에서는 말이 가진 힘, 말의 탄생과 발전사, 한국말과 중국말과 영국말의 특징과 다른 점, 그리고 한국말 학교문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본다. 학교문법의 문제는 크게 문법 용어와 한국말 나름의 특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문법 용어는 한국말을 풀어내는 용어와 영국말을 풀어내는 용어가 서로 헷갈리게 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테면 한국말에서 형용사라고 부르는 것은 주로 서술어로 구실하며 문장에서 성분을 나타내는 반면, 영국말에서 ‘adjective’라고 부르는 것은 주로 수식어로 구실하며 문장에서 품사를 가리키는 말이어서 성격이 크게 다르다. 마찬가지로 동사와 ‘verb’, 주어와 ‘subject’, 목적어와 ‘object’도 각각 한국말과 영국말에서 가리키는 바와 쓰임이 다른데도, 마치 일대일로 대응하는 것처럼 가르치니 헷갈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문법이 한국말 나름의 특성을 올바르게 풀어내지 못한다는 점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짚어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영국말에서 낱낱의 품사인 ‘I’, ‘go’, ‘to’, ‘the’, ‘school’로 문장을 이루듯이, 한국말도 낱낱의 품사인 ‘나’, ‘는’, ‘학교’, ‘에’, ‘가’, ‘ㄴ’, ‘다’로 문장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말은 어절을 바탕으로 문장을 차린다. 이를테면 세 개의 어절, 즉 〈나는〉과 〈학교에〉과 〈간다〉를 가지고 “나는 학교에 간다.”라는 문장을 구성하며, 각각의 어절은 기틀을 나타내는 말(나/학교/가)과 구실을 나타내는 말(는/에/ㄴ다)이 어우러져 있어서, 무엇이 어떤 구실을 하는지가 또렷이 드러난다는 것이 한국말의 특징이다.

한국사람이 갈고닦은 집단지성의 결정체, 한국말의 힘을 또렷이 드러낸 완전히 새로운 문법을 만나다!

제2부 ‘한국말 말차림법’에서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한국말 문법이 조목조목 펼쳐진다. ‘문법(grammar)‘이 어떤 말의 꼴과 뜻을 배우기 위해 규칙을 정리한 법칙이라면, ‘말차림법(language system)‘은 사람들이 어떤 말의 꼴과 뜻을 배우고 쓰면서 머릿속에 스스로 차려가는 방법이다. 저자는 한국말을 배우고 쓰는 열두 살짜리 어린이의 머릿속에 차려진 한국말을 그대로 좇아가는 방식으로 한국말 말차림법을 만들었다고 밝힌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문법 용어는 크게 아홉 가지이다. 먼저, ‘말’이란 무리를 이루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어떤 것으로 녀긴 것’을 함께 뜻으로 사무치는 것으로, 언(言), 어(語), 언어(言語), 문(文), 사(詞), 사(辭) 따위를 모두 아울러서 ‘말’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문장은 ‘포기말’, 어절은 ‘마디말’, 구절은 ‘매듭말’, 단락은 ‘다발말’, 형태소/품사는 ‘씨말’, 어근/어간은 ‘앛씨말, 토씨/조사/어미는 ‘겿씨말’로 바꿔 부르며, ‘낱말’은 국어사전의 표제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말을 주고받을 때 말소리를 끊어서 말하는 낱낱의 것을 가리킨다. 한국말 말차림법의 핵심은 한국말을 이루는 네 가지 바탕, 즉 1) 마디말 차림새, 2) 매듭말 차림새, 3) 포기말 차림새, 4) 씨말 차림새를 풀어내는 데 있다. 저자는 특히 ‘마디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국말에서 마디말(어절)은 포기말(문장)을 이루는 기본 단위로, 말의 기틀을 나타내는 앛씨말(어근/어간)과 말의 구실을 나타내는 겿씨말(토씨/조사/어미)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테면 “나는 밥을 먹었다.”라는 포기말은 세 개의 마디말, 〈나는〉-〈밥을〉-〈먹었다〉로 되어 있고, 각각의 마디말은 ‘나/밥/먹’이라는 앛씨말과 ‘는/을/었/다’라는 겿씨말로 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마디말과 마디말을 엮어서 매듭말과 포기말을 만들고, 낱낱의 마디말을 쪼개서 앛씨말과 겿씨말을 풀어낼 수 있기 때문에, 한국말을 배우고 쓰는 일은 곧 마디말을 배우고 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씨말’이다. 씨말은 학교문법에서 ‘형태소’ 또는 ‘품사’라고 일컫는 것으로, 이 책에서는 한국사람이 어떤 씨말을 새로 만들어 쓸 때 바탕에 차려놓은 까닭과 방법을 ‘씨말의 바탕치(morphological foundation)‘라고 부른다. 한국말에서 볼 수 있는 씨말의 바탕치는 매우 독특하면서 중요하다. 이를테면 ‘파래’와 ‘파랗지’의 바탕치를 풀어내면 사람들이 ‘파래’를 왜 ‘파래’라고 말하고, ‘파랗지’를 왜 ‘파랗지’라고 말하게 되었는지, 그 까닭과 방법을 또렷이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말은 오랜 세월에 걸쳐 한국사람이 갈고닦아온 집단지성의 결정체이다. 한국사람이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모든 것은 한국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세상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갖가지 실마리가 들어 있는 한국말은 한국사람이 대를 이어가며 물려주고 물려받는 것 가운데 단연 최고로 값진 것이다. 이처럼 귀한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고 쓰려면, 이제라도 한국말의 바탕과 차림새를 제대로 묻고 따지고 풀어서 새로운 말차림법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말 말차림법』이 그 길을 바르게 잡아 나아가기 위한 나침반이 될 것으로 믿는다.

저 : 최봉영

50년 가까이 언어, 철학, 역사, 윤리, 미학, 교육, 정치 따위를 묻고 따져서 개념을 다듬고 이론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여러 분야의 학자들과 함께하면서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했고, 고약한 괴로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요즘엔 (사)한국인문학연구회를 이끌면서 자아와 욕망, 자본과 기술, 생태와 환경에 관심을 집중하여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문명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고자 한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말 말차림법』을 비롯해 『한국인의 사회적 성격 (Ⅰ)·(Ⅱ)』, 『조선시대 유교문화』, 『한국문화의 성격』, 『주체와 욕망』, 『본과 보기 문화이론』, 『한국사회의 차별과 억압』,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 따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