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트에 대하여

한병철은 피로, 불안, 정보 과잉, 서사의 붕괴를 통해 동시대 자본주의와 삶의 감각을 날카롭게 진단한다. 짧고 단단한 문장으로 시대의 병리를 드러내는 철학자다.

히스토리

  • [2026-09-14 Mon 13:17] (한병철 2026) 추가했다. 한선생님의 신간
  • [2026-04-30 Thu 11:47] 서사의 위기
  • [2025-11-20 Thu 10:21] 한병철 선생님 선불교의 철학 추가
  • [2025-06-14 Sat 05:50] 점점 한병철 아재의 책들이 스며든다. 강하다.
  • [2024-10-24 Thu 14:45] 담음

관련메타

BIBLIOGRAPHY

한병철. 2010. 피로사회 : 페러다임 전환. Translated by 김태환. 문학과지성사. https://m.yes24.com/Goods/Detail/6425989.

———. 2021. 리추얼의 종말 : 삶의 정처 없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Translated by 전대호. 김영사.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597548.

———. 2023a. 정보의 지배 :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Translated by 전대호. 김영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7710125.

———. 2023b. 서사의 위기 : 스토리 중독 사회. Translated by 최지수. 다산초당. https://m.yes24.com/Goods/Detail/122477521.

———. 2024a. 관조하는 삶 : 무위에 대하여. Translated by 전대호.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5962273.

———. 2024b. 불안사회 - 왜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렸나?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9777089.

———. 2026. 존중 없는 사회 : AI 시대, 사회적 위기. Translated by 정창호. 간디서원. https://m.yes24.com/p/196378158.

———. n.d. 선불교의 철학. Accessed November 20, 2025. https://www.yes24.com/product/goods/37155913.

정보란 무엇인가 : 정보의 지배. 2023. https://www.youtube.com/watch?v=9sKqRttEmJY.

신에 관하여: 시몬 베유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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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종교가 처한 위기를 단순히, 특정한 믿음 내용들이 타당성을 상실한 탓으로, 우리가 더는 신을 믿지 않는 탓으로, 또는 교회가 신뢰를 상실한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구조적인 이유들이 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그 이유들이 신의 부재를 일으킨다. 한 가지 이유는 주의(注意)의 몰락이다. 종교의 위기는 주의의 위기이기도 하다. 보기와 듣기의 위기인 것이다. 신은 죽지 않았다. 과거에 신은 인간에게 자신을 드러냈는데, 신의 드러남을 마주할 인간이 죽었다. _11-12쪽

종교적 주의는 “추구하기”가 아니라, “달라붙기”가 아니라 “바라보기”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도할 때 손을 펴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도 움켜쥘 수 없는 열린 공간을, 달라붙기를 허용하지 않는 허공을 바라보는 것이다. _15쪽

깊은 주의로서의 기도가 향하는 상대는 우리를 중독시키지 않는다. 우리에게 달려드는 대신에 부재를 향해, 처분 불가능성을 향해 물러난다. 신은 부재함으로써 빛난다. “신은 피조물 안에 부재의 방식으로 임(臨)할 수밖에 없다.” _18쪽

우리는 겨냥한 바 없이 기도문을 왼다. 신 앞에서 우리 자신을 연다. 가장 아름답고 높은 기도는 바라는 바 없는 경청, 신의 침묵 속으로 파고드는 경청이다. _18-19쪽

선은 간접적이고 불연속적이며 수줍은 반면, 악은 달려든다. _20쪽

우리는 주의 깊게 읽지 못한다. 독해력 결핍만으로도 우리는 신에게서 멀어진다. 깊은 주의가 없으면 읽기는 중력에 종속되고, 중력은 읽기를 눈멀게 하여 참된 질서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_26쪽

주의 깊은 바라봄은 자연적 바라봄이 아니라 초자연적 바라봄이다. 이 바라봄은 권력의 경제를 초월한다. 사랑하는 바라봄, 우호적인 바라봄이다. 타인에게 주의를 선사하는 사람은 자기를 절제한다. 주의 깊은 바라봄은 나를 나의 존재로부터 소외시키지 않는다. 도리어 내가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발견하게 해준다. 나를 점령하는 대신에 나를 도와 존재에 이르게 한다. 타인의 주의 깊은 바라봄은 초자연적 바라봄으로서 구원하는 바라봄이다. 이 바라봄은 평가하지도 않고 최종 판결을 내리지도 않는다. 이 바라봄은 원죄가 아니라 은총을, 나를 떨어뜨리는 대신에 해방하고 들어 올리는 은총을 상기시킨다. _30-31쪽

주의는 선물, 순수한 증정품이다. 주의는 보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주의는 비대칭적 면모를 띤다. 반면에 대칭으로서의 경제는 우리에게서 너그러움을 앗아간다. 타인을 향한 주의는 윤리 그 자체다. _40쪽

우리가 신을 사랑하여 자기를 포기할 때, 창조가 완성된다. “창조의 초월적 완성”으로서의 탈창조는 “신 안으로 소멸하기”다. 탈창조는 “소멸한 피조물”에게 “존재의 충만함”을 준다. 사랑에 기초하여 기꺼이 무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파멸하기가 아니라 더 높은 실재로 상승하기다. _51쪽

종교가 처한 위기의 구조적 원인으로 주의의 쇠퇴와 더불어 대폭 강화된 자아를 꼽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주의는 오로지 자아 주위를 맴돈다. 우리는 충성스럽게 자아를 숭배하고 예배한다. 누구나 자기를 섬기는 사제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자기를 섬기는 사제란 자기를 부리는 사업가를 뜻한다. 누구나 자기를 생산하고 자기를 공연한다. 요란스러운 자아는 신을 우리에게서 멀리 떼어놓는다. _53-54쪽

참된 실재, 참된 질서는 오로지 나를 완전히 꺼버릴 때만 경험된다. 구속은 어떤 구속이든지 실재를 왜곡한다. 내가 물러남으로써, 나를 철회함으로써, 나를 취소함으로써, 나는 사물들에게 왜곡되지 않은 실재성을, 아름다움을 되돌려준다. 탈창조가 창조를 해방한다. _57쪽

베유의 견해와 달리, 기쁨의 참된 원천은 한순간 번득이는 과거가 아니라 순간 자체다. 우리가 어떤 곁눈질도 없이 온전히 순간에 거주할 때, 우리는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 찬다. 우리가 기쁨을 얻는 것은 미래 때문도 아니고 과거 때문도 아니다. 미래는 염려(Sorge)다. 순간은 기쁨이다. 우리가 순간에 완전히 녹아들 때, 내다보지도 않고 돌아보지도 않을 때, 우리는 영원을, 순수한 기쁨을 경험한다. _59쪽

디지털 과도(過度) 소통은 고요를 파괴한다. 정보는 그 자체로 소음이다.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것을 정보로서 지각한다. 그리하여 정보 및 소통 쓰레기가 세상을 소음으로 뒤덮는다. 소음으로서의 정보는 주의를 깨부순다. 오직 관조적 주의만이 고요에 접근할 수 있다. 영혼을 공격하는 정보 및 소통 소음은 근대의 기계 소음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다. 정신이 전혀 다른 것을 만들어내거나 수용할 수 있으려면, 고요가 필요하다. 창조의 장소는 고요하다. _89쪽

그녀는 불행을 영혼의 가장 깊은 중심에 갖다 댄 못에 비유한다. 못대가리를 힘껏 때리면, 충격이 뾰족한 끝으로 전달돼 영혼에 구멍이 난다. 베유가 말하는 아픔의 변증법의 핵심은 이 구멍이 신에게 도달하는 통로로 밝혀지는 것이다. 극심한 아픔으로서의 불행은 영혼과 신을 갈라놓는 장벽에 구멍을 낸다. 신을 향한 사랑은 아픔과 불행의 절대적 부정성 앞에서 비로소 깨어난다. 부정성이 없으면 신을 향한 상승도 없다. _122-123쪽

디지털 올가미는 시몬 베유가 자신을 옭아맨다고 느꼈던 저 기계적 올가미보다 더 강력하다. 디지털화는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를 약속하지만 결국 파놉티콘 감옥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데이터 뭉치로, 감시당하고 조종당하는 데이터 가축으로 전락한다. 우리는 디지털 콘텐츠에 의존하게 된다. 우리의 주의를 산산이 깨부수는 자극에 중독된다. 결국 종착점은 중독사회다. 자유는 검색에 밀려난다. 우리는 자유롭다고 스스로 믿지만 실은 한 중독에서 다른 중독으로, 한 의존에서 다른 의존으로 휘청거리며 옮겨간다. _134쪽

시몬 베유는 간결하게 말한다. “돈, 기계화, 대수학. 현대 문명의 세 괴물.” 이 괴물들은 순수한 양이다. 높이와 깊이는 깡그리 근절된다. 그리하여 같음의 지옥이 도래한다. “대수학과 돈의 유사성. 양쪽 다 같게 만들기를 한다. 돈과 대수학의 세계에서 수직 거리는 표현되지 않는다.” 베유가 말하는 돈, 기계화, 대수학을 현재에 맞게 갱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문명의 세 괴물은 자본, 디지털화, 인공지능이다. 이 괴물들은 인간을, 정신을 양과 효율의 노예로 격하한다. 우리는 또다시 스스로 만들어낸 것의 노예가 된다. _139-140쪽

  • 서문
  • 주의
  • 탈창조
  • 빈자리
  • 고요
  • 아름다움
  • 아픔
  • 무위

선불교의 철학

(한병철 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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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의 철학, 서양과 동양 사상을 넘나드는 대화를 펼치다

이 책은 『피로사회』로 잘 알려진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가 선불교의 세계를 철학적으로 탐구, 소개하는 철학 저술이다. 선불교(禪佛敎)는 일반적으로 ‘말과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바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여 진리를 깨달으며(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가르침에 기대지 않고 좌선에 의해 직접 인간의 마음을 직관함으로써 자신의 고유한 본성을 깨달아 부처가 되고자 한다(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고 정의된다. 그래서 선불교는 언어를 의심하고 개념으로 사유하는 것을 불신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선불교의 근본 태도는 이론과 담론에 적대적인 것이다. 이렇게 선불교에 대해 논리적,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니 선 수행을 하지 않는 일반인이 선(선불교)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선불교의 근본 입장에서 보면 ‘선불교’에 ‘철학’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모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은이는 “좁은 의미의 철학에 속하지 않는 대상에 관해서도 철학적으로 반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선불교에 ‘관해서’ 그리고 선불교와 ‘함께’ 철학함으로써 “선불교의 철학”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선불교에 들어 있는 ‘철학적 힘’을 ‘개념’을 가지고 전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이 무엇인지를 논리적, 개념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익숙한 서양철학자들 ― 플라톤, 라이프니츠, 피히테,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등 ― 의 철학과 선불교 선사들 ― 임제(臨濟), 도오(道吾), 동산(洞山), 위산(?山), 앙산(仰山), 조산(曹山), 운문(雲門), 원오(?悟), 도겐(道元) 등 ― 의 통찰을 비교하는 방법을 통해 선불교의 사유를 드러내고자 한다. 즉 아무것도 아님(무無), 비어 있음(공空), 아무도 아님(무아無我), 어디에도 거주하지 않음(무주無住), 죽음, 자비(친절)라는 6가지 주제 각각에 대해 서양철학자들의 개념을 소개하고, 이러한 서양철학의 개념과는 다른 선불교의 통찰을 고찰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무, 공, 무아, 무주, 죽음, 친절이라는 개념에 대해 서양철학과 선불교의 철학적 사유가 대결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나 그 대결은 어느 한쪽의 철학이 더 우수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데 있지 않고 다른 종류의 철학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데 있다. 직관적 사유 전통을 가진 동양과 논리적 정합성을 중시하는 서양은 그 사유 전통이 다르다. 따라서 이 책은 두 사유를 비교 연구를 통해 고찰함으로써 ― 특히 서양철학과 비교하여 선불교의 통찰을 해명함으로써 ― 동서양 사유의 다름을 드러내 보이고,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선불교의 철학적 사유에 독자가 조금 더 쉽게 한 발 다가서게 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이제 6가지 주제를 통해 선불교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불안사회 - 왜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렸나?

(한병철 2024b)

  •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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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에서 불안사회로… 시대적 상처를 진단하는 철학자 한병철, 불안의 시대에 공감과 연대의 힘을 역설하다! “왜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렸나?”

10년 전 『피로사회』로 한국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던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철학자 한병철의 또 하나의 논쟁적 저작.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라고 말하는 그는 최신작 『불안사회』에서 이 시대의 질병을 ‘불안’이라 진단하며 불안이 잠식한 사회에서 끊어져 버린 연대와 만연한 혐오에 경종을 울린다. 불안을 체제적으로 사용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렸다. 이 책은 짙은 불확실성과 깊은 무기력에 빠진 현대인의 삶에 필요한 것은 ‘희망’임을 강조한다. 불안에 잠식되어 미래를 그리지 못하고 과거의 트라우마에 빠져 허우적대는 삶은 그야말로 ‘생존의 삶’ 그뿐이다. 실패에 대한 불안, 소외에 대한 불안, 도태에 대한 불안.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그저 살아남기 위해 달려간다. 문제는 질병처럼 창궐하는 불안이다. 엄습하는 정체 모를 위협감에 대화와 경청, 공감과 화해가 붕괴된 사회는 감옥과 다름없다.

From Fatigue Society to Anxiety Society… Philosopher Han diagnoses the wounds of the times, emphasizing the power of empathy and solidarity in an age of anxiety!

“Every era has its own major disease,” says the world’s best-selling author and philosopher, who made waves in Korea a decade ago with The Fatigue Society. In his latest book, The Anxiety Society, he diagnoses the disease of our time as anxiety, sounding the alarm over the broken solidarity and pervasive hatred in an anxiety-ridden society. The problem is that we have lost the ability to hope in a modern world that systematically uses anxiety. This book emphasizes that hope is what we need in a world of deep uncertainty and profound lethargy. A life consumed by anxiety, unable to envision the future and mired in the traumas of the past, is a life of survival. Anxiety of failure, anxiety of alienation, anxiety of abandonment. We constantly beat ourselves up, trying to survive.

0. 들어가며

1. 희망과 행위

2. 희망과 인식

3. 삶의 형태로서의 희망

관조하는 삶 : 무위에 대하여

(한병철 2024a)

  • 한병철 전대호

  • Vita Contemplativa: In Praise of Inactivity

  • 올리버 버크먼 #영국 #저널리스트 #시간관리 #마인드셋 #불완전주의자 여기서 나온 책

  • 도파민 홍수 시대 우리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삶의 형태는 ‘무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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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은 말을 심화한다. 고요가 없으면 음악은 없고 단지 소음과 잡음만 있다. 놀이는 아름다움의 정수다. 자극과 반응의 패턴, 욕구와 충족의 패턴, 문제와 해답의 패턴, 목표와 행위의 패턴만이 지배할 경우, 삶은 생존으로, 발가벗은 동물적 삶으로 쪼그라든다. --- p.13

    모든 것이 단기적이고, 호흡이 짧고, 근시안적으로 되어버린 이 서두름의 시대에 무위는 희귀하다. 오늘날 모든 곳에서 관철되는 것은 소비주의적 삶꼴이다. 그 삶꼴 안에서 우리는 모든 욕구를 즉각 충족시킨다. 우리는 기다릴 끈기가 없다. 그 끈기 안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익어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 p.24

    무위의 변증법은 무위를 문턱으로, 불확정성 구역으로 변신시킨다. 그 구역 덕분에 우리는 이제껏 없었던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문턱이 없으면, 같음이 반복된다. --- p.33

    생산 강제가 언어를 장악하면, 언어는 노동 모드로 전환된다. 그러면 언어는 정보 운반자로 쪼그라든다. 즉, 한낱 소통 수단이 된다. 정보는 언어의 행위 형태다. --- p.36

    우리 행위하는 자들은 이제 시를 거의 읽지 않는다. 관조하는 능력의 상실은 우리가 언어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정보 및 소통 도취에 빠진 우리는 언어를 관조하기로서의 시 쓰기를 멀리한다. 심지어 우리는 시 쓰기를 증오하기 시작한다. --- p.36

    우리는 인간이 창조한 세계 안에서, 사용대상들 사이에서, 집 안에서, 길거리에서, 도시에서 산다. 그리고 거의 모든 시간에 우리는 이 모든 사물을 수단이나 대상으로 삼아서 할 수 있는 인간적 행위의 관점에서만 그 모든 사물을 본다.

    세잔의 무위의 풍경은 인간화된 자연과 결별하고 인간화되지 않은 사물들의 질서를 재건한다. 그 질서 안에서 사물들은 사물들 자신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세잔의 사과는 먹어 치우기에 적합하지 않다. 세잔의 단지와 접시는 위하여에, 곧 인간의 목적에 예속되어 있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고유한 존엄성을, 고유한 찬란함을 지녔다. --- p.43

    거침없이 자연을 정복하고 착취하는 인간 행위의 절대화가 임박한 재앙의 원인이라면, 인간 행위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 따라서 행위에서 관조적 성분이 차지하는 몫을 높이는 일, 바꿔 말해 행위에 성찰을 덧붙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 p.70

    존재는 시간적 차원을 지녔다. 존재는 느림과 오램 안에서 성장한다. 오늘날의 단기성은 존재를 허문다. 당신이 존재 곁에 오래 머무를 때 비로소 존재는 농축된다. 그런데 정보 곁에 오래 머무르기는 불가능하다. 정보는 존재의 절대적 소멸 단계에 해당한다. --- p.85

    우리는 존재 결핍을 벌거벗은 삶의 연장을 통해 벌충하려 한다. 그러면서 집약적인(강렬한) 삶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상실한다. 집약적인 삶을 더 많은 생산, 성과, 소비와 혼동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생존꼴들일 따름이다. --- p.88

    토마스 아퀴나스에 따르면, 행위하는 삶의 최종 목적은 관조하는 삶의 행복에 종사하는 것이다. “행위하는 삶은 관조하는 삶을 향한다.” 관조하는 삶은 “인간의 삶 전체의 목표”다 .--- p.91

    인간이 세계를 대하는 주된 방식이 바라보기였을 때, 인간은 결핍 없는 신적인 존재와 아직 관련되어 있었다. --- p.95

    관조하는 삶이 비로소 신적인 자족을, 완전한 행복을 약속한다. 역사는 행위하기가 완전히 밀려나고 바라보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순간에, 곧 무위의 안식일에 완성된다. --- p.98

    쉼은 창조의 본질적 핵심이다. 안식일이 비로소 창조에 신적인 장엄함을 부여한다. 쉼이 신적이고, 무위가 신적이다. 쉼이 없으면 인간은 신적인 것을 잃는다.--- p.102면

    인식을 향한 길, 진실을 향한 길로서의 관조는 행위하기에 선행한다. 관조하는 삶 없는 행위하는 삶은 눈먼 삶이다. --- p.134

    낭만주의는 자연에 신적인 찬란함을 입혀준다. 자연을 인간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자원으로 간주하는 순간에 벌써 우리는 자연에 폭력을 가하는 것이다. 자연을 도구로 취급하는 우리의 태도는 불가피하게 파국으로 귀결되는데, 낭만주의의 자연 이해는 그 태도를 수정할 잠재력을 지녔다. --- p.142~143

    도래하는 평화의 나라에서 인간과 자연은 화해한다. 인간은 살아있는 것들의 공화국에 속한 시민일 따름이다. 식물들, 동물들, 돌들, 구름들, 별들도 그 공화국의 동료 시민이다.--- p.156 --- p.156

들어가며

무위의 풍경들

장자에게 붙이는 사족

행위에서 존재로

절대적인 존재 결핍

행위하기의 열정

도래하는 사회

피로사회 : 패러다임 전환

(한병철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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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독일로 날아간 철학자, 독일 최고 권위지의 격찬을 받으며 현대사회를 비판하다 우울증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대한 우아하고도 날카로운 철학적 진단 자본주의 시스템의 진화가 낳은 성과사회, 현대인들을 모두 노동수용소에 가둬두다!

출간 즉시 철학서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큰 화제가 된 책으로 저자 한병철은 현재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이다. 그는 현지에서 서양 철학의 언어를 구사하며 그 속에 동양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새로운 종류의 문화비판가로 평가 받았으며, 이 책에서는 현대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리하게 포착해 독자들을 열광케 했다.

저자는 자아와 타자 사이의 적대성 내지 부정성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에서 그러한 부정성이 제거된 사회, 부정성 대신 긍정성이 지배하는 사회로의 변화가 20세기 후반 이후 일어났다고 보고, 이 새로운 사회를 성과사회, 그리고 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을 성과주체라고 명명한다. 과거의 사회가 금지(“해서는 안 된다”)에 의해 이루어진 부정의 사회였다면, 성과사회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된 긍정의 사회이다. 이 사회에서는 성공하라는 것이 남아 있는 유일한 규율이며, 성공을 위해서 가장 강조되는 것이 바로 긍정의 정신이다. 그러나 부정성에 의해 제약받지 않는 긍정성은 긍정성의 과잉으로 귀결되며 타자의 위협이나 억압과는 다른 의미에서 자아를 짓누른다. 오직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자아는 피로해지고,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좌절감은 우울증을 낳는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여전히 진정 자유롭지 못한가, 왜 우리는 행복하지 못한가에 대한 답을 구하라

저자는 성과사회의 과잉활동, 과잉자극에 맞서 사색적 삶, 영감을 주는 무위와 심심함, 휴식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피로’의 개념도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성과사회에서 ‘피로’란 할 수 있는 능력의 감소이고, 그저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무위의 가치에서 출발하는 한병철은 피로가 가진 또 다른 측면을 본다. 피로는 과잉활동의 욕망을 억제하며, 긍정적 정신으로 충만한 자아의 성과주의적 집착을 완화한다. 피로한 자아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유아론적 세계에서 벗어나 타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정보의 지배 :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한병철 2023a) 정보의 지배 :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한병철 전대호 디지털화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현상과 언어에 대한 세밀한 관찰로 그려낸 정보사회의 초상. 오늘날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서술한 이 책에서, 한병철은 그 위기를 공론장의 디지털 구조변동에서 찾는다. 2023

리추얼의 종말 : 삶의 정처 없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한병철 2021) 한병철 전대호 꾸준하게 오늘의 세계에 대해 예리한 분석과 비타협적인 비판을 선보여온 철학자 한병철의 신작. ‘리추얼’을 열쇳말 삼아, 우리 사회가 어떤 모양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진단하고 더 좋은 삶을 위한 모색을 이어간다. 2021

서사의 위기 : 스토리 중독 사회

(한병철 2023b)

  • 한병철 최지수
  • 『피로사회』로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이번에는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슈만 좇느라 정작 자기의 생각으로부터 멀어져 버린 스토리 중독 사회를 고발한다.
  • @발터벤야민 1892 아우라 깊은심심함

존중 없는 사회 : AI 시대, 사회적 위기

(한병철 2026) 한병철 정창호(역) · 간디서원, 2026

원제: Ohne Respekt – Eine soziale Krise (Matthes & Seitz Berlin, 2026). 영어본은 Polity Press에서 Without Respect 로 출간 예정(정확한 출간일 미확정).

신자유주의 성과사회에서 존중은 존재 자체의 권리가 아니라 성과와 소유의 대가로 전락했다고 진단한다. 존중을 얻기 위한 무한경쟁은 공공심과 유대를 파괴하고, 소셜 미디어의 익명성은 사려깊음(attention)을 몰아내 무례와 수치심 상실을 확산시킨다. 저자는 리처드 세넷의 ‘음향공동체’(재즈 협주)를 상호 존중 회복의 모델로 제시하며, 적대의 정치 대신 우정과 경청의 정치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강연

2023 “정보란 무엇인가 : 정보의 지배”

(정보란 무엇인가 : 정보의 지배 2023)